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읽을 책이 없어서 책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자꾸 쏟아져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사는 거다.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거나 관심이 가는 내용을 담은 책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구매버튼을 누르게 되고 만다. 무척 자제했지만 결국 사고 만 책들, 모두 우리 작가라는게 뿌듯하군!  

김중혁 작가의 『미스터 모노레일』지난 주에 따끈따끈한 사인본 받아놓고선 주말에 일하느라 한 글자도 못 읽었다. 머릿속에선 빨리 읽어보라고 하는데 눈은 딴 곳으로만 향하고, 읽고 싶은 책을 옆에 두고 읽지 못하는 심정을 다들 알련가 모르겠다. 김중혁 작가가 직접 디자인 한 샛노란 표지는 일단 눈에 확, 들어와서 좋고, 양장이 아니어도 구멍 빵빵 뚫어 양장보다 훨씬 고급스런 디자인을 보여줘서 좋고, 제목 일러스트도 완전 나의 스탈. 귀엽고 중혁스러워서 좋다.  

그동안 김중혁 작가가 보여준 소설들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기발했다. '600여 가지 악기 소리가 채집된 음반파일 등이 모여 성숙한 이야기의 변주를 선'보였던 『악기들의 도서관』, '너무도 흔하고 사소하여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사물들에 대한 관심과, 낡고 소용가치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잊혀진 구시대의 유물들에 대한 애착'을 소설로 보여주었던 『펭귄 뉴스』그리고 제목에 좀비가 나오면서도 정작 소설 속엔 좀비라기보다는 잃어버린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좀비들』, 제목도 내용도 독특, 그 자체였는데 이번엔 게임과 현실이 공존하는 주사위 놀이란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그가 이번에도 '능청'스럽게 웃기면서 슬쩍 '뒤통수'까지 치며 '가슴을 때'려준다고 하니. 읽기도 전에 벌써 그 재미가 느껴진다. 어쨌든 이제, 게임과 현실 속을 드나들며 주사위 놀이에 심취할 때다. 


아, 정말 오래 기다렸다. 달랑 두 권의 소설집만 내놓고 애독자를 애태우더니 이제야 나왔다. 곧 나오겠지(작가 스스로 그렇게 말했었기에 나는 믿었다고!) 기다렸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던 소설. 바로 백가흠 작가의 신작이다. 그야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근데 내가 왜 그의 소설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이런 거다. 백가흠 작가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문학캠프에서 사회를 봤을 때다. 아니 저런 작가도 있었어? 그랬다. 꽤 인상이 좋았는데 그 무렵에 소설집을 냈다고 하여 다들 궁금해했다. 돌아가면 읽어봐야지. 저 착해보이는(!) 얼굴을 가진 작가는 어떤 예쁜 소설을 썼을까, 뭐 그랬을 거다(아마 그때 그 책에 대해 말하면서 불편하니 놀랍니 그런 말도 미리 들었지만 전혀, 그런 말에 관심도 두지 않았겠지). 근데 『조대리의 트렁크』를 읽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헉, 이게 뭐야!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끔찍했다. 근데도 읽혔다. 신문 사회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사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 『귀뚜라미가 온다』에서도 그랬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인데 무슨 사랑들이 다 그 모양인지, 그가 풀어놓는 비루하고 기이한 사랑들이 하도 기가 막혀 읽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근데도 읽었다. 왜? 그의 문체 때문이었다. 절제된 언어와 내용의 구성. 불편하면서도 읽게 만드는 흡인력. 

신작 『힌트는 도련님』도 소설집이다. 아직 출판사 책소개조차 없는 터라 단편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은근히 장편소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 단편이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엔 또 어떤 인간들이 나타나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단편들의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은희경 작가의 산문집이다. 그것도 첫 산문이란다. 요즘 부쩍 작가들의 산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른 작가도 아니고 은희경 작가라고 하니 그 관심이 배가 되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흥미로울 수도 있고 더 아름다운 문체가 숨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구나 애정하는 출판사에서 지극히 '달'스런 표지를 입고 나오니 은희경 작가의 글 또한 얼마나 감성적일지 기대가 된다고 할까. 어쩌면 은희경 작가의 트윗을 읽어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글로 그가 담아내는 문장들은 진짜 아름다웠으니까. 또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으면서 보았던 문장들이 맘에 남아 있으니까.

생각의 일요일들』엔 작가가 창작하며 써왔던 글들이 들어 있단다. 사소한 일상의 모습도 담겨 있어 마치 사생활을 엿보는 듯 꾸밈이 없단다. 은희경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 없는 당당한 모습.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  

이 산문집 속의 글을 쓰는 기간이 내 인생에서 고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소요와 미열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 산문 속 시간들의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정과 헛된 열정이 낯 뜨겁고 공허해 보여 책을 묶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그러나 눈을 드니 멀리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는 고독, 가까워질수록 그 얼굴이 익숙했다. 그 얼굴 너머로 이제는 멀어져버린 아득하고 천진한 나의 한 시절을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_ 작가의 말 맨 앞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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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19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결국 사셨군요. 잘하셨어요.ㅋㅋ

readersu 2011-07-20 13:48   좋아요 0 | URL
넵! 작가의 산문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은희경 쌤의 글은 또 감성적이라서;;

LAYLA 2011-07-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트는 도련님, 제목은 너무 좋은데 선뜻 보기 두려워요. 책으로나마 저를 지키고 싶은데 슬프고 힘든 이야기 무서워요.

readersu 2011-07-20 13:5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작들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답니다. 읽어 보세요.
전 오늘 책을 받았으니 두려움(!)을 안고 읽어보겠습니다^^;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 그랑블루, 제주의 푸른밤, 7번 국도와 대포항, 그리고 만리포와 백도의 일몰과 거문도. 바다를 보려면 서너 시간은 차로 달려야만 하는 내륙 분지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힘든 일이 생기거나 머릿속이 복잡하면 저절로 바다가 보고 싶다, 고 했으니까. 장마가 오기는 하는 건지, 며칠째 한여름 폭염처럼 푹푹 찌는 날씨를 보니 다시 또 바다가 그리워졌다. 바다 다녀온 지 겨우 2주가 지났을 뿐인데... 그 그리움을 담아 고른 '바다'가 있는 책, '바다'를 그리워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그런 책! 


맺힌 것을 풀어내는 바다(먹고) 

이제 바다를 이야기할 때 이 책을 빼놓으면 안 된다. 사방이 바다인 섬을 배경으로 이토록 세세하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은 없기 때문이다. '갯것'을 '하고' 다루는 법과 먹는 법은 물론이고 섬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섬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바다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바로 스스로 생계형 낚시꾼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한창훈, 그가 쓴 한창훈식 '자산어보'《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가 그 책이다.  

오래 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자산어보》라는 어류학서를 쓴 손암 정약전 선생의 현대판이라고나 할까, 정약전 선생의 《자산어보》를 바탕으로 한창훈 작가는 현재 그가 살고 있는 거문도에서 나는 어류들로 현대판 자산어보를 써냈다. 어찌나 맛깔 나는 글과 사진을 올려두었는지 책을 읽는 내내 입맛을 다시다가 책을 덮자마자 가까운 바다나 횟집으로 뛰어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이다. 술이 당기는 것은 당연지사. 머리말에서 그는,  

저는 당신이 바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늘 바다를 동경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찾아가더라도 회 먹고 바닷가 조금 걷다가 돌아오지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바다란 늘 그곳에 있는, 파랗고 거대한 덩어리일 뿐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고들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깊숙이 친해지게 되는 것, 어린아이처럼 깔깔대게 하는 것, 이윽고 뒤엉킨 매듭을 하나하나 매만지게 되는 것, 머물다보면 스스로 그러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산은 풀어진 것을 맺게 하지만 바다는 맺힌 것을 풀어내게 하거든요." 
라고 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런 책이다. 아직도 이 책을 만나지 못했다면 당신은 바다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바다(즐기고) 

여기 어떻게 보면 무모하고, 달리 생각하면 용감한 남자들이 있다. 술자리에서 나눈 말이 씨가 되어 바닷길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기록기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이다. 이 모험심 강한 남자들은 무동력 돛단배를 타고 4시간이면 충분한 바닷길을 일 년씩이나 걸려 간 것이다. 항해술은커녕 바다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것이 없는 열네 명의 중년 남자들이 '집 나가면 생고생'이라는 걸 알면서도 떠난 바닷길에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는 생각만 할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많은 중년의 남성들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항해 중 VHF 교신은 진지해야 한다. 더구나 교신 상대가 해상의 치안을 담당하는 해경이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무전기 마이크에 우리 배의 이름을 말하는 순간, 무전기 건너편의 교신 상대가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배 이름은 '집단가출호'였다.

그들은 바닷길을 다니며 우리나라의 바다와 섬, 해안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몰랐다며 감탄을 내지른다. 하지만 그들이 결코 겪어보지 못했던 많은 일들, 깔따구 모기의 습격, 배에서의 배설물 처리, 추운 겨울의 비박과 끔찍한 배멀미까지. 낭만적으로만 보이던 요트 여행이 알고 보니 생고생의 길이었다는 것은 시작부터 알아본 바. '웃자'고 시작한 여행이 '죽자'고 덤벼든 꼴이었다나. 그러나 고생의 대가로 얻은 그들의 우정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선물.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무수한 중년의 남성들은 책을 덮는 순간, 생고생이든 뭐든 집 떠날 궁리부터 하게 될 것이다. 

 

 

 

이젠 우리 스스로 보호해야 할 바다(보호하기) 

이주 전에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서해로는 처음이었다. 가족 여행을 서해로 정한 후에 '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라는 부제를 단《아주 특별한 바다 여행》을 읽었다. '해양보호구역'이란 것은 바다가 더는 훼손되면 안 되겠기에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전하고 있는 14곳을 말한다. 지난겨울 저자가 그곳을 직접 다니며 사진 찍고 써내려간 글이다. 일반적인 바다 여행의 기록이 아니라 바다를 어떻게 보호하고 바다 여행을 어떤 식으로 해야 가치가 있는지를 책은 알려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바다를 찾는 이유는 바다가 그곳에 있으므로,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냥, 마음대로 드나들었던 곳이었다. 그렇게 드나들었대도 있는 그대로를 즐겼으면 '보호 구역'이라는 말 따윈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훼손되어 가는 바다에게 이젠 '보호 구역'이라는 타이틀을 주지 않으면 더 이상 존재하기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 사실을 알고 이 책을 읽는다면 앞으로 우리가 이 아름다운 바다를 어떻게 보호해야하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바다, 책을 읽고 나면 바다가 주는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된다. 또한 책에 나오는 바다를 저자의 여정에 따라 다니다 보면 교육적 가치와 생태여행까지 겸할 수 있다. 여름이 다가오는 요즘 바다에 갈 예정이라면 아이들과 꼭 한번은 읽어보고 가야 할 책.   

부록으로 나온 갯벌의 생물 도감은 이 책의 멋진 보너스이기도 하다. 바다로 떠날 때, 그곳의 맛집보다는 갯벌의 생물 이름을 하나라도 더 알고 간다면 아이들에게 훨씬 더 센스있고 멋진 어른으로 남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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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다, 책이란. 늘 그런다. 너무 기대를 하면 실망이 앞서고 이 책 이거 뭐, 하며 읽으면 은근 끌리게 된다. 김별아 작가의 책을 추천 받을 때도 그랬다.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코드가 안 맞았다. 안 맞으면 잘 안 읽게 되는데 추천 받았다. 이건 좀 다른 것 같아. 읽어봐! 글쎄, 다른 읽을 책도 많은데 하며 계속 미루었다. 그렇게 밀린 책은 책상 위에 얌전히 아무 말도 안 하고 읽어주기만을 기다렸다. 그 책을 보면서 그랬지. 훔, 그래 오늘은 읽어줄게, 하다가 보면 그 옆에 있는 다른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밀리기를 서너 번하고서야 마침내 책을 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나도 참 어지간하다. 아무튼 '김별아 치유의 산행'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치유, 심리가 들어간 산행에세이. 그러니까 내려올 산을 왜 올라가느냐, 던 작가가 산을 오르면서 자신의 마음속 오랫동안 묵은 상처에 대한 고백을 나눈 책이란 것. 작가는 프롤로그 형식의 예비산행이란 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려와야 할 것을, 끝내야 할 것을, 죽음으로 모든 것과 이별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산을 오르고, 사랑을 하고, 기어이 살아낸다. 그 불가사의한 어리석음의 순환 고리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가? 알고 싶었다. 알아야 했다." 그리하여 산행을 시작했지만 산행의 기록이라기보다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극한으로 치닫는 육체적 고통 속에 더욱 적나라해지는 자신과 그런 자신을 끝끝내 보듬어지켰던 마음의 힘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란다. 

심리학을 다룬 책들은 모두 그렇다. '최초의 기억'부터 이끌어낸다. 내가 지금에 와서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삶을 살았는지는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는 자신도 잘 모르는 상처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치유 하고 싶으면 그 상처부터 끄집어내야 한다.  한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 내게 정말 어릴 때 상처가 있단 말이야? 말도 안 된다는 표정만 지을 뿐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김혜남 교수가 말해준다. "누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나"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고. 증거를 대라면, 눈으로 볼 수는 없어도 분명 있다고 자신만만이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다른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분노하며 이성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강력한 감정이 치솟아 오르면 그건 대부분 그 아이의 분노와 슬픔이다." 헉, 정말? 그런 거였나? 다시 김별아. 

그녀는 아픈 아이였단다. 몸보다 마음이 아팠고,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팠단다. 한데 그걸 인정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걸 인정하지 못하니 끊임없이 부대꼈고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행복하지 못했단다. 그런 그의 히스토리를 들은 의사 친구가 내린 결론은 '소아우울증' 거의 완벽하게 그 증상과 일치했고 그제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니 단짝 친구도 없는 외톨이였으며, 어린 시절 일기장 속엔 온통 '죽고 싶다, 혹은 죽이고 싶다'만 가득 적어 놓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게 그녀의 '최초의 기억'이다. 그동안 꼭꼭 숨겨겨 있던. 자, 그럼 이제 그걸 알아냈으니 어떻게 해야지? 치유, 치유를 해야지. 

책은 전반적으로 그녀가 다녔던 산행의 기록에 자신이 그동안 겪었던 과거의 상처와 같이 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에 잘 어울리는 다양한 책들의 문장들을 잘 버무려놓았다. 산행이라는 취향이 같지 않으면 지루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삶의 의문들을 적절히 배합하여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삶과 산은 닮은 꼴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오면서 왜, 사는 지 혹은 무엇때문에 살아가는지 던지는 의문들은 산을 오르면서도 느끼게 된다. 왜 산을 오르는 거지? 올라가서 어쩌자고? 어차피 내려올 건데...그래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그녀의 산행을 통해 내면의 고백을 토해내는 작가를 보며 우린 우리의 상처도 보듬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니 내 삶도 그랬네. 나도 어릴 때 그런 경향이 있었지. 은근슬쩍 김혜남 교수의 말이 맞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다른 심리학 책에게도 눈길이 가게 되었다. 마침 출간된 서너 권의 심리학 책을 같이 읽으며 사람은 누구나 똑같다는 것을, 상처가 없는 척해도 결국 찾아보면 마음속에 묵혀둔 상처들이 하나씩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까닭에 이런 심리를 다룬 책들이 위안을 주고 공감을 준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일까 허구한날, 심리학 책만 들고 읽는다면 그건 정말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지만 가끔 우울하거나 뭔가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할 때 읽어보면 유쾌하진 않지만 편안해지기는 한다. 지금 아픈 내 상처가 공감가는 여러 개의 문장들을 읽으며 뭔가 시원한 느낌을 받게 되니까. 그래서 치유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 것 같다. 다시 또 겪게 될 지라도 지금 현재는 치유!  

그러니, 지금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 있어 짜증이 나고 불안하고 자꾸만 우울해지는 당신이라면 이 책이 아니라도 가까이에 있는 심리학 책을 한 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처럼 뭐 이런 책을? 하며 읽다가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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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런 적 있어요?
책 제목을 엉터리로 알고 있거나 엉터리로 말하는 겁니다.

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이런 경우가 갈수록 많아지는데요..
듣고 보니 출판사 직원들도 자기들 책 제목을 틀리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그러고보면 나이 탓은 아니겟죠?ㅋ

보통 제목이 무쟈게 긴 책들은 더욱 그러는데(하긴 짧아도 헷갈리긴 마찬가지)
그렇게 한번 박힌 책 제목은 좀처럼 삭제되질 않고 머릿속에 있다가
정말, 창피를 당한 후에야(누군가의 지적질!)
정신 차리고 책 제목 제대로 외우게 된다는..
해서,
제가 많이 실수 했던  책 제목을 모아봤어요. 



끌림

ㅋ 이 유명한 책을 언젠가 "떨림"이라고 적은 적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니 당연히 떨렸겠지만, 우째 그런 실수를...전혀 모르는 분이 그러더라.
"떨림"이 아니라 "끌림"인데...아,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는 ㅋㅋㅋ

 
 『우리가 보낸 순간』 

신간 나오자마자 여기저기 퍼나르며 홍보했던 김연수 작가의 책.
트윗에 올리면서 적은 제목은 "우리가 보낸 시간" ㅋㅋ
이틀 뒤에 문득 생각이 나서 얼른 가서 삭제해버렸다는
(하면 어쩔겨, 이미 볼 사람은 다 봤는데!)^^;;
스스로 위로하기를, 다른 사람들도 '시간'인지 '순간'인지 몰랐을 거야...라는 것.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으므로 ㅋㅋㅋ

 
 『올리브 키터리지

이 책에 관한 글을 적으려고 아무리 "올리버 키트리지"를 검색해도 나오지 않았다.
찾다찾다 출판사 이름으로 찾았는데 나오면
이게 도대체 왜 검색이 안 되는 거냐고 괜히 온라인 서점만 탓했다.
근데 문득, 깨달았다. 내가 잘못 적었다는 것이.
원래 사투리를 쓰기에 말로는 마구 헷갈려주는 나였지만
글로도 사투리를 쓸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ㅋ

 

 『이별의 재구성

오늘의 압권은 이 책...
지난 주 시와 산문 덧글 채팅에서(아, 증거자료도 남아 있도다 ㅠㅠ)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했다. 전 이 책 좋더라구요 "비밀의 재구성"
역시 이틀이나 지나서야 알았다.
내가 책 제목을 잘못 말했다는 것을...근데 아무도 지적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어째 이상하다 했다는 소리만 들었다. ㅋㅋ

 
 『비틀거리는 여인

'여인'이 들어가는 제목은 항상 헷갈린다.
'여자'라고 써넣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런다.  
"비틀거리는 여자" 찾아도 찾아도 안 나온다.
결국은 이렇게 친다. "비틀거리는" 그럼 나온다.
그 뒤에 '여인'이 붙어 있는데 당연히 내 눈은 '여자'로 보고
담에 또 "비틀거리는 여자'를 검색한다.
서너 번 하다 보면 그제야 안다. 내가 잘못 알았다는 것을-.-;;

 
 『프렌치 테이블

이건 책 읽고 리뷰 쓰는 내내 "프렌치 스타일"로 생각하고 있었다.
리뷰 다 쓰고 맞춤법 검사하며 책 제목 확인하면서
(그렇다.. 난 나름 열심히 맞춤법보고 올린다-.-;; 
교정이라고 적고 보니 헐, 띄워쓰기니 맞춤법이니 틀린 것 넘 많아서 급 수정
) 알게 되었다.
급해서 그냥 올렸다면 분명 창피 당했을 거다.
매번 그렇더라..그래서 시간이 아무리 급해도 내가 쓴 글 다시 보자!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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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lee 2011-04-13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원 제목이 안보여요.

readersu 2011-04-13 18:16   좋아요 0 | URL
하하;; 네에-.-;;;
수정을 해 볼게욤^^

설마 제목이 또 오타난 것은 아닐 테죠??? ㅎㅎ
 

 ㅁ

이번에 새로 나온 정수복 작가의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읽으면서 다시 또 프로방스에 관한 궁금증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몇 년 전 친구가 그곳에 다녀온 후에 프랑스를 가거든 프로방스를 꼭 가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에 만약 프랑스를 간다면, 꼭 가보리라 마음에 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여름에 남불을 여행할 계획이라는 친구 역시 이번엔 꼭 프로방스를 다녀오겠다며 잊고 있던 내 맘을 살짝 건들였던 것.

우선 난 프로방스를 떠올리면 항상 '빛'이 생각난다. 그건 아마도 인상파 화가들로 인한 것이다. 또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인상파 화가들을 떠올리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자연과 빛, 세잔의 고향인 엑상 프로방스, 그가 자주 그렸던 생트 빅투아르인데 그 모든 것이 바로 프로방스라 불리는 곳에 있다.

프로방스는 '동쪽으로는 이탈리아와 인접하고 내륙으로는 알프스 산맥을, 아래쪽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 남동쪽 지역 전체를 말한다. 보통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라고 부르며 프로방스는 그중 지중해의 경계와 내륙 산간지역 사이의 지역을, 코트다쥐르는 남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 지역을 뜻한다'고 김영주의 『프로방스』에 나온다. 

그럼 프로방스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언제일까? 사실 난 그 영화의 배경이 프로방스인 줄 몰랐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미지만 떠올린다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빛과 어둠, 그리고 고요함이었다. 빛이 강하다 보니 빛이 없는 곳은 자연적으로 어두웠고 날더러 저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을까 싶었다나. 바로 <마농의 샘>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배경이 바로 프로방스라는 사실. 그러고 보면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프로방스는 이미 우리들에게 익히 알려진 장소인 셈이다.  

<마농의 샘>과는 다르게 멋진 배경으로 그곳에 대한 갈망을 키워준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어느 멋진 순간>이다. 지난 번 김영주 작가의 『프로방스』가 나왔을 때 이벤트로 프로방스의 와인 농장이 배경인 그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곳의 풍경은 <마농의 샘>을 봤을 때와 달랐다. 아마 시대적 배경이나 영화 내용에 의해 달라보였겠지만 <마농의 샘>에서의 프로방스보다는 훨씬 상큼하고 멋진 풍경이었던 영화로 인해, 프로방스는 아니더라도 어느 시골 멋진 풍경을 가진 곳에 사는 삼촌이 왜 나는 없는가,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나.  

<어느 멋진 순간>처럼 어느 날 문득 찾아간 그곳에서 결국 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을 갔다가 그곳의 풍경에 반해 이사를 온 가족들도 있다. 바로 『마이 프렌치 라이프』의 비키 아처 가족이다.

호주에서 살던 그녀는 여행을 하다가 프로방스에 반해 아예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좋았으면 이사올 생각을 했을까 싶다. 그 책을 읽을 당시엔 그다지 감흥은 없었고, 늘 그렇듯이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주는 멋진 풍경들에 반해 멋지다 운운하기만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삶을 살아 가다가, 그렇게 어느 장소에서 데쟈뷰를 느끼듯이 혹, 하고 빠져들어 한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든다. 아마, 나이가 든 탓이라는 느낌. 

프로방스에 관한 또 다른 책으론 피터 메일의 책이 있다.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역시 호주에 살던 비키 아처처럼 여행을 하다가 프로방스에 반했고 반한 김에 농가를 사서 일 년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정수복 작가의 책에 살짝 나온 이야기에 의하면 피터 메일이 그의 책에 언급된 뷔욱스라는 작은 마을의 프로방스식 살라드(이 정겨운 살라드, 스위스 이모가 오셨을 때 매번 샐러드를 살라드, 살라드 하시더라^^) 전문 식당 주인에게 피터 메일의 책이야기를 했더니 웬 영국놈이 엉뚱한 이야길 했냐며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더래도 우리나라에서 프로방스에 관련한 책들이 나오기 전엔 어쨌든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가 프로방스에 관한 로망을 많이 안겨주었을 것이다. 

어제 오늘, 갑자기 겨울에서 봄으로 와 버린 날씨 탓에 더욱 햇빛이 그리워졌다. 쏟아지는 햇빛을 쬐며 앉아 책이나 읽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아쉽지만 그래도 내겐 프로방스에 관한 책이 있으니 주말은 따듯한 공원에 가서 비슷한 색을 가진 제비꽃이라도 바라보며(ㅋㅋ) 그곳이 프로방스려니 하며 책이나 읽는 호사를 누려야겠다는 생각. 그것도 안 되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라도 들여다볼까? 아, 근데 주말에 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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