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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나온 정수복 작가의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읽으면서 다시 또 프로방스에 관한 궁금증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몇 년 전 친구가 그곳에 다녀온 후에 프랑스를 가거든 프로방스를 꼭 가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기에 만약 프랑스를 간다면, 꼭 가보리라 마음에 둔 곳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여름에 남불을 여행할 계획이라는 친구 역시 이번엔 꼭 프로방스를 다녀오겠다며 잊고 있던 내 맘을 살짝 건들였던 것.
우선 난 프로방스를 떠올리면 항상 '빛'이 생각난다. 그건 아마도 인상파 화가들로 인한 것이다. 또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인상파 화가들을 떠올리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자연과 빛, 세잔의 고향인 엑상 프로방스, 그가 자주 그렸던 생트 빅투아르인데 그 모든 것이 바로 프로방스라 불리는 곳에 있다.
프로방스는 '동쪽으로는 이탈리아와 인접하고 내륙으로는 알프스 산맥을, 아래쪽은 지중해를 끼고 있는 프랑스 남동쪽 지역 전체를 말한다. 보통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라고 부르며 프로방스는 그중 지중해의 경계와 내륙 산간지역 사이의 지역을, 코트다쥐르는 남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 지역을 뜻한다'고 김영주의 『프로방스』에 나온다.
그럼 프로방스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언제일까? 사실 난 그 영화의 배경이 프로방스인 줄 몰랐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미지만 떠올린다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게 빛과 어둠, 그리고 고요함이었다. 빛이 강하다 보니 빛이 없는 곳은 자연적으로 어두웠고 날더러 저런 곳에서 살라고 하면 살 수 있을까 싶었다나. 바로 <마농의 샘>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배경이 바로 프로방스라는 사실. 그러고 보면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프로방스는 이미 우리들에게 익히 알려진 장소인 셈이다.
<마농의 샘>과는 다르게 멋진 배경으로 그곳에 대한 갈망을 키워준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러셀 크로우 주연의 <어느 멋진 순간>이다. 지난 번 김영주 작가의 『프로방스』가 나왔을 때 이벤트로 프로방스의 와인 농장이 배경인 그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곳의 풍경은 <마농의 샘>을 봤을 때와 달랐다. 아마 시대적 배경이나 영화 내용에 의해 달라보였겠지만 <마농의 샘>에서의 프로방스보다는 훨씬 상큼하고 멋진 풍경이었던 영화로 인해, 프로방스는 아니더라도 어느 시골 멋진 풍경을 가진 곳에 사는 삼촌이 왜 나는 없는가, 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나.
<어느 멋진 순간>처럼 어느 날 문득 찾아간 그곳에서 결국 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을 갔다가 그곳의 풍경에 반해 이사를 온 가족들도 있다. 바로 『마이 프렌치 라이프』의 비키 아처 가족이다.
호주에서 살던 그녀는 여행을 하다가 프로방스에 반해 아예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좋았으면 이사올 생각을 했을까 싶다. 그 책을 읽을 당시엔 그다지 감흥은 없었고, 늘 그렇듯이 텍스트보다는 이미지가 주는 멋진 풍경들에 반해 멋지다 운운하기만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삶을 살아 가다가, 그렇게 어느 장소에서 데쟈뷰를 느끼듯이 혹, 하고 빠져들어 한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요즘 들어 자주 든다. 아마, 나이가 든 탓이라는 느낌.
프로방스에 관한 또 다른 책으론 피터 메일의 책이 있다.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역시 호주에 살던 비키 아처처럼 여행을 하다가 프로방스에 반했고 반한 김에 농가를 사서 일 년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정수복 작가의 책에 살짝 나온 이야기에 의하면 피터 메일이 그의 책에 언급된 뷔욱스라는 작은 마을의 프로방스식 살라드(이 정겨운 살라드, 스위스 이모가 오셨을 때 매번 샐러드를 살라드, 살라드 하시더라^^) 전문 식당 주인에게 피터 메일의 책이야기를 했더니 웬 영국놈이 엉뚱한 이야길 했냐며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렇더래도 우리나라에서 프로방스에 관련한 책들이 나오기 전엔 어쨌든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가 프로방스에 관한 로망을 많이 안겨주었을 것이다.
어제 오늘, 갑자기 겨울에서 봄으로 와 버린 날씨 탓에 더욱 햇빛이 그리워졌다. 쏟아지는 햇빛을 쬐며 앉아 책이나 읽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아쉽지만 그래도 내겐 프로방스에 관한 책이 있으니 주말은 따듯한 공원에 가서 비슷한 색을 가진 제비꽃이라도 바라보며(ㅋㅋ) 그곳이 프로방스려니 하며 책이나 읽는 호사를 누려야겠다는 생각. 그것도 안 되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라도 들여다볼까? 아, 근데 주말에 비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