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에 내 서재에 들어오게 되었다.
오래도록 비운 방. 한동안 들어오지 않았지만 손님들은 왔다갔다 했던 방.
북플도 안 하고, 오로지 모바일로 책 구매만 해오던 터라, 간만에 오니 낯선 듯 익숙한 서재.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는 알라딘 내 서재. 꼭 간만에 고향 온 듯 푸근하다.
요즘 전자책에 재미를 들여, 전자책으로 나오는 도서라면, 웬만하면 전자책으로 구매를 하려고 한다. 그치만 그럼에도 전자책 아닌, 꼭 도서로만 구매를 해야 하는 책들이 있으니, 이런 책들이었다.
김연수 작가의 새 에세이 <시절일기>, 너도나도 감성적인 제목의 에세이들이 판을 치는 마당에 <시절일기>라니, 좀 더 길고 달달한 제목이면 좋겠으나(누군가의 말처럼 '올드'해보이는 제목이라는 말엔 동의할 수 없지만), 난 김연수 작가와 참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을 했다. 창비에서 나온 <여행할 권리>처럼. 부제로 나온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이 <시절일기>를 대변해주고 있으니 책 속엔 김연수다운 글들이 가득할 거라는 믿음이 있고.
그 흔한(!) 메모지 굿즈 하나 안 붙이고(설마, 예판 끝내고 굿즈 붙이거나 그러진 않겠죠? 아 물론 우리가 작가보고 책 샀지, 굿즈보고 책 샀겠냐마는ㅋ), 작가의 말조차도 없고(책엔 있겠죠?), 책속밑줄 하나 안 보여주고(도대체 어떤 글들일까? 짧은 책소개만으로는 궁금증이 풀리지 않음) 책을 팔겠다는 출판사의 배짱(!)이 은근히 맘에 든다. 분명, 책에 자신이 없고서는 이럴 수 없음을?!^^(와, 애정함을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는 애독자 ㅎ) 그래서 기대 잔뜩하며, 책을 기다려봅니다.
회사에서 독서모임을 일주일에 한번씩 가진다. 점심 먹으며 간단하게 하는 독서모임. 처음엔 단편들이었다가 어느 날은 그림책이었다가 또 다른 날은 만화책이기도 하고. 책 이야기를 하다가 삼천포로 빠지고 정치사회 이야기를 하다가 가끔은 연옌, 넷플릭스 추천도 받으며 중구난방 책수다를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다.
이번주 모임의 도서는 <기분이 없는 기분>이다. '기분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고 기분이 없는 기분' 전자책도 있지만, 왠지 종이책으로 사고 싶었다. 추천한 동료가 공감백배하였다고 하니, 책이 도착하면 공감백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들이 이번 주에 오고갈지, 꽤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 (그나저나 책소개로 봐서는 왠지 슬프고 우울할 것 같은데..ㅠ)
그리고
김애란 작가의 <잊기 좋은 이름>과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 윤성희 작가의 <상냥한 사람>을 구매했더니 4만원이 넘었다. 2천원이 모자라 포스트잇플래그를 구매했는데, 다들 비싸고 양도 적고 클립도 맘에 안 든다고 했던 그 플래그, 난 사용해보니 참 좋은데 이제 품절인가요? 안 파나요?(-.-)
들어온 김에 나의 알라딘 20주년 기록을 보았다. 난 아직 10층도 못 올라갔네. 더 분발해야겠으나 전자책 구매가 많아지니 점점 올라가기 힘들겠지? 그리고 역시 난 한국문학 마니아! 시도 소설도 에세이도 무슨 책을 한국문학만 샀다니? 집엔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한데....여튼 나머진 영미문학. 일본문학, 프랑스 소설.. 난 문학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