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중앙, 리투아니아 - 초유스가 전해주는 호수, 숲, 그리고 농구의 나라
최대석 지음 / 재승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엔 그 이름도 모르는 나라들이 많다. 우물 안 개구리마냥 대한민국을 빠져나가는 일이 거의 없는 터라 잘 모르는 나라의 이름을 들으면 무조건 궁금해한다. 여행책을 좋아해서 웬만한 나라의 여행책은 죄다 섭렵하고 있으면서도 그렇다. 이번에 읽은 『유럽의 중앙, 리투아니아』도 그런 나라였다. 이름만 듣고선 문득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 그건 여행서가 아니라 세계지리 관련 책이었기에 조금 위험한 나라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 책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은 세계 패권과 정치지리에 관해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쓸 때마다 나중에 기억이라도 날까, 싶었는데 나라 이름을 듣자마자 그 나라가 기억나는 것을 보니 리뷰도 나름 효과가 있기는 있는 둣하다. 암튼, 그 몇 년 전에 내가 쓴 『아틀라스 세계는 지금』의 리뷰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그럼, 유럽지도부터 살펴보자. 유럽연합이 창설된 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가 유럽에 속해있으면서도 유럽연합에 들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또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곳에 속해 있는 ‘터키’는 유럽연합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불안한 나라라는 이미지로 인해 아직도 유럽연합의 국가들이 이웃나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든 이면에는 종교와 인권, 정치적 상황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뿐이 아니다. ‘리투아니아‘와 ’벨로루시‘가 유럽연합에 가입되면서 유럽연합 안에 섬이 하나 등장 했는데 그 섬이 바로 발트 해의 홍콩이라 불리는 ‘칼리닌그라드‘이다.

읽어보니 '리투아니아'에 관한 글은 나라 이름 하나 뿐인데 그걸 기억하다니 리뷰를 쓰지 않았다면 기억하지 못했을까? 어쨌거나 아마도 그건 발트 해라는 바다 때문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리투아니아는 그곳에 있었다. 칼린그라드 옆 레토니아 사이에.

리투아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갑자기 밀려든 이유는 한 작가가 러시아 쪽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리투아니아에 도착하여 십자가 언덕에 십자가를 메고 갈 것이라는 조금은 멜랑꼴리한 글을 트윗으로 올려 그걸 읽었기 때문이지만 그때는 아, 그런가보다 하다가 박칼린의 트윗에서 십자가 언덕을 이야기하며 어머니 고향이 바로 '리투아니아'라는 글을 읽었던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다들 박칼린의 책 『그냥』을 읽고 리투아니아에 있는 십자가 언덕에 관심을 가지자 그에 대한 답변을 그녀가 올렸던 것인데 다행이라면 마침 내게 박칼린의 책이 있었고, 그 책에서 리투아니아와 십자가에 얽힌, 너무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읽게 되었던 거다.

 

엄마의 고향인 리투아니아. 2차 세계대전 때 5살 어린 소녀였던 우리 엄마는 여동생 둘과 외할머니 손을 잡고 미국으로 피난 왔다. 나머지 가족과 친척들은 모두 리투아니아에 그대로 남았다. 리투아니아는 1944년 소련에 흡수되면서 조국을 떠난 피난민들에게는 다시는 갈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 46년이 흘러 1990년 리투아니아가 소련 연방국 중 첫 번째로 독립을 선언했다. 소녀에서 할머니가 된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계속되는 전쟁과 유럽의 불안정으로 그동안 그 누구도 갈 수는 없는 땅이었다. _박칼린 『그냥』중에서

그런데 그곳으로 박칼린의 엄마가 드디어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감동적인 것은 5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한 감동은 뒤에 있었는데 엄마의 뜻깊은 고향 방문을 위해 박칼린이 귀향 선물을 해드리고 싶어 했고 그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리투아니아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질 뿐이었다.

그런 찰나였다. 이 책을 만난 것은

그동안 여행 책을 읽은 것은 대부분 에세이 형식의 책들이었다. 여행지의 소개가 잠깐 나오고 간단한 정보도 소개는 하지만 대부분 자기 감상적인 에세이 형식이었는데 이 책도 그러려니 했다. 더구나 책소개에서 슬쩍 훑어본 바로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의 방법 중 하나인 그곳에 머물면서 완벽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과 비슷한(!) 아예 그곳에 사는 분이 쓴 책이라는 거다. 오홋, 호기심이 당겼다. 그렇다면 겉으로 보이는 리투아니아가 아니라 속까지 제대로 알 수 있는 책이겠구나 했다. 책이 오자마자 바로 펼쳤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한데, 내가 그동안 읽어오던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은 여행책이라기보다는 리투아니아에 관한 정보 책이었다. 이런 책은 여행을 떠나기 전, 그곳이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약간의 지식을 가져야 할 때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살짝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읽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어차피 내가 리투아니아에 관한 조금의 지식도 없다면 일단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는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이 책에는 리투아니아의 도시들과 축제와 문화, 음식과 생활, 교육은 물론이고 한국 음식에 관한 리투아니아 사람들의 반응까지 적어두었다. 책을 쓴 저자는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리투아니아 관련 글을 올렸던 꽤나 유명한 블로거였다. 그러고 보니 한번쯤은 그 글을 읽어본 기억도 나는 듯 했다. 암튼 저자가 소개하는 리투아니아는 조금은 쓸쓸해보이면서도 꽤나 이국적이었다. 언젠가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크로아티아라는 나라를 발견하고는(마치 내가 발견한 것처럼)그곳엔 꼭 가보리라 맘먹었는데 리투아니아도 역시 그랬다. 백조의 호수처럼 백조들이 놀고 있는 그 아름다운 호수 '트라카이'를 보는 순간, 그곳에 있는 '트라카이 성'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그곳의 주식은 감자라고 하니 감자라면 어떤 형태의 감자든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치 고향의 음식을 그리듯 그곳 감자요리가 궁금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순식간에 리투아니아에 빠지듯 책을 읽은 후 마지막 장을 덮고 나자 마치 리투아니라를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다음에 리투아니아를 가게 되면 언젠가 와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하나도 낯설어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책은 그랬다. 

 

단점이라면 표지와는 다르게 살짝 실망스런 편집이지만, 요즘 나오는 여행 책들이 워낙 멋지고 세련되어 그런 까닭이었다. 그래서 그런 겉모양 때문에 책을 덮어버리면 앞으론 영영 리투아니아에 관한, 이토록 알찬 정보는 얻을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리투아니아로 떠날 계획이 있거나, 리투아니아에 관한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당신도 트라카이 호수에 떠 있는 트라카이 성을 보는 순간, 리투아니아에 빠지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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