공부하는 뇌, 성장하는 마음 - 포기할 수 없는 아이 공부, 마음에 길이 있다 속마음 시리즈 2
김은주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는 학벌이, 공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는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학교공부"라는 것이 그래도 기본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말, 말, 말 속에서 엄마가 좀 더 중심을 잡길 바란다면 이 책을 읽길 권한다. 공부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에 더해, 영어, 수학, 문해력 등등 유아기부터 시도해봄직한 좋은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누구 한 사람의 경험이 아닌 의사 선생님들의 전문적인 견해로 쓴 글이라 더 신뢰가 가는 책이다. 


<공부하는 뇌, 성장하는 마음>에서 두고 두고 읽고 싶은 문장들 ------- 

p93 ‘다시, 책으로의 저자 울프에 따르면 생후 5년 동안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준 책의 양이 아이의 문해력을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척도라고 한다. 하트와 리슬리의 연구에서는 42명의 아이를 10개월부터 3세까지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비슷한 연령에 말을 하기 시작했지만, 점차 습득한 단어의 수에서는 차이가 드러났다. 이 습득 단어의 차이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더 커졌는데 3세 때 1100, 750, 500 단어로 차이를 보였다.

 

p109 이 장을 통해 혹시라도 육아나 학생 교육에 있어 독해력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만능 치트키인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성장하는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다양한 발달에 필요한 균형 잡힌 교육이다. 상대적으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발달에 있어 다른 영역보다 읽기가 아쉬운 아이들은 분명히 조금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가치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향후 챗GPT를 포함한 생성 AI의 시대에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관심 분야에서 타인의 어려움을 알아차리고 현재와 미래에 세상의 문제를 인식하는 감수성,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타인과 소통능력을 갖춰나가는 데 독서와 토론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p116 즉 수학은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학문의 기초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좀더 상세히 살펴보자면 수학은 이해하고 생각하는 두 가지 사고 과정으로 이뤄진다. 즉 어떤 정의나 수식을 보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해하는 한편, 어떤 문제를 맞닥뜨릴 때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수학에 대한 이해와 깊이는 늘어난다. 수학이 이런 특성을 지니다보니 수학을 하면 패턴을 찾고, 그것을 일반화하고, 함축하여 표현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반복하게 되고, 그 결과로서 관찰력, 추리력, 통찰력이 길러진다.

 

p119 한편 환경적 요인 또한 수 감각에 영향을 준다. 대표적인 것으로 언어를 꼽을 수 있다. 특정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 다른 언어를 사용할 때보다 수 감각의 발달이 빠른데, 예를 들어 단수와 복수 개념이 있는 영어를 사용하면 1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빠른 반면, 단수와 복수 개념이 없는 일본어를 사용하면 그렇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쌍을 구분하는 언어가 따로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어를 사용하면 2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더 빠르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숫자가 규칙적으로 구성되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수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예를 들어 11, 12는 한국어에서 +’ ‘+로 구성되는 규칙성을 지니는 반면, 영어에서는 ‘eleven’ ‘twelve’로 불규칙적인 형태를 보인다. 분수를 이해할 때도 언어가 수의 이해에 영향을 미티는데, 한국어의 ‘3분의 1’처럼 분수 개념이 언어에 포함되어 있으면 영어의 one-third처럼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그 개념의 이해가 빨랐다. 이런 예시들로 미루어 우리나라 아이들이 수 감각을 발달시키는 데 유리한 점이 많아 보인다.

 

pp119-120 생후 14-30개월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숫자에 대한 노출, 즉 자녀에게 얼마나 자주 숫자를 사용하여 대화하는지는 부모별로 큰 차이가 났다. 1에서 10까지 숫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숫자 사용의 빈도는 64배까지 차이 났으며, 더 놀라운 점은 이 시기 부모의 숫자 사용 빈도가 추후 46개월 때 아이의 수 감각과 비례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숫자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으로 단순히 숫자를 같이 세는 것일 수도 있고, 숫자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그림책을 함께 보는 것일 수도 있으며, 같이 장을 보면서 과자를 몇 봉지 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즉 놀이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부모가 숫자를 말하려고 신경 쓰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p123 배움이란 환경, 정서, 문화적인 면이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과정인 것이다. 특히 배움에 있어서는 교사와의 좀더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교구를 가지고 놀 때도 수학적 사고를 촉진하는 질문을 하고 관련된 적절한 예시를 보여주는 것이 배움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p133 숫자 능력, 그리고 연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유전적으로 어떻게 타고났는지, 특정 인지 기능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어떤 환경에 노출됐는지 등이 고루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숫자와 관련된 활동에 얼마만큼 참여했는지다. 대표적인 숫자 관련 활동으로는 물건의 숫자 세기, 양 측정하기, 크기 비교하기, 더하거나 빼는 카드 게임 또는 보드 게임 하기, 시계로 시간 읽기, 날짜 계산해보기 등이 있다. 혼자 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이러한 활동에 얼마나 참여했는지에 따라 초등학교 입학 때의 연산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숫자 관련 자극 및 배움의 기회가 많을수록 연산 능력 또한 좋아지는 것이다.

 

p146 선행학습에 있어서 주변 환경 및 심리적인 요소 또한 고려해야 한다. 일부 지역이나 학교에서는 선행이 당연시되고 심지어 학교 내신에서도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환경이 옳고 그른지 여부를 떠나서,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주변 친구들이 모두 선행을 하는데 자기만 하지 않고 있다면 불안하고 자신감도 떨어질 수 있다. 시험을 보고 나서 주변에 선행한 아이들이 자신은 들어본 적도 없는 방법으로 문제를 더 쉽게 풀었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행학습을 하는 것이 실력에 도움이 되어서라기보다는 현실적이고 심리적인 이유로 필요할 수 있다.

 

p178 아동의 현재 읽기 수준에 맞춰 좋은 책을 고르는 일도 중요하다. 아이 영어 교육에 관한 대표 블로거가 쓴 우리 아이 영어책 지도는 아이의 수준에 맞춰 다양한 영어 도서를 분류하고 추천해 놓았다.

 

p215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에는 부모가 아이를 직접 가르치는 식으로 학습에 개입할 수 있지만, 중학교 이후로는 학업의 난도가 만만치 않고 독립을 추구하는 청소년기 발달 단계의 특성상 아이들이 거부감을 드러내 부모의 학습 개입은 점점 힘들어진다. 따라서 학원 스케줄과 숙제 관리에 치우친 학습 매니저로서의 역할보다는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고, 부모-자녀 관계를 탄탄히 구축하는 것이 자녀가 어려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해 나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pp225-226 성적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학창 시절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해나감으로써 성실성과 끈기가 키워지면, 성인기의 현실적인 문제나 난관을 헤쳐나갈 힘이 생긴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스스로 공부 계획을 세우며 그 계획을 달성했을 때의 뿌듯함을 경험케 하는 것이 바로 공부의 목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명문대 진학 등의 결과가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면 그 자체로 아이들 성장에 큰 의미가 된다. 교육의 목표는 바로 이 자율성과 성취의 느낌을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며, 이런 목표가 달성된다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도 공부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p229 대인관계 능력은 물론 가족 관계에서 시작된다. 부모는 어려서부터 아이의 감점을 세심히 살피고,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 모두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감정 표현을 격려해야 한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즐겁게 놀아줘 타인과 같이 노는 것이 즐겁다는 생각과 가족 관계에서 따뜻함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타인을 배려해야 내가 행복해지고, 내가 행복해져야 공부도 잘할 수 있다.

 

p281 공부하는 과정을 참고 견디는 것이 인성을 가다듬는 훈련이 될 수 있음을 아이와 부모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다. 공부 끝에 얻는 것이 꼭 성적이 아니라 지루함을 견디는 힘과 미래의 나를 위해 노력하는 능력임을 알며 공부 행위 자체를 뿌듯해하고 즐길 수 있다. 누구도 매일 달리고 스트레칭을 한다고 해서 프로 운동선수가 될 것이란 망상을 갖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하루의 일정 시간을 지루하고 힘든 운동에 할애한다. 오늘 30분 걷고 근육을 늘리다보면 나이 들어서 조금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모호한 기대로, 귀찮지만 굳이 옷을 갖춰 입고 나간다. 매일의 걷기를 몇 분 안에 돌파해야 한다는 기록을 측정하는 사람은 없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들이 모두 공부에 프로가 될 필요는 없다. 공부가 가져다줄 즐거움과 이득을 성적과 입시에서만 찾지 말고 공부 그 자체에서 얻으려 한다면 좀더 다채로운 접근이 가능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