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가 이긴다
신상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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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 전에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그즈음에 내 기분이 우울했을지도 모르겠다. 제목을 보니 분명 자기계발서임에 틀림없고 이런 책을 읽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유머를 즐기며 산다고 생각했었기에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지도 모를 책이었다. 한데 궁금했다. 유머가 이긴다 고 하니 유머를 즐기지만 유머스럽지 못한 내가 읽으면 유머스러워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그도저도 아니라면 이 책을 읽기 전에 개그맨 남희석의 유머스러움을 직접 봐서 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즐겁게 해주고,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이 내게 주는 힘은 그 어떤 힘보다 크긴 큰 것 같다. 웃으면서 우울했던 생각들이 싹 사라져버렸으니, 그게 비록 그 순간 뿐이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나도 좀 유머스러워졌으면 좋겠고나, 늘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어쨌거나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잡상인이 혁대를 팔고 있었는데 1개도 팔리지 않았다. 그러자 잡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1개도 안 팔렸지만 저는 절대 좌절하지 않습니다. 저에겐 다음 칸이 있으니까요."

자기계발서가 나에게 도움을 줄 때는 희한하게도 항상 그런 때다. 어떤 일로 기분이 급다운 되어 있을 때나, 내게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신기하게도 내 몸이 당이 필요하면 단 게 당기듯이 정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위로와 격려, 힘이 되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생전 거들떠 보지 않던 분야라도 저절로 눈길이 간다. 그래서 책이란 어떤 사람에겐 엄청나게 좋은 책이 되고, 또 다른 사람에겐 종이 아까운 책 취급을 받기 일쑤다. 하긴 어떤 책인들 취향의 차이가 있을테니 안 그렇겠냐마는 자기계발서의 경우는 그 정도의 차이가 심하게 벌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내가 공감한 부분들은 이런 거다. 착한 유머와 긍정적 부정, 적재적소에 유머를 사용하되 상대에게 '독'이 되지 않고 '득'이 되게 하는 유머들 말이다. 상대를 웃긴다고 내뱉은 말이 오히려 그 상대를 비참하게 만들거나 상처받게 만든다면 그건 이미 유머가 아니다. 또한 대화법에서도 부정적인 지시보다는 긍정적인 질문형 문장이 더 효과적이라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이 상자를 절대 절대 절대로 열면 안 돼, 아저씨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열지 마!" 라는 말과 "아저씨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돌아오면 우리 함께 열어보자. 알았지?" 의 차이는 수억 배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효과도 없으면서 사람 기분만 나쁘게 만드는 부정적인 표현들은 무의식중에 나올 수 있는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적이 많았고,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종종 있다.  

힘든 어떤 일이 생겨 그걸 상대에게 표현 했을 때,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에게 그 일을 전과하진 않을 거다. 전과한대도 기분 좋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겠지. 암튼, 기억력이 쇠퇴하여 이 책이 말하는 모든 것을 달달 외우며 바로 유머스러워진 것은 아니지만 유머가 사람을 긍정적으로 만든다는 것 하나 만이라도 알게 되었다는게 중요하다. 또 유머를 가진 자는 미인을 얻을 수 있고(개그맨들이 예쁜 여자들과 결혼하는 것만 보더라도^^), 징징거리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보다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나.  

그럼, 나는 징징거리는 타입일까, 유쾌한 타입일까?!

"마라톤에 골찌로 들어온 친구에게 어떻게 달렸느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할까? '열심히 뛰었다'고 말하겠지? 그러면 1등으로 들어온 친구는 뭐라고 대답하는지 알아? '재미있게 뛰었다'고 말한다 고, 열심히 꼴찌만 하지 말고 재밌게 1등 좀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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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명 앗아가주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6
앙헬레스 마스트레타 지음, 강성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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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의 소설을 읽고 감명(!) 받았던 책은 아마도 이사벨 아옌데의 소설『영혼의 집』이 아닐까 싶다. 영화가 먼저였는지 책이 먼저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다 너무 감동적이었던 것만은 기억이 난다. 그 뒤 언제나 그랬듯이 이사벨 아옌데의 다른 책을 찾았는데 그 당시엔 번역되어 나온 책이 없어서 읽지를 못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출간된 책을 찾아 읽었다. 하지만 『영혼의 집』과 같은 감명을 받진 못했다. 그리고 이 책 『내 생명 앗아가주오』의 책소개를 보면서 단지 라틴아메리카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영혼의 집』을 떠올렸다. 한데 읽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럼에도 어쩐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아마도 칠레와 멕시코의 정치적인 상황과 여성의 삶이 투영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줄거리는 이렇다. 15세의 소녀가 권모술수와 야심으로 가득찬, 어느 나라에나 한두 명은 있을 법한 그런 남자와 결혼을 한다. 무려 스무 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나는 남자다. 이 남자의 정치적 야심은 우리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아온 인물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특히 정치·사회적으로 안정이 되지 않은 나라, 온갖 병폐로 썩을 때로 썩어 있는 시대에서 자신의 출세와 야심을 위해 그 인물이 저지르는 행위는 살인이든 비리든, 혹은 과거를 날조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영위와 출세를 위해 나아갈 뿐이다. 그런 남자의 아내로 살면서 겉으로 보여지는 그녀가 겪은 여자로서의 삶은 오래 전 우리나라에서도 익히 많이 보아온 순종적인 여성들의 삶과 닮아 있다.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사는 한 여성의 굴곡많은 삶. 한데 이 책이 그것뿐이었다면, '세계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을 달지도 못했겠지.   

작가는 『내 생명 앗아가주오』의 배경을 화자인 카탈리나가 태어난 1915년부터 남편이 죽는 1948년 전후의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카탈리나가 태어나던 해는 멕시코 혁명이 한창이던 시기이고 남편이 죽은 1948년의 상황은 2차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삶이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온갖 술수로 기회를 얻을 것이고 누군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그것도 야심에 찬 정치꾼의 아내로 살아간다는 것은 남편을 철저히 믿거나,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카탈리나에게 그녀만의 삶을 부여한다. 겉으로는 순종적인 아내로서의 삶일지 몰라도 카탈리나 자신에게는 여자가 아닌 '인간'으로, 억압적인 남자에게 대항하며 관습과 순종에서 벗어나 여성이지만 당당한, 남자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여자가 아닌 스스로 깨닫고 행동으로 옮기는 여성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당시의 상황으로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카탈리나의 자유롭고 다중적인 사랑은 당대의 여성들도 자기 욕망을 드러내고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통속적인 면 뒤에 숨은 멕시코의 역사 정치적 상황들일 것이다.

책에서 카탈리나는 남편 안드레스의 온갖 나쁜 짓을 알면서도 혼자 마음을 다스리며 삭힌다. 나름 남편의 권력을 조정해서 호의를 베풀기도 한다. 하지만 애인이었던 비베스의 죽음에 안드레스가 관여한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다. 다만 철저히 남편을 환멸하며 남편의 죽음에 동참(!)할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몰입을 했다. 허나 몰입만큼 쉽게 나가는 진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게 무한한 흥미와 재미를 던져주었다. 원래 한 여자의 삶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면이 있긴 했지만 그래서 더욱 이 책이 끌리긴 했지만 통속적인 이야기 속에 스며든 멕시코의 역사와 정치 문화적인 이야깃거리는 그 재미를 더해주었다. 여자라면 한번 읽어볼 일이다.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한 여자의 삶.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매우 궁금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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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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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 번째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특했다. 내용보다는 문체가 그러했다. 원서가 그러한 건지 번역이 그러한 건지 나로서는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전에 박상미 역의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라 번역이 독특한 게 아니라 작가의 문체가 그러하다는 것으로 짐작했다. 책을 읽기 전에 대화체가 많은 듯한 문장들을 대충 보며 단편집이라 쉽게 생각했다. 또 남녀의 치정, 배신을 다룬 소설들이라 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한데, 이런! 읽는 게 쉽지 않았다. 처음엔 잠자리에서 읽어 그런 줄 알았다. 졸리니까 문장이 잘 안 들어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데 멀쩡한 정신으로 앉아 읽어도 문체가 독특했다. 다 읽고도 이해가 힘들었다. 다시 돌아갔다. 결국 단편 하나마다 두 번씩 읽음으로써 이해를 했다나. 아, 나의 독서력(力)이 이렇다니!-.-

암튼, 그건 그렇고 나의 두 번째 결론은 매우 흥미로웠다는 거다. 부부의 배신을 다룬 단편이나 소설을 한두 권 읽은 것도 아니지만 이 짧은 단편에 이토록 노골적이면서, 이토록 간결하게, 또 이토록 놀라운 결말을 보여주다닛! 한 편씩 읽을 때마다 다 읽은 후엔 잠시 헉! 하곤 멈춤 상태에 있게 된다. 그리고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나. 특히 표제작인 「어젯밤」이 그랬다. 마지막의 반전 아닌 반전은 소름이 솟을 정도(그러니까 남자도 잘 만나야 된다니깐. 총각이든 유부남이든.-.-; ).  또한 작가는 여느 소설들처럼 세세하게 설명을 곁들여주지 않는다. 다만 대화 속의 의미를 독자로 하여금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모두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는 『어젯밤』은 부부의 일상을 배경으로 은근슬쩍 방해자를 집어넣어 삶을 흔들어 놓기도 하고(아내의 생일날 들통난 남편의 배신(포기), 딸같은 젊은 여자에게 빠진 한 남자의 어이없는 결말(귀고리).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옛여인의 변한 모습에 실망하며 돌아서는 남자(플라자호텔)와 여자 친구 셋이서 나누는 대화(뉴욕의 밤))평범하다 못해 내 주변에서도 한번쯤은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들을 한다. 읽다가 보면 꼭 누군가에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말이야' 하고 이야기 하는 걸 듣는 기분이다. 그래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욕이 나오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다. 대부분의 글이 치정, 배신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조금은 놀라운 인간관계들을 알고 나면 세상 사는 게 좀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다(어떤 식으로? 그건 각자 나름의 결론으로~^^).  

제임스 설터는 나름 굉장히 유명한 작가라는데 이 소설집으로 처음 만났다. 간결한 문체가 어색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맛이 좋았다. 해서, 이 책을 읽을 생각이라면 지레 겁먹고 집어던지지말고 이해가 안 되면 꼭 한번 다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물이 빠지는 게 아니라 씹을수록 단맛이 강해져 마침내 책을 덮었을 땐 옮긴이의 흥분된 마음을 백프로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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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는 법 그림책은 내 친구 22
콜린 톰슨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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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와 나는 놀이를 많이 한다. 우리의 놀이엔 조카 방이나 내 집에 있는 모든 인형들, 책들, 혹은 굴러다니는 종이쪼가리나 구슬들마저도 캐릭터가 되어 놀이에 동참한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역시 책을 가지고 노는 일이다. 도서관 놀이를 하거나 책을 만들거나 글을 짓거나 서점 놀이를 한다. 오늘은 내 집으로 놀라온 조카와 책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생각이었는데 인형들에게 밀렸다. 또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얘들이랑 놀 시간'이라며 인형을 내세우는 바람에 책을 권하지도 못했다. 놀이가 다 끝난 후 짐정리를 하다가 조카의 눈에 이 책이 띄었나보다. "어, 이 책 읽어보고 싶어!" 마음 약한 고모는 책 리뷰를 써야 하는데 하고 발뺌을 했는데 머리 좋은 조카는 얼른 보고 줄게 한다. 어쩌나 잠시 고민을 하다가 너가 좋아할 줄 알았다며 어차피 나는 읽었으니까 하며 책을 건넸다. 

책을 받아들자마자 정신없이 책 속으로 들어간다. 책을 펼치고 텍스트부터 찾는 나와는 다르다. 우선 그림부터 본다. 아주 맛난 요리를 음미하듯 그렇게 그림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 그러고선 텍스트로 눈을 돌린다. 집으로 가는 내내 길거리에서 책을 놓을 줄 모른다. 길에선 읽지마라고 해봐야 말을 안 들을 게 뻔한 녀석이니 나는 녀석이 부딪히지 않게 책을 읽도록 해줄 뿐이다. 집에 거의 도착할 무렵에야 책을 덮었다. 자세히 더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 책에 대해선 다음에 이야기를 나누자고 말했다. 조카는 알았다고 했다.    

 


솔직히 궁금하다. 대상은 그림책이니 유치원생부터 읽을만하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도 이 책을 이해하기란 힘들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치곤 꽤나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영원히 사는 법' 같은 것은 아직 어린 아이들에겐 필요치 않을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조카의 감상이 궁금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유치원생들이야 그림만 본다지만 중학년 정도면 유치원생하고는 다른, 또 어른인 나와도 다른 감상을 할 테니 말이다.

열정적인 찬사로 세계 곳곳에서 컬트가 되었다는 콜린 톰슨의 책이란다. 나야 처음 들어보는 그림책 작가지만 꽤나 유명한 작가인 듯하다. 처음 책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확! 끌리는 그림들이 도대체 이 그림 작가는 누구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독특한 작가였다. 특히 이 부분의 작가 소개가 맘에 들었다. "톰슨은 언제나 어린 시절의 마법을 믿으며 인생을 제대로 산다면 이 마법은 절대 그치지 않으리라고 말한다. 또한 어른들도 어린이 책을 제대로 즐길 수 있으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그 책이나 그 책을 읽은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어른도 즐길 수 있는 그림책!   




방이 천 개나 있는 커다란 도서관의 문이 닫히고 경비 아저씨가 잠에 골아 떨어지면 책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마치 곰돌이 푸우에 나오는 로빈의 방에 있는 동물 인형들처럼 살아 움직이는 거다. 그 책들  뒤쪽 너머로 문과 창문이 나타나고 불이 켜지며 책장은 거대한 도시로 변한다. 요리책 책장에 <모과류>라는 책 속에서 가족들과 함께 사는 우리의 주인공 피터는 우연히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의 기록카드를 발견하고 그 책을 찾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 책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그 책을 감춘 것 같다. 왜 그 책을 읽으면 안 되는 걸까? 영원히 사는 비법이 들어 있어서일까?  밤마다 피터는 찾아다니지만 그 책은 쉽게 찾아지지가 않는다. 도대체 책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다양한 장르의 책들 사이로 온 방을 뒤지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책을 찾아낸 피터, 과연 영원히 사는 법을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책의 묘미는 물론 철학적인 작가의 메시지이겠지만 아이들이 그 철학적 의미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그림들은 아이들의 눈길을 잡아채고도 남을 것이다. 거대한 책들을 보면 감탄사를 내뱉고 서가에 잔뜩 꽂힌 책들의 제목을 읽으면서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세세한 그림들을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은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엔 도서관 나들이가 더욱 즐거워지지 않을까.  




아이들의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 긴말이 없이 오로지 그림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른이 되고서도 그림책에 빠지는 이유는 그기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콜린 톰슨은 행복한 작가다. 그의 말처럼 어른인 나도, 책을 보자마자 빠져든 조카도 이 책을 즐겁게 읽었으니 말이다. 흥미진진하고 상상가득한 그림책, 살아있는 도서관에서 떠나는 매혹의 여행,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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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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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여기저기에서 자주 보이던 책이었다. '지구', '7만 광년' 같은 단어가 SF물이 틀림없어 보여 클릭조차 해보지 않다가, 친구가 '너무 웃겼다'는 코멘을 남기어 그래? 재밌는 소설이란 말이지? 하고 클릭을 했더니 어랏! 작가가 눈에 익었다. 아, 이런 작가야말로 작가 알림에 넣어두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알아보다니!!! 마크 해던 『한밤중 개에게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작가다.  

작가가 18년 전에 발표한 작품이었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이 작품을 작가로서 유명해진 후에 아까운 생각이 들어 수정을 해본다는 것이 다시 써버리고 말았단다. 이 책의 일러스트도 직접 그려 넣었다고 하는데 표지 안쪽에 써 넣은 "For my friends and readers in korea"라는 밤하늘에 은빛 사인이 나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나.^^ 암튼, 사설은 그만두고 책 이야기로 들어가면, 

잠수함 같은 아파트 발코니를 좋아하는 소년 짐보는 프라모델에 푹 빠져 사는(인생은 쇠똥 샌드위치라고 말하기도 하는) 아빠와 데스 메탈에 빠진(그리고 달표면 같은 얼굴을 한 크리이터페이스 라는 열아홉 남자를 사귀고 있는) 열여섯 누나, 그리고 실직한 아빠 대신에 아빠의 월급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엄마와 살고 있다.  

어느 날 누나의 남친 얼굴에 샌드위치를 떨어뜨리고 누나의 엉뚱한 경고(키드 선생님이 그러는데 네 숙제는 쓰레기래(…)너를 팬햄에 있는 학교로 보내려고 생각 중이래. 알잖아, 그 문제아들만 다니는 특수 학교.)에 그만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친구 찰리와 함께. 

찰리는 과일 그릇에 숨겨 놓은 엄마  차 열쇠를 슬쩍해서 1단 기어랑 후진 기어를 넣고 진입로를 왔다 갔다 하다가 사고 친 말썽꾸러기다. 짐보는 찰리를 찾아가 누나의 경고에 대해 의논을 하는데 찰리의 '은행강도' 같은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란 바로 키드 선생님 방에 무전기를 가져다놓고 키드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과 짐보에 대해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도청하는 일이다. 

한데,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조르너 멘트, 크러스 모 플러그" "웬도 빌. 슬랩 프리도 갠디 험프" "스푸드베치!"와 같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상한 말을 피어스 선생님과 함께 주고 받는다. 어랏, 이게 뭔소리지? 이때부터 짐보와 찰리는 키드 선생님과 피어스 선생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이 유쾌한 이야기는 두 선생님이 외계인이라는 걸 알아채고 갑자기 사라진 찰리를 찾기 위해 짐보와 누나가 '코루이스크 호수'로 떠나면서 절정에 달한다. 그곳에 도착하여 보니 두 선생님은 지구에서 7만 광년이나 떨어진 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 나무도 물도 유리도 없는 오로지 갈색 사막에 바위와 먼지 뿐이고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그것도 녹색으로) '털썩' 성에서 온 외계인이었다.  

찰리를 찾다가 '털썩' 성으로 넘어간(!) 짐보는 골든 리트리버만한 몸집의 짓눌린 원숭이 얼굴을 한 거미를 만나 안내를 받는데('털썩'이라는 이름에 대해 한심한 이름이라고 짐보는 생각하자 거미 브리트니는 그 이름이 가장 심각하고 찬란하다며 지구에서 '달'이라고 불리는 말이 '털썩' 성에선 방귀를 뿡뿡 뀐다는 뜻이라며 받아치는 장면이 웃겼다.) 그곳에서 찰리를 만난다. 

시종일관 웃음을 유도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책을 읽는내내 독자를 즐겁게 만든다. 정통 SF에 비해 어설퍼보이는 SF물이지만 세상엔 이런 외계인이 없으란 법도 없는 법이고, 우리의 악동들이 그 외계인을 물리치지 말란 법도 없으니 낄낄거리며 읽으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털썩 성의 거대 원숭이 거미들이 쓰는 말의 태반이 1970~1980년대 디스코나 록음악의 제목과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 하니 작가의 위트가 깜찍하게 돋보인다.  

털썩, 가장 심각하고 찬란한 행성! 정말 고든 레지널드 하비 심슨 베넷 주니어!!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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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