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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처음 보는 작가다. 오바마와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라고 한다. 제목만 봐서는 딸인 내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에세이라서 그랬을까, 아님 이제는 나도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 그랬을까. 우연히 '힘든가요, 지쳤나요… 지금 용기가 필요한가요?'라는 띠지의 광고를 보지 않았다면 책을 펼쳐 볼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마야 안젤루, 읽으면서 그녀의 소설이나 다른 글들을 먼저 접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무덤덤하게 내보이는 그녀의 다양한 인생들을 읽으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여러 번의 인생을 살겠지만 마야 안젤루의 삶처럼 굴곡진 삶을 산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열여섯 어린 몸으로 미혼모가 되고, 믿었던 남자친구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기도 하면서 버스 차장에 댄서, 가수, 요리사 등등 삶의 밑바닥이라면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온 그녀의 삶, 흑인이라는 선택받지 못한 인종으로 태어나 모든 차별을 겪으며 살아온 인생은, 지금 힘들어죽겠다고 무슨 인생이 이렇냐고, 투덜대는 많은 여성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마야 안젤루가 살아왔던 그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가 조금은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 삶 속에서도 마야 안젤루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 관한 믿음이 아니었을까. 그런 믿음과 삶의 가르침, 도움이 될만한 일화들이 이 책에 실렸다. 마야 안젤루는 책에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말한다. 실수는 누구나 하며 산다. 실수를 저질렀다면 책임을 인정하고 나를 먼저 용서해라. 또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다면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그리고 푸념 같은 것은 가까운 것에 먹이가 있다는 것을 사나운 짐승에게 가르쳐주는 일이라며 하지 말라고 말한다. 문득 그 정도는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속으로 잘난 척을 하면서도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삶에 관한 에세이는 그런 것 같다. 예를 든 스토리만 다를 뿐 결론은 언제나 비슷하다는 걸 알면서도 읽게 되는 까닭은, 우리가 잊고 살기 때문이다. 공감을 한 다른 책을 잊고 또 다시 바보같은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삶에 지친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어쩐지 사는게 힘들고, 또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우린 우리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한 것이다. 마치 힘들 때마다 엄마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게도 이 책이 우연히 눈에 띄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하루하루 푸념섞인 삶을 살면서 그게 사나운 짐승에게 먹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내 인생이라는 배는 고요하고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중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펼쳐질 내 존재의 날들이 밝고 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나운 낮이건 화창한 낮이건, 유쾌한 밤이건 외로운 밤이건, 나는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 계속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오늘을 즐기기 못한다. 오늘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다.
책을 덮고 나니 조금 힘이 난다. 지금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긍정이라면, 한 긍정하는 나에게도 마야 안젤루의 위와 같은 글은 언제나 새롭다. 잊었던 긍정적인 마인드를, 힘을 준다. 문득, 푸념은 이제 그만! 나도 모르게 외치게 된다. 비록 이 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잊고 말테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나는 즐길 것이다. 오늘 나는 축복받은 사람이니깐… 마야 안젤루,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