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한동안 여기저기에서 자주 보이던 책이었다. '지구', '7만 광년' 같은 단어가 SF물이 틀림없어 보여 클릭조차 해보지 않다가, 친구가 '너무 웃겼다'는 코멘을 남기어 그래? 재밌는 소설이란 말이지? 하고 클릭을 했더니 어랏! 작가가 눈에 익었다. 아, 이런 작가야말로 작가 알림에 넣어두었어야 했는데 이제야 알아보다니!!! 마크 해던 『한밤중 개에게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의 작가다.  

작가가 18년 전에 발표한 작품이었으나 주목받지 못했던 이 작품을 작가로서 유명해진 후에 아까운 생각이 들어 수정을 해본다는 것이 다시 써버리고 말았단다. 이 책의 일러스트도 직접 그려 넣었다고 하는데 표지 안쪽에 써 넣은 "For my friends and readers in korea"라는 밤하늘에 은빛 사인이 나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나.^^ 암튼, 사설은 그만두고 책 이야기로 들어가면, 

잠수함 같은 아파트 발코니를 좋아하는 소년 짐보는 프라모델에 푹 빠져 사는(인생은 쇠똥 샌드위치라고 말하기도 하는) 아빠와 데스 메탈에 빠진(그리고 달표면 같은 얼굴을 한 크리이터페이스 라는 열아홉 남자를 사귀고 있는) 열여섯 누나, 그리고 실직한 아빠 대신에 아빠의 월급보다 두 배나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엄마와 살고 있다.  

어느 날 누나의 남친 얼굴에 샌드위치를 떨어뜨리고 누나의 엉뚱한 경고(키드 선생님이 그러는데 네 숙제는 쓰레기래(…)너를 팬햄에 있는 학교로 보내려고 생각 중이래. 알잖아, 그 문제아들만 다니는 특수 학교.)에 그만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만다. 친구 찰리와 함께. 

찰리는 과일 그릇에 숨겨 놓은 엄마  차 열쇠를 슬쩍해서 1단 기어랑 후진 기어를 넣고 진입로를 왔다 갔다 하다가 사고 친 말썽꾸러기다. 짐보는 찰리를 찾아가 누나의 경고에 대해 의논을 하는데 찰리의 '은행강도' 같은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란 바로 키드 선생님 방에 무전기를 가져다놓고 키드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과 짐보에 대해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도청하는 일이다. 

한데,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조르너 멘트, 크러스 모 플러그" "웬도 빌. 슬랩 프리도 갠디 험프" "스푸드베치!"와 같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상한 말을 피어스 선생님과 함께 주고 받는다. 어랏, 이게 뭔소리지? 이때부터 짐보와 찰리는 키드 선생님과 피어스 선생님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이 유쾌한 이야기는 두 선생님이 외계인이라는 걸 알아채고 갑자기 사라진 찰리를 찾기 위해 짐보와 누나가 '코루이스크 호수'로 떠나면서 절정에 달한다. 그곳에 도착하여 보니 두 선생님은 지구에서 7만 광년이나 떨어진 궁수자리 왜소 타원 은하, 나무도 물도 유리도 없는 오로지 갈색 사막에 바위와 먼지 뿐이고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그것도 녹색으로) '털썩' 성에서 온 외계인이었다.  

찰리를 찾다가 '털썩' 성으로 넘어간(!) 짐보는 골든 리트리버만한 몸집의 짓눌린 원숭이 얼굴을 한 거미를 만나 안내를 받는데('털썩'이라는 이름에 대해 한심한 이름이라고 짐보는 생각하자 거미 브리트니는 그 이름이 가장 심각하고 찬란하다며 지구에서 '달'이라고 불리는 말이 '털썩' 성에선 방귀를 뿡뿡 뀐다는 뜻이라며 받아치는 장면이 웃겼다.) 그곳에서 찰리를 만난다. 

시종일관 웃음을 유도하는 작가의 글솜씨는 책을 읽는내내 독자를 즐겁게 만든다. 정통 SF에 비해 어설퍼보이는 SF물이지만 세상엔 이런 외계인이 없으란 법도 없는 법이고, 우리의 악동들이 그 외계인을 물리치지 말란 법도 없으니 낄낄거리며 읽으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털썩 성의 거대 원숭이 거미들이 쓰는 말의 태반이 1970~1980년대 디스코나 록음악의 제목과 가사에서 따온 것이라 하니 작가의 위트가 깜찍하게 돋보인다.  

털썩, 가장 심각하고 찬란한 행성! 정말 고든 레지널드 하비 심슨 베넷 주니어!! 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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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6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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