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 1 - 서울에서 마라도까지
메가쑈킹만화가 부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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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번밖에 없는 신혼여행(아, 물론 두어 번 내지는 서너 번 가는 사람들도 있고 나처럼 이 나이가 되도록 못 가보는 사람도 있지만), 여자라면 누구나 멋들어지게 다녀오고 싶은 맘이 5톤 트럭을 채울 만큼이나 가득할 것이다. 한데, 조막만한 발에선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고, 동남아 원주민 같은 피부에다 여기저기 피멍이 들고 사이클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허벅지는 점점 튼튼해지는 경험을 하며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가 있다. 바로 만화가 메가쑈킹(정말 메가가 쑈킹할 일!)과 그의 아내 금보!!! 작정을 하고 덤빈 메가쑈킹이야 둘째치고 상황판단 대충하고 따라나선 금보의 인내심은 정말 본보기가 될 법하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언젠가 차를 끌고 친구와 함께 열흘 정도 전국을 헤맨 적이 있었다. 차를 몰고 다니면서도 그 피곤함이란 처음 떠날 때의 마음과 달라지는 법인데 자전거를 타고!! 그 아무리 쉬엄쉬엄 다녔다 하더라도 말이다. 해서 메가쑈킹은 모르겠고, 같은 여자로서 금보의 여행엔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장하다, 윤금보!!^^)  

일찌기 외삼촌네 자전거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자전거를 독학으로 배워 한 손으로 타기, 양 손 놓고 타기 등등 서커스에서 보여주는 묘기를 제외한 모든 기본 동작을 섭렵한, 딴엔 운동 신경 발달했다고 자부하는 나도, 그 어떤 것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공포스럽게 경험하는 엉덩이의 아픔을 아는지라 두어 시간은 옥삼바리! 외치며 신나게 즐기지만 그 이상은 절대적으로 노우!를 선언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들 부부의 자전거 신혼여행을 따라다니다 보니(정말 내가 그 일정을 같이 소화한 듯한 느낌이 든다. 겨우 만화를 봤을 뿐인데 느껴지는 이 피곤함과 뿌듯함이라닛!) 나도 나중에 결혼하면(!) 남편감을 잘 꼬드겨서 자전거 신혼여행, 꼭 해봐야겠다는 어이없는 결심을 순간적으로 하게 되었다.    

이런 결심을 하게 한 것은 이들이 친구가 아닌 부부였기때문이다. 그것도 갓 결혼한 부부라면 그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여행도 그 아무리 찌지고 볶고 싸우는 일이 허다해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배려심없다고 누누히 강조하는 메가쑈킹의 딱 그만큼의 배려와(화난 금보 앞에서 저질(!)댄스로 웃겨주기, 뻑하면 울컥(!)하며 침울해지는 금보 눈치보며 달래주기 등등) 힘든 줄 뻔히 알면서도 남편의 뜻에 따라 선뜻(물론 금보 나름의 전략이 있었겠지만!ㅎㅎ) 자전거 신혼여행에 동참하여 메가쑈킹보다 더 튼튼한 체력을 유지하며 부부일심동체란 이런 거다며 신혼초부터 알려준 금보의 심성이 내게 그런 결심을 가질 수 있게 유도한 것이지만 말이다. 아, 물론 메가쑈킹과 같은 남자를 만나야만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암튼, 텍스트로 만나는 숱한 여행기와 달리 만화로 보는 <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 1,2>은 마치 내가 그들과 함께 전국일주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바타처럼 3D 영상처럼 다가오진 않았지만 내게 있어선 거의 입체적인 풍경들이었는데 그건 아마도 그들과 같은 경로를 차로 다녀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가는 도시마다, 그들이 느끼는 여행의 감정들이 고스란히 내 것이기도 했으므로.  

또한 <탐구생활 혼신의 신혼여행1,2>을 읽으면서 즐거웠던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애드립을 보는 듯한 부부의 대화와 눈에 그려지듯 보이는 만화, 여행지의 풍경들을 찍은 사진과 간간히 나오는 그들 부부의 재미있는 모습들이 만화를 읽는 재미를 더욱 흥미롭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메가쑈킹과 금보가 나누는 대화들은 처음으로 메가쑈킹의 책을 읽는 나에겐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예를 들면 이런 것,   

섬진강 가의 아름다운 길을 달리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한국적이고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바로 이 길이 아닐까 싶어요."라는 메가쑈킹의 말에  " 337박자로 장구치면서 미디엄템포로 판소리라도 하고 싶은 분위기네요."라는 금보의 대답. 이 뿐만 아니라, 제주 송악산의 절경을 보며 "산신령이 MP3  들으며 조깅이라도 할 분위기"라거나, 맞바람을 맞으며 달리던 금보가 "천하장사가 뒤에서 끌어당기는 것 같아요."라고 투덜거리는 말, 식탐(!) 많은 금보가 저녁을 대거 먹은 후 체해서 내뱉는 "뱃속에서 누가 위장을 샌드백 삼아 두드리며 창자로 줄넘기하는 것 같아요"와 같은 말은 이들 부부가 정말 이런 대화를 자연스럽게 하며 사는걸까. 의심스러워지면서도 낄낄거리며 웃게 만들어줘서 만화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것 같다. 아무튼 말빨 없는 모범생(!) 스타일의 나로서는 이런 대화를 하며 부부 생활을 한다면 정말,  싸울 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했대나 어쨌대나...ㅋㅋ(난, 변식이 동생 변태야! 와 같은 말도 왜 그리 웃기든지-.-;;;)  

어쨌거나, 마침내 혼신의 힘을 다해 전국을 일주한 메가쑈킹과 금보에게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메가쑈킹의 말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공존하는 자전거 여행이야말로 인생의 축소판'이니 일찌기 그런 경험을 해온 그들로서는 앞으로의 인생은 저 먹는 게 아닌가 싶다. 또한 그 둘은 앞으로도 티격대고 재미있게 여행하며 나와 같은 처자들 약올리면서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메가쑈킹의 탐구생활, 처음이지만 재밌었다!! 아무래도 다른 책도 찾아서 챙겨봐야겠다. 제목들이 심상찮아서 마구 호기심을 당기니까. 특히 그들의 신혼여행에 보탬이 되고도 남은 <애욕전선 이상없다> 제목이 은근 당기잖아.ㅋㅋ  

자, 그럼!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데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메가쑈킹과 금보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떠나는 신혼여행에 동참해보시면 어떨지! 나도 모르게 옥삼바리! 외치며 신이 날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여행은 생각나지 않을지도... 왜? 피곤하잖아! 힘들어, 자전거 여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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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디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2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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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아요. 그런데 이건 내 방송이에요. 내 목소리예요. 나라고요. 내가 찾는 건 1980년대에 방송된 비슷한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은 후부터는 갈피를 못 잡았다. 이젠 다 알았다는 예감을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덮은 후에도 혼란스럽기만 했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도대체 어떻게 되었다는 거지? 다 알았다고 하는 순간부터 다시 헷갈리기 시작한 셈이다. 할 수 없이 다시 펼쳐서 다시 읽었다. 그래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너 번의 재 반복 후 내 나름대로 해석해버리고 말았다. 어차피 소설이란 읽는 사람 마음이니.

주말 오후, 제목과 표지의 으스스함이 나를 당기긴 했지만 슬쩍 훑어본다는 것이 빠져들고 말았다. 흥미로운 책들은 늘 그렇다. 훑어보다가 읽어버리게 된다. 더구나 이 책에선 짧은 장들이 빠져듦을 자극한 셈이기도 했다. 그렇게 책을 잡는 순간, 나도 모르게 <고스트 라디오>의 청취자가 되었다. 그건 그 누구라도 이 라디오를 듣는 순간 애청자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인데 <고스트 라디오>에 소개되는 청취자들의 경험담들은 한번쯤은 어디선가 들었던 괴담들인데다 어린 시절 할머니들이 들려주던 ‘무서운 이야기’처럼 혹은 우리가 공포 영화를 볼 때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영화를 감상하듯 무서워하면서도 들을 것은 다 듣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근심과 두려움을 이야기하려고 우리에게 전화해. 마음속으로 상상한 것이나 실제로 자신에게 벌어진 일, 혹은 벌어지길 바라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이야기가 재밌으면 모두가 즐겨. 설령 시시해도 최소한 전화 건 사람은 가슴이 후련해지지. 그리고 청취자들이 바라는 건 그런 이야기가 주는 놀라움이지. 자발성의 힘. 예측불가. 다른 사람들의 비밀이 선사하는 무한한 가능성 같은 것들 말이야."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느끼는 공포를 귀로 들으며 내가 아님을 안도해하는 마음. 혹은 너의 이야기가 무섭지만 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는 놀라움은 어릴 때 부모를 사고로 잃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마저 잃고 살아가는 호아킨의 비밀스런 과거를 알게 되는 것과 같다. 마치 청취자의 괴기스러운사연을 듣는 것처럼. 

고스트 라디오』는 그런 재미와 흥미를 보여 준다. 이게 현실인지 상상인지, 또는 호아킨인지 가브리엘인지, 지금 이곳이 이승인지 저승인지 아무도 모른다. 고대 중남미를 지배했던 부족 톨텍의 전설이 등장하고, 펑크 밴드의 으스스한 가사와 고스족의 패션을 하고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즐기는 여자가 나오는가 하면 제목이 보여주듯 섬뜩한 해적방송 <고스트 라디오>의 생생한 라이브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배경에서 펼쳐지는 『고스트 라디오』는 청취자들의 기이한 사연 속에 호아킨이 경험하는 더 기이한 현상을 느끼며 책을 덮은 후에도 뭔가 찝찝한,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제대로 책을 읽은 게 맞는 거야? 뭐 이런.

그러거나 말거나, 『고스트 라디오』가 정말 존재한다면 한번쯤은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주 어렸을 때 서울에 있는 라디오 주파수 찾다가 우연히 듣게 되었던 북한(!) 방송처럼 스릴 넘칠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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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5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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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제 책상 옆에는 이철수 님의 그림 달력이 걸려 있었습니다. 매달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새로운 그림과 새로운 글을 읽으며 한 달 동안의 건투(!)를 빌곤 했죠. 올해 12월이 되어 달력을 넘겨 보니 이런 글이 실려 있었습니다. 

시집을 읽다가 
-우편배달부는
늘 늦는 것이다- 하는
대목을 보았다.
그로써
온 나라의 배달부가 다
늦게 다니는 것을
알았다.  

'궁금한소식' 

그러곤 밑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사람의 그림이 있습니다. 사실 별 것도 아닌 내용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철수 님의 그림과 글은 그런 것 같습니다. 짧은 글과 그림에서 따듯함을 느낄 수 있는, 그래서 활짝 웃게 되는. 일을 하다가 조금 지친다 싶을 때 벽에 걸린 달력을 보며 미소 짓다가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그런 글과 그림을 이철수 님은 그리는 것 같습니다. 

새 책이 나와 책을 펼쳐보니 첫 글이 '다시 시작하는 새날'입니다. 2009년도 이제 이틀이면 과거 속으로 사라지게 되고 2010년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시즘에 이 책을 만나게 되니 은근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철수 님의 '다시 시작하는 새날'로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기분!^^ "당신이 있어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해가 떠오르고, 하루 사셨지요?
하루 제일 기뻤던 순간이 언제였을까요?
달이 떠오르죠, 하루가 흘러 버렸지요?
내일로 가져가야할, 짐이 될 일이 뭐 있으신지요?
오늘 못할 일이야 있겠지요?
저도, 새기다 둔 판화를 다 잊고 이어 새기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내일 일입니다. 다 잊고 다 내려놓고 쉬어야지요.
짐꾼도 지고 있던 짐 내려놓아야 쉬게 되듯, 마음에 안고 있는
짐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늦도록 그림 그리고 나면 신경이 지칠 법한데  
곤두서서 잠을 못 이룰 때가 많습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데 서툴다는 뜻입니다.
깊이 쉬고, 다시 시작하는 새날을!
 

그래요, 2009년 못한 일도 많지만 굳이 안고 있지 않을래요. 푹 쉬고 새날에 다시 시작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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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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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여배우들>이라는 영화를 봤다. 원래 여자는 여자에게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여자 이야기'에는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간다. 어쩌면 나 아닌 '다른 여자'에 대한 질투와 경쟁심, 동경 같은 것이 은연중에 내 맘을 파고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유에서 '여자'와 관련된 이야기들에 꽤 흥미를 가지는 편인데 마침, 고종석의 이 책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고종석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저자들이 세계의 이름난 여자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들을 피력하거나 혹은 그들의 전기를 간략하게 보여주는 글들을 써오기도 했다. 여신이나 혁명가, 팜므파탈이나 조선의 악한 여자들까지. 그렇게 세계의 다양한 여자들을 알아왔는데 저자에 따라 그 읽는 재미가 달랐다. 특히 고종석이 말하는 여자들은 그들과 조금 다르다. 물론 여태껏 알아온 유명한 여자들도 많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여자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여자들이다.  

'제인 마플'(아는가? 이름은 많이 들어왔지만 이 여자는? 하는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무라사키 시키부'(겐지 이야기라고 하면 아하! 하는 분들 있겠다.) '이화'(이건 정말 재미있는 선택인데 고종석이 말하는 여자들에서 가장 독특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결국엔 이화라는 여자보다 장미희라는 여자에게 더 관심이 갔던 것이 분명하지만.) '갈라 엘뤼아르 달리'(변동림을 떠올리며 비슷한 운명의 갈라에 대해 고종석이 말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나중에 꼭 이 여자와 관련한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후지타 사유리'(맞다.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그 사유리다.).  

또한 고종석은 역사 속에 존재하는 여자들을(측천무후, 사포, 마리 앙트와네뜨 등등) 말하기도 하고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여자들을(최진실이나 다이애나 같은) 떠올리기도 하며, 지금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오프라 윈프리, 임수경) 여자들에 대해 사유하기도 한다.  

고종석의 글을 읽은 것은 『도시의 기억』이란 책이 고작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의 문체가 좋다. 쉽게 읽히지만 난삽하지 않다. 굉장히 인문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감성적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솔직하다. 그들을 찬양(!) 하지만 내면을 꿰둟어보는 듯 꽤 진지하고 깊이 있다. 

고종석은 페미니즘 코드로 이 여자들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 역시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여자가 아닌고로 고종석의 서른네 명의 여자들에 대한 생각들이 흥미를 끌었고 깊이를 얻었다. 인물의 중요도보다 취향과 변덕을 반영하고 있다하더라도 말이다. 해서 "역사에 기록되는 '행운'을 지닌 여자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주로 극단적 역할을 맡았던 이들" 이든 그렇지 않든 고종석이 말하는 여자들에겐 왠지 부쩍 관심이 간다. 여자라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더불어 이번 기회에 고종석의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나.

 

참고로, 내가 아주 맘에 든 여자는 오리아나 팔라치, 생전 처음 들어본 이름이고 그녀에 대해 고종석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굉장히 매력적이다. 뭐, 굳이 꽤 멋지게 나온 섹시한 할머니 모습의 그녀때문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 정도로만 멋지다면 좋겠다. 역시 이건 동경이다. 같은 여자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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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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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읽으면서 정이현 작가가 달라진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녀의 책을 읽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 까닭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영향이 무척 큰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정이현은 굉장히 도시적이고 현대적이며 젊은(!)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그런 그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으므로. 그런 까닭에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대충(항상 좋은 책은 대충 책을 보다가 발견한다!) 훑어본다며 책을 펼쳤다가 그만 『너는 모른다』에 푹 빠져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대한민국의 하천과 바다, 호수에서 연평균 천 구가 넘는 표류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중 한 구인 셈이다. 이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 부모의 이혼으로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와 살고 있던 남매 그리고 아버지와 새엄마, 열한 살의 이복동생. 혈연으로 묶여있지만 과연 이들이 가족인가? 싶은 가족. '개별자이자 단독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변명과도 같은 나름의 사연들이 변사체가 발견되기 석 달 전으로 되돌아가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는 뒤이어 나오는 가족들과 과연 어떤 관계인가, 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열한 살 이복동생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이의 행방을 둘러싸고 터져나오는 가족 개개인의 입장들은 도대체, 누가, 왜, 혹은 설마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런고로 정이현 작가의 이번 소설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변사체는 누구인지 심증조차 가지 않아 도무지 책을 덮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르게 보면 정이현 작가의 이번 소설은 '달콤한 나의 도시'와는 정반대의 소설로 '씁쓸한 우리 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복동생을 유괴하겠다고 했던 언니, 옛애인과 만나는 새엄마,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 가족이면서 타인처럼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정이현 작가가 깨달은 것처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은 정말 '가족의 문제'이므로. 

난 언제나 해피엔딩이 좋다. 특히 가족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책을 덮고 나니 아픔이 밀려온다. 분명 '타인'에서 이제 비로서야 '가족'이 되었는데…그렇다면 분명 해피엔딩이 맞는데…왜? 궁금하면 읽어볼 일이다. 너만 모를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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