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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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읽으면서 정이현 작가가 달라진거야? 라고 생각했다가 이내 생각을 바꿨다. 그녀의 책을 읽은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을 한 까닭은 『달콤한 나의 도시』의 영향이 무척 큰 탓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알고 있는 정이현은 굉장히 도시적이고 현대적이며 젊은(!)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그런 그녀가 이런 소설을 썼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으므로. 그런 까닭에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은 채 대충(항상 좋은 책은 대충 책을 보다가 발견한다!) 훑어본다며 책을 펼쳤다가 그만 『너는 모른다』에 푹 빠져 하루를 보내고 말았다.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한강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대한민국의 하천과 바다, 호수에서 연평균 천 구가 넘는 표류사체'가 발견되는데 그 중 한 구인 셈이다. 이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 부모의 이혼으로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와 살고 있던 남매 그리고 아버지와 새엄마, 열한 살의 이복동생. 혈연으로 묶여있지만 과연 이들이 가족인가? 싶은 가족. '개별자이자 단독자'로 살아가는 그들의 변명과도 같은 나름의 사연들이 변사체가 발견되기 석 달 전으로 되돌아가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변사체로 발견된 남자는 뒤이어 나오는 가족들과 과연 어떤 관계인가, 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열한 살 이복동생의 행방은 어떻게 된 것인가? 아이의 행방을 둘러싸고 터져나오는 가족 개개인의 입장들은 도대체, 누가, 왜, 혹은 설마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그런고로 정이현 작가의 이번 소설은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변사체는 누구인지 심증조차 가지 않아 도무지 책을 덮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르게 보면 정이현 작가의 이번 소설은 '달콤한 나의 도시'와는 정반대의 소설로 '씁쓸한 우리 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복동생을 유괴하겠다고 했던 언니, 옛애인과 만나는 새엄마,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르는 아버지, 가족이면서 타인처럼 살고 있는 그들을 보며 정이현 작가가 깨달은 것처럼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은 정말 '가족의 문제'이므로. 

난 언제나 해피엔딩이 좋다. 특히 가족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한데 책을 덮고 나니 아픔이 밀려온다. 분명 '타인'에서 이제 비로서야 '가족'이 되었는데…그렇다면 분명 해피엔딩이 맞는데…왜? 궁금하면 읽어볼 일이다. 너만 모를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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