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 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에두아르도 푼셋 지음, 유혜경 옮김 / 새터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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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지금의 인간인가?'

부제로 적힌 글을 보며 그거야 뭐 인간으로서 살아왔으니 인간이겠지, 라는 조금 무식한 소릴 해대며 이 책을 펼쳤다. 제목에서부터 인문학적 지식을 팍팍 풍기며 쉬운 것 좋아하는 날 압박하는  '인간', '뇌', '과학', '보고서'와 같은 단어는 과연 내가 이 책을 이해, 아니 이해는커녕 읽어낼 수나 있을까, 의심스럽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책을 잡은지 요며칠 읽다가 말다가를 반복하며 이해할 것만 이해하고 책을 덮었는데 그럼, 이제 너의 의견을 말해 봐! 하면 어버버버버~ 거리며 횡설수설할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주목해야 할 책임에는 틀림없으므로 어버버버거리더라도 열심히 한번 써본다.
 
이 책은 과학, 진화, 뇌, 인간, 심지어는 우주와 박테리아, 생식 등등 무한히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길 한다. 별의 기원이랄까, 우리의 기원이랄 수 있는 과학적 업적을 바탕으로 빅뱅에서 시작한 우주의 탄생부터 지구의 탄생, 인간의 탄생 그리고 인간의 뇌와 관련한 인간 본질까지 광범위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 중 나를 가장 많이 자극한 부분은 '뇌'였다. 뇌의 인식과 뇌의 결정, 뇌의 감성과 뇌의 화학적 반응, 뇌의 경험과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저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은 인간의 뇌는 복잡한 소우주라고 했다. 뇌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활약하는 부분은 의외로 많아서 우리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르게 지구에서 번성하고 문명을 이룬 것은 뇌의 진화가 탁월했기 때문이란다. 인간의 뇌가 다른 생명체보다 크다고는 해도 코끼리에 비하면 쨉도 안 되고, 다른 덩치 큰 동물들의 뇌에 비하면 훨씬 작은 존재임에도 몸무게보다 커다란 뇌를 지니며 표면의 회백질을 받달시키고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지구 번성에 기여를 했다는 거다. 그 뇌가 우리를 생존하게 하는데 결정을 어떻게 내리는지 매우 흥미로웠다. 물론 뇌와 관련한 책들을 많이 접해본 분들은 넌 아직도 그걸 몰랐냐? 되물으시겠지만 네, 몰랐던지라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하고 싶었다나.

우리는 뇌의 결정을 인식하지 못한단다. 뇌의 인식은 과거형이므로 우리가 뇌의 결정을 인식한다면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잡한 소우주인 뇌가 그 소우주를 온전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 소우주의 작용에 대해 책에서 보여준 '결혼을 할까 말까' 부분과 '감성 마케팅' 부분은 뇌의 작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무의식적인 기호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쉴 새 없이 오가는 동안 경쟁에서 이긴 사안만이 의식의 문턱을 넘어 우리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순간 뇌는 결정을 한다. 이 사안을 그냥 넘길까, 표현을 할까, 아니면 취소할까." 로모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받는 교육이나 훈련과 관계가 있다. 그 이유는 일상적인 행동에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의식적인 모든 행위를 거부하기 위해서 뇌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나이가 들면 뇌의 기능은 퇴화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좋아지는 것이 있으니 적응력과 유연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머리가 희어지는 걸 보면서도 '음, 그다지 흉해보이지 않는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뇌는 이런 종류의 변화에 적응해 나간다. 

이 책에서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주말에 본 영화 탓이었을까? 14장에 나온 마녀이야기였다. 언어의 기원에서 시작한 이야기에서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의 중요성을 간과한 인류 과학자의 무지와 오류가 바로 마녀였다고 한다. 마녀와 관련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흥미로운 것은 내가 여자이고 아까 말했듯이 마녀 영화를 본 탓인 것 같다. 암튼 이상한 약을 만들고 악마와 거래를 하는 마녀의 모습은 선사시대에 남자들이 사냥이나 바깥 일을 기울일 때 여자들은 동굴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란다. 그 비법은 여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와 중세까지 오면서 치명적인 병에 대한 민간 지식을 쌓았던 여자들이 그 지식으로 병을 치유하자 마녀로 몰았던 것. 이런 이야길 들으면 같은 여자로서 쫌 슬프다.-.-;;

또한 15와 16장에서 보여준 기억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들은 몸과 뇌가 담고 있는 세상, 뇌의 경험은 무의식적으로 흔적을 남기며 이는 유전자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는데 앞의 과학적인 이야기들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흥미로웠다.  

어쨌든 과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일까? 무쟈게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결코 그렇지는 않다. 매번 인문학적인 책을 접할 때마다 지식이 팍팍 쌓이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런 책은 잘 안 읽으려 하는지 내 '뇌'는 뭔가를 좀 알고 있지 않을까? 과거의 기억과 경험과 화학적 반응까지 알아내면 알 수 있을려나? 왜 그러는지^^;; 

암튼, 진화와 인간, 그리고 뇌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 인간과 뇌가 말하는 '우리'에 대해 한번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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