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 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에두아르도 푼셋 지음, 유혜경 옮김 / 새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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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부제로 적힌 글을 보며 그거야 뭐 인간으로서 살아왔으니 인간이겠지, 라는 조금 무식한 소릴 해대며 이 책을 펼쳤다. 제목에서부터 인문학적 지식을 팍팍 풍기며 쉬운 것 좋아하는 날 압박하는  '인간', '뇌', '과학', '보고서'와 같은 단어는 과연 내가 이 책을 이해, 아니 이해는커녕 읽어낼 수나 있을까, 의심스럽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책을 잡은지 요며칠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며 이해할 것만 이해하고 책을 덮었는데 그럼, 이제 너의 의견을 말해 봐! 하면 어버버버버~ 거리며 횡설수설할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주목해야 할 책임에는 틀림없으므로 어버버버거리더라도 열심히 한번 써본다.
 
이 책은 과학, 진화, 뇌, 인간, 심지어는 우주와 박테리아, 생식 등등 무한히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길 한다. 별의 기원이랄까, 우리의 기원이랄 수 있는 과학적 업적을 바탕으로 빅뱅에서 시작한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탄생, 인간의 탄생 그리고 인간의 뇌와 관련한 인간 본질까지 광범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중 나를 가장 많이 자극한 부분은 '뇌'였다. 뇌의 인식과 뇌의 결정, 뇌의 감성과 뇌의 화학적 반응, 뇌의 경험과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저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은 인간의 뇌는 복잡한 소우주라고 했다. 뇌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활약하는 부분은 의외로 많아서 우리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르게 지구에서 번성하고 문명을 이룬 것은 뇌의 진화가 탁월했기 때문이란다. 인간의 뇌가 다른 생명체보다 크다고는 해도 코끼리에 비하면 쨉도 안 되고, 다른 덩치 큰 동물들의 뇌에 비하면 훨씬 작은 존재임에도 몸무게보다 커다란 뇌를 지니며 표면의 회백질을 받달시키고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지구 번성에 기여를 했다는 거다. 그 뇌가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데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뇌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접해본 분들은 넌 아직도 그걸 몰랐냐? 되물으시겠지만 네, 몰랐던지라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하고 싶었다나.

우리는 뇌의 결정을 인식하지 못한단다. 뇌의 인식은 과거형이므로 우리가 뇌의 결정을 인식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소우주인 뇌가 그 소우주를 온전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 소우주의 작용에 대해 책에서 보여준 '결혼을 할까 말까' 부분과 '감성 마케팅' 부분은 뇌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무의식적인 기호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쉴 새 없이 오가는 동안 경쟁에서 이긴 사안만이 의식의 문턱을 넘어 우리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순간 뇌는 결정을 한다. 이 사안을 그냥 넘길까, 표현을 할까, 아니면 취소할까." 로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받는 교육이나 훈련과 관계가 있다. 그 이유는 일상적인 행동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식적인 모든 행위를 거부하기 위해서 뇌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이가 들면 뇌의 기능은 퇴화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지는 것이 있으니 적응력과 유연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가 희어지는 걸 보면서도 '음, 그다지 흉해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뇌는 이런 종류의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 

이 책에서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주말에 본 영화 탓이었을까? 14장에 나온 마녀이야기였다. 언어의 기원에서 시작한 이야기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의 중요성을 간과한 인류 과학자의 무지와 오류가 바로 마녀였다고 한다. 마녀와 관련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것은 내가 여자이고 아까 말했듯이 마녀 영화를 본 탓인 것 같다. 암튼 이상한 약을 만들고 악마와 거래를 하는 마녀의 모습은 선사시대에 남자들이 사냥이나 바깥 일을 기울일 때 여자들은 동굴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란다. 그 비법은 여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와 중세까지 오면서 치명적인 병에 대한 민간 지식을 쌓았던 여자들이 그 지식으로 병을 치유하자 마녀로 몰았던 것. 이런 이야길 들으면 같은 여자로서 쫌 슬프다.-.-;;

또한 15와 16장에서 보여준 기억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은 몸과 뇌가 담고 있는 세상, 뇌의 경험은 무의식적으로 흔적을 남기며 이는 유전자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는데 앞의 과학적인 이야기들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흥미로웠다.  

어쨌든 과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일까? 무쟈게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결코 그렇지는 않다. 매번 인문학적인 책을 접할 때마다 지식이 팍팍 쌓이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책은 잘 안 읽으려 하는지 내 '뇌'는 뭔가를 좀 알고 있지 않을까? 과거의 기억과 경험과 화학적 반응까지 알아내면 알 수 있을려나? 왜 그러는지^^;; 

암튼, 진화와 인간, 그리고 뇌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인간과 뇌가 말하는 '우리'에 대해 한번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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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 고궁, 박물관, 왕릉까지 한 권으로 완전정복
구완회 지음 / 낭만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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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눈이 펄펄 내리는 날엔 고궁이 떠올라요.
언젠가 겨울, 창덕궁에 간 날 눈이 펄펄 내렸는데 그 눈을 맞으며
고궁 관람을 하던 기억이 오래오래 남더라구요.
또 비가 내리는 날엔 고궁에 가고 싶어져요.
처마 밑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시름 다 잊어버린다는^^
고궁은 마치 고향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변함 없이 있으면서
찾아오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준답니다.

한데, 그곳에 가면서도 정작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어떻게 지어진 것인지 알고 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텔레비젼에서 본 게 다 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넵, 제가 그렇습니다.-.-;),
역사 시간에 스치듯 배운 걸 조금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어쩌면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고 학교 숙제로 어쩔 수 없이
고궁에 관한 공부를 다시 하는 부모님도 계실 테죠.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고궁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소개해봅니다^^ 


 

사실, 이 책의 표지만 봤을 때는
여느 어린이 책과 다름 없는 고궁에 관한 간단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부제로 고궁, 박물관, 왕릉까지 한 권으로 완전정복 이라는 거창한 말을 해놨어도
아이들 책치곤 좀 두껍네, 했다나요.
근데 어익후, 책을 펼쳐보니 이건 아이들이 보는 책이 아니네요.
아니, 아이들도 볼 수는 있겠지만 이 책의 취지는 그게 아니라
부모들이 보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면 좋을 그런 책이에요. 

저자가 프롤로그에 적은 글을 보니
언젠가 간 고궁에서 숙제하러 온 아이와 고궁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묻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대답은 못해주고 그저 숙제나 하라며 큰소리 치는 엄마를 보고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기로 마음 먹었대요.

방학만 되면 아이들은 고궁으로 박물관으로 방학 숙제 하러 다니기 바쁘죠.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오로지 숙제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숙제나 시킬 뿐
고궁의 궁금증을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말이죠.

아, 그렇지 않은 엄마들도 많다구요? 헤헤
그렇담 제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 아이들의 숙제 같은 것을 잘 몰라서 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휴, 발끈하시기는요 ㅋㅋ 

아무튼 저도 역사에 관심이 많고 나름 학교 다닐 때 역사 공부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 책의 첫 장에 나오는 경복궁에 관한 이야기로 들어가고 보니
헉, 왜 이리 모르는 사실들이 많은지,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고궁 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알고 보니 고궁은 산책용이었나 싶은 생각이-.-;;;;
상식으로 알아도 충분히 알만한 것조차도 제가 기억해내지 못하고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책장을 넘길 때마다 쓰나미처럼 부끄러움을 몰고 오더군요.
앞으론 어디 나가서 고궁 좋아한단 소린 하지 말아야겠어요.
이 책을 다 읽고 마스터하기 전에는.

『아빠가 알려주는 문화유적 안내판』,
제목엔 '아빠'라는 단어가 나왔으니 아빠들이 봐야할 책? 하시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어른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고 아이든 조카든 고궁으로 놀러 갔을 때
이곳은 말야~ 하고 그곳에 대해 술술 말해줄 수 있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약 제가 제 조카를 데리고 그렇게 설명을 해주며 다닌다면
분명 제 조카는 저에게 '천재 고모'라는 별명을 붙여줄 것이기 때문에ㅋㅋ 



먼저 책을 넘기면 목차가 나와요(당연한 것을-.-;;)
보시다시피 옛 궁궐 걷기와 박물관 탐험이 나오고
3장에선 조선 왕릉 걷기, 마지막엔 재미있는 역사 상식을 가르쳐준답니다.  



순서는 보시다시피 경복궁을 시작으로
전 잘 모르는(아니 아직 가보지 못한) 경희궁과 종묘까지 상세하게 설명을 해준답니다. 



하나의 고궁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그림으로 그린,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궁의 안내도 나오고
둘러보는 코스를 알려주어요. 각 곳의 명칭은 물론이고요. 



그리고 그곳의 모든 것을 설명해두었으며 '아빠의 해설'이라는 칸을 마련해두어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면 좋을지, 뭘 얘기해주면 좋을지 미리 알려주고 있어요.
와우, 읽어보니 이 정도면 문화해설사 따로 필요가 없겠어요. 



책에는 그곳의 역사를 이야기하면 사진을 많이 넣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고궁 하나를 소개할 때마다 팁을 하나씩 만들어
역사의 궁금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풀어냈어요.


하루에도 몇 권씩 쏟아지는 아이들의 역사 공부 관련 책들,
저도 늘 관심 있게 보는 편인데
다들 너무 아이들 위주로 보다 보니 가볍다는 생각을 했고
또 인문서로 나온 것들은 너무 어려워서(역사는 어렵다고요. 저는)
시작부터 흥미를 잃게 만들기 태반인데
이상하게 이 책은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혹은 나의 얄팍한 상식을 위해서도
(고궁으로 데이트할 때 상대방에게 잘난 척하기에 딱 돟은 ㅋㅋ)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 만하네요.
이번 방학에 고궁에 갈 예정이라시면
부모님들, 꼭 한번 읽어보고 가시길 권합니다.
아이들이 그곳에 대해 술술 얘기해주는 엄마, 아빠를 다시 보게 될 테니까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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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 - 그림으로 읽는 소설, 소설로 보는 그림
수잔 브릴랜드 지음, 정은지 옮김 / 아트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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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림 보는 것은 좋아라 하는 편이어서 그림과 관련한 책은 가리지 않고 읽어보는 편이다. 그런 탓에 깊이는 없고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는데다, 화가들의 인생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가 언젠가 교육방송에서 하는 인상파들이 나오는 영국드라마를 보고 난 후에 화가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미술에 대해 잘 몰랐으니(공부 안한 티가 난다) 인상파 화가들이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중심으로, 누구인지 알 도리가 없었으며 그런 까닭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화가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그 드라마를 보며 놀랍기만 했다나. 한데 그 드라마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호기심 충족에 인상파라는 미술학파를 확실하게 내 머릿속에 인식시켜 주었다. 그 후로 인상파 이야기라면 지식이 쌓이든 말든 찾아 읽었다. 그러니 이 책『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의 책소개를 보고 1부가 인상파 화가를 중심으로 쓴 소설이라고 하니 관심 집중된 것은 당연. 

첫 이야기 「물뿌리개를 든 미미」에는 이웃집에 사는 '삼십대로 야위고 점잖은 갈색 바지와 둥근 펠트 모자로 소박하게 차려입은' 화가로 르누아르가 등장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림을 보면 화가의 의도와 상관 없이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펼치게 된다. 작가인 수전 브릴랜드 역시 그랬다. 르누아르의 그림을 보며 그녀는 상상력을 펼쳤다. 소설 속에는 실제 인물인 르누아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그가 그린 그림 중 몇 편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 보면 진짜로, 르누아르에게 이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그 그림을 그린 배경이 이런 상황이었던 것처럼 보이게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진 단편은 폴 세잔이 나오는 단편 「이 돌들 중에서」였다. 내용보다는 폴 세잔이라는 인물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데 앞서 말한 영국드라마(찾아보니 - 영국 BBC가 제작한 미술드라마 "빛을 그린 사람들"이란다. 모네, 르느와르,드가,마네,세잔 등 19세기말 프랑스 인상파 화가들의 삶과 예술을 다룬 3부작 드라마였다.)에서 기억나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드라마에선 마네가 매독으로 침대에 누워지내던 장면과 다른 화가들에 비해 부유했던 세잔이 화구를 챙겨서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리러(?) 다니던 장면이 있었지만 유독 세잔과 관련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드라마에서 세잔은 젊었지만「이 돌들 중에서」에 등장하는 세잔은 나이가 들었다. 서로 매치가 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리길 좋아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암튼 젊은 세잔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작가, 그와 관련한 장면이었다.  

그는 바로 인상파 화가들을 알게 되면 빼 놓을 수 없는 작가, 에밀 졸라이다. 세잔의 유년 친구이기도 한 그는 자연주의 작가로도 알려져 있으며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 미술비평가로도 활약했다. 에밀 졸라는 "'봄의 미술전'에 비평을 써서 기성의 대가들을 비판하고 마네·피사로·모네·세잔 등 신진의 불우한 인상파 청년화가들을 강력히 지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에는 아쉽게도 세잔과 에밀 졸라의 관계에 관한 단편이 나오지 않지만 인상파 화가의 이야기를 담은 에밀 졸라의『작품』을 같이 읽어보면 인상파 화가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가 실제의 화가와 그림 그리고 허구의 내용을 다루었다면 『작품』에서는 이름을 달리 사용했지만 누군지 뻔히 알만한 화가와 작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소설이면서 실제일 수 있는 이야기라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좋을 테니 말이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에는 르누아르와 세잔 외에도 모네, 마네, 고흐와 모딜리아니와 유일한 여자 화가 모리조가 등장하는 단편들이 들어 있다. 그들은 대부분 화자에 의해 묘사되는데 르누아르와 세잔의 이야기를 비롯하여 모든 단편들이 진실인 듯 아닌 듯, 매우 흥미롭다. 특히 마네와 모리조의 관계는 이 책에서 알게 되었는데, 다른 책을 찾아볼 정도로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우리는 그림을 볼 때마다 나만의 감상을 가진다. 그런 감상들은 그림과 함께 많은 책들을 만들어냈다. 가끔은 그림을 보며 치유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보며 안정과 위로를 얻기도 한다. 또한 수전 브릴랜드처럼 상상력을 펼쳐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림과 글에 대해서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맛보기도 한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는 그런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읽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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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앙, 리투아니아 - 초유스가 전해주는 호수, 숲, 그리고 농구의 나라
최대석 지음 / 재승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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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그 이름도 모르는 나라들이 많다. 우물 안 개구리마냥 대한민국을 빠져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 터라 잘 모르는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무조건 궁금해한다. 여행책을 좋아해서 웬만한 나라의 여행책은 죄다 섭렵하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이번에 읽은 『유럽의 중앙, 리투아니아』도 그런 나라였다. 이름만 듣고선 문득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 그건 여행서가 아니라 세계지리 관련 책이었기에 조금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 책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은 세계 패권과 정치지리에 관해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마다 나중에 기억이라도 날까, 싶었는데 나라 이름을 듣자마자 그 나라가 기억나는 것을 보니 리뷰도 나름 효과가 있기는 있는 둣하다. 암튼, 그 몇 년 전에 내가 쓴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의 리뷰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그럼, 유럽지도부터 살펴보자. 유럽연합이 창설된 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가 유럽에 속해있으면서도 유럽연합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또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곳에 속해 있는 ‘터키’는 유럽연합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로 인해 아직도 유럽연합의 국가들이 이웃나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든 이면에는 종교와 인권, 정치적 상황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뿐이 아니다. ‘리투아니아‘와 ’벨로루시‘가 유럽연합에 가입되면서 유럽연합 안에 섬이 하나 등장 했는데 그 섬이 바로 발트 해의 홍콩이라 불리는 ‘칼리닌그라드‘이다.

읽어보니 '리투아니아'에 관한 글은 나라 이름 하나 뿐인데 그걸 기억하다니 리뷰를 쓰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못했을까? 어쨌거나 아마도 그건 발트 해라는 바다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투아니아는 그곳에 있었다. 칼린그라드 옆 레토니아 사이에.

리투아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갑자기 밀려든 이유는 한 작가가 러시아 쪽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리투아니아에 도착하여 십자가 언덕에 십자가를 메고 갈 것이라는 조금은 멜랑꼴리한 글을 트윗으로 올려 그걸 읽었기 때문이지만 그때는 아, 그런가보다 하다가 박칼린의 트윗에서 십자가 언덕을 이야기하며 어머니 고향이 바로 '리투아니아'라는 글을 읽었던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다들 박칼린의 책 『그냥』을 읽고 리투아니아에 있는 십자가 언덕에 관심을 가지자 그에 대한 답변을 그녀가 올렸던 것인데 다행이라면 마침 내게 박칼린의 책이 있었고, 그 책에서 리투아니아와 십자가에 얽힌,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읽게 되었던 거다.

 

엄마의 고향인 리투아니아. 2차 세계대전 때 5살 어린 소녀였던 우리 엄마는 여동생 둘과 외할머니 손을 잡고 미국으로 피난 왔다. 나머지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리투아니아에 그대로 남았다. 리투아니아는 1944년 소련에 흡수되면서 조국을 떠난 피난민들에게는 다시는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46년이 흘러 1990년 리투아니아가 소련 연방국 중 첫 번째로 독립을 선언했다.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과 유럽의 불안정으로 그동안 그 누구도 갈 수는 없는 땅이었다. _박칼린 『그냥』중에서

그런데 그곳으로 박칼린의 엄마가 드디어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감동적인 것은 5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한 감동은 뒤에 있었는데 엄마의 뜻깊은 고향 방문을 위해 박칼린이 귀향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 했고 그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리투아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질 뿐이었다.

그런 찰나였다. 이 책을 만난 것은

그동안 여행 책을 읽은 것은 대부분 에세이 형식의 책들이었다. 여행지의 소개가 잠깐 나오고 간단한 정보도 소개는 하지만 대부분 자기 감상적인 에세이 형식이었는데 이 책도 그러려니 했다. 더구나 책소개에서 슬쩍 훑어본 바로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의 방법 중 하나인 그곳에 머물면서 완벽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과 비슷한(!) 아예 그곳에 사는 분이 쓴 책이라는 거다. 오홋, 호기심이 당겼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이는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속까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겠구나 했다. 책이 오자마자 바로 펼쳤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한데, 내가 그동안 읽어오던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여행책이라기보다는 리투아니아에 관한 정보 책이었다. 이런 책은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이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약간의 지식을 가져야 할 때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살짝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리투아니아에 관한 조금의 지식도 없다면 일단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이 책에는 리투아니아의 도시들과 축제와 문화, 음식과 생활, 교육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에 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반응까지 적어두었다. 책을 쓴 저자는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리투아니아 관련 글을 올렸던 꽤나 유명한 블로거였다. 그러고 보니 한번쯤은 그 글을 읽어본 기억도 나는 듯 했다. 암튼 저자가 소개하는 리투아니아는 조금은 쓸쓸해보이면서도 꽤나 이국적이었다. 언젠가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발견하고는(마치 내가 발견한 것처럼)그곳엔 꼭 가보리라 맘먹었는데 리투아니아도 역시 그랬다. 백조의 호수처럼 백조들이 놀고 있는 그 아름다운 호수 '트라카이'를 보는 순간, 그곳에 있는 '트라카이 성'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곳의 주식은 감자라고 하니 감자라면 어떤 형태의 감자든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치 고향의 음식을 그리듯 그곳 감자요리가 궁금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리투아니아에 빠지듯 책을 읽은 후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마치 리투아니라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다음에 리투아니아를 가게 되면 언젠가 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하나도 낯설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책은 그랬다. 

 

단점이라면 표지와는 다르게 살짝 실망스런 편집이지만, 요즘 나오는 여행 책들이 워낙 멋지고 세련되어 그런 까닭이었다. 그래서 그런 겉모양 때문에 책을 덮어버리면 앞으론 영영 리투아니아에 관한, 이토록 알찬 정보는 얻을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리투아니아로 떠날 계획이 있거나, 리투아니아에 관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도 트라카이 호수에 떠 있는 트라카이 성을 보는 순간, 리투아니아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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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삼총사 창비아동문고 258
김양미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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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은우만한 조카가 있는 나는 이 책을 읽고 놀러온 조카에게 이 책을 권했다. 속으론 당연 이 조카가 이 책을 읽었을 것이라 예상은 하면서... 역시 아니나 다를까, 읽었댄다. 재미있었냐고 물으니 재미있었단다.  어느 부분이 재미있었냐고 하니 그 또래 녀석들이 대답하기 귀찮으면 하는 말 "다아~"  물은 내가 바보였다.

따로 또 삼총사』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어쩌면 나만 그 아이들을 어리다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나도 오래 전 초등 4학년때엔 다 컸다고 생각했으니까.), 엄마를 잃고 아버지하고만 사는 은우를, 자폐아 동생을 둔 형빈이의 마음을 어떻게 이해할까 싶은데 책속에 나오는 은우, 형빈, 찬기 이 세 아이를 보면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다.

아이라면 늘 해맑고 천진스러워야 한다는 지론을 가진 나로서는 엄마를 잃고도 씩씩한(속으론 외로워하지만 겉으론 꿋꿋하게 사는) 은우나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폐아 동생을 돌보는 형빈이,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를 그리워하는 찬기를 보면서 작가가 아이들의 삶을 너무 힘들게 하는구나 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나름대로 너무나 씩씩한 아이들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다. 그 아이들이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이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나보다 더 철이 든 것 같다는 생각. 다르게 보면 꿀꿀할 수도 있는 상황을 아이들답게 너무나 예쁘게 그려냈다는 생각...  

12살이라는 나이는 어린이에서 소녀나 소년이 되어 가는 경계선이고 어른들의 세계를 어렴풋이 알아갈 시기이며, 혼자가 좋은만큼 책임감과 인생의 '맛'도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이다. 그래서 혼자여도 좋고 우정을 알아가고 셋이어도 좋은 관계가 되기도 한다. 

김양미 작가는 그런 성장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주변의 따뜻함과 혼자이지 않다는 안도감, 형빈이와 함께 만드는 신문을 통해 이웃들과의 소통까지도 보여주며 건강한 삶의 방식을 들려준다.그러므로 우리 아이들에게 삶의 어떤 깨달음을 알게 해주려거든 말로 잔소리처럼 떠드는 것보다는 『따로 또 삼총사』처럼 따듯한 동화책 한 권 슬쩍 건네주는 것,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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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16: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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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16: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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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2 1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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