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책이다. 내가 이 책을 기다린 이유는 '자궁경부암'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20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해 땅에 묻은 어머니 헨리에타 랙스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어머니 몸의 일부가 무한 증식하여 몸무게 5천만 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0채만큼 불어났으며, 그 세포가 지구 세 바귀를 덮고도 남을 정도로

퍼져나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상업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래 전에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던 내 엄마가 생각났기 때문.

암에 걸려 살아날 확률 5년을 훨씬 넘기고서도 여태 잘 살고 계시는 엄마.

어쩌면 헨리에타의 세포 덕분이 아니었을까, "인류를 구한 불멸의 세포주 '헬라(HeLa)세포"

그녀의 세포 덕분에 '의학혁명'이 일어나고 '인간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한 셈이니까.

그래, 어쩌면, 그렇게, 막연히, 저 단어때문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기다렸는데,

책을 펼치고 보니 그 이면에 드러난 놀라운 사실들!

 

이 책은 논픽션이다. 책머리에 저자는 이런 글을 썼다.

 

 

"등장인물은 모두 실명이며, 창조된 인물이나 꾸며낸 사건은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쓰기 위해 나는

헨리에타 랙스의 가족과 친구들은 물론이고, 변호사, 윤리학자, 과학자, 랙스 가족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 언론인 들과 천 시간도 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광범위한 기록사진과 문서, 과학적·역사적 연구 출판물, 그리고 헨리에타의 딸인 데버러 랙스의 일기 등에 크게 의존했다. 나는 사람들이 대화하거나 글을 쓸 때 사용한 언어를 그대로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대화에서는 사투리를 그대로 살렸으며, 일기나 다른 개인 기록에서 발췌한 내용은 원본 그대로 큰따옴표를 붙여서 인용했다. 헨리에타의 친척 한 분이 내게 "사람들의 말투를 꾸미거나 말한 내용을 바꾼다면 그건 거짓말이 되고 맙니다. 그러면 그들의 삶, 그들의 경험, 그리고 그들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인터뷰했던 분들이 자신들의 세계와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들을 이 책 곳곳에 그대로 옮겼다. 같은 맥락에서 나는 '흑인 전용colored' 같은 단어처럼 등장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환경에서 실제로 쓰였던 말을 사용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단순히 '헬라세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생물학 교과서, 참고서, 인터넷과 잡지 등을 샅샅이 뒤져도

헬라세포의 원 주인과 그 가족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없었던 작가 레베카 스클루트가

헨리에타의 직계가족과 친척, 지인은 물론 헬라세포 연구에 연루된 모든 인물들을

추적하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10년에 걸쳐 쓴 글이다.

그 추적에서 밝혀지는 놀라운 진실은,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 의학 발전을 명분으로 한 인권 침해와 자본주의 산업체제 아래서,

정작 그 세포의 주인과 가족은 이 모든 기념비적인 사건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남부의 한 담배공장에서 노예 조상들처럼 담배농사를 짓던 헨리에타는 1951년

이상출혈과 체중감소로 존스홉킨스 병원을 찾는다. 그곳은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한 시절,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흑인들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었던 유일한 병원이었단다.

그곳에서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은 그녀는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그녀의 암은 담당의사도 경악할 정도로 빠르게 전이되고 암 진단 받은 후 4개월 만에 사망한다.

 

 

그런데

 

 

1973년 어느 날, 미국 볼티모어에 살고 있던 랙스 가족은

사망한 그녀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의사가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 없이 헨리에타의 난소에서 세포를 채취했고

그 세포는 몇 주가 지나도록 성장을 멈추지 않고 증식하여 그동안 햄스터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의학 실험과 신약 개발을 해왔던 의학계에 신기원을 열었던 것.

 

이 사실은 영원히 죽지 않는 그녀의 세포들이 수천억 달러 규모의 의학혁명을 이루고

인간 수명연장의 꿈을 실현하는 견인차가 되어 의사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매매되고 배양되는 동안, 놀랍게도 그녀의 가족들은 이 사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빈곤층으로, 노숙자로, 범죄자로 전락하며 비참하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경악할 일은,

인류를 구할 만큼 놀라운 세포는 둘째치고, 어떻게 본인과 가족도 모르게,

한 여인의 몸이 실험대상이 되고 상업적으로 거래될 수 있느냐는 거였다.

 

 

 

이 사실에서 작가는 랙스 가족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오가며 헨리에타 랙스의 일생을 복원하고

미국 흑인들에게 가해진 각종 의료 차별과

비윤리적인 실험-연구로 인한 인권 침해 사실을 낱낱이 폭로하고 있다.

 

취재를 하는 동안 작가는 헨리에타 유족들로부터 거부당하고,

돈을 노리고 접근하는 사기꾼으로 매도당하기도 했단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들에게 어머니에 관한 진실을 찾아주고자 분투했다고 하니

1000시간의 인터뷰와 10년간의 취재로 "저널리즘이란, 행동하는 정의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레베카 스클루트의 끈질긴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책 뒷쪽에 있는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에 쏟아진 찬사들만 봐도 그 감동을 알 것 같다.

매우 드라마틱하고 치밀한 구성과 강한 호소력과 흡인력을 가졌으며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고 했는데

<뉴욕타임즈> 99주 동안 베스트셀러 였고 오프라 윈프리에 의해 영화 제작이 되고 있는 중이란다.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은 필립 K. 딕과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실화다. 레베카 스클루트는 수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동시에 한 가족의 삶을 거의 파괴해버린 과학에서의 인종차별주의와 탐욕, 이상주의와 신앙의 문제를 파헤친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더없이 아름답고 특별한 작품이다. _에릭 슐로서(저널리스트)

 

 

*이 책은 소설가의 예술성과 생물학자의 전문성, 취재기자의 열정이 한데 집약된 결정체다. 스클루트는 인종차별과 가난, 과학과 양심, 영성과 가족에 관한 실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하며, 육체의 존엄성과 생명력의 본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_북리스트

 

 

*놀랍도록 균형 잡힌 관점. 편파적이지 않은 태도……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간결하고도 명쾌한 깨달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에서는 그 어떤 장르에서도 발견할 수 없는 힘과 반향을 느낄 수 있다.

헨리에타가 남긴 선물의 혜택을 알았든 몰랐든 간에, 우리 모두는 엄청난 감동에 휩싸일 것이다._오리거니언

 

 

 

이 책은 미국 워싱턴 주의 시애틀 프레드허치슨 암연구소에서

《헨리에타 랙스의 불멸의 삶》의 저자 레베카 스클루트의 강연을 듣던

당시 허치슨 연구소에서 연수를 받던 김정한 교수가 옮겼다.

의대 재학 시절 강의실에서 처음 헬라세포에 대해 간략히 배운 이후,

수많은 의학논문에서 헬라세포를 만났지만 그 주인공의 이면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강연은 큰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왔단다.

그리고 '의학사의 어두운 이면'을 다룬 이 책을 읽고 번역해야할 '사명감'에 빠져

미시시피 주의 한 주립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동생 김정부 교수와 함께 번역했단다.

 

 

정책학자인 김정부 교수는 '본의아니게 생명공학의 발전에 얽혀든 한 흑인 여성과 그 가족의 처절한 이야기를 통해, 알렉시 드 토크빌이 1835년 『미국의 민주주의』의 첫머리에서 당시 미국 사회를 떠받치고 있다고 갈파한 바 있는 평등(과 인권)을 향한 인간의 지난한 투쟁기 21세기 미국에서도 여전히 현재진향형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아가 한국 사회에서 생명과학과 인권의 경계에 걸치는 정책토론에 이 책이 의미 있는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흑인 특유의 생생한 사투리체 대화가 많은 점.

원서의 서문에 밝히듯 흑인들의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이들의 표현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살려놓은 점을 감안하여 원서 느낌 그대로 생동감 있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부와 상의하여

전라남도 사투리로 번역하기로 결정하고 한창훈 작가의 감수를 받았단다.

 

 

내 방의 벽에는 찢어진 왼쪽 귀퉁이를 테이프로 붙여놓은,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어떤 여인의 사진이 붙어 있다. 헨리에타 랙스. 언젠가는 헬라세포와 그 세포의 주인,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이고 엄마였을 그 여인에 대한 전기를 쓰리라……

과학 실험실, 병원, 정신병원을 망하하는 이 모험에는 노벨상 수상자들과 식료품점 주인, 죄수, 전문 사기꾼 등이 각자 배역을 맡아 등장한다. 이 책은 헬라세포와 헨리에타 랙스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특히 데버러를 포함한 랙스 가족과 그들이 헬라세포의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평생에 걸친 지난한 싸움, 그리고 그 세포를 가능하게 했던 과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_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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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그가 왔어요. 영어권 최고의 문학상이라는 2011년 맨 부커상 수상작을 들고서!

책을 보는 순간, 흥분하고 말았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다 밀리게 생겼으니 어째요?

할 수 없어요. 그러나 다행이라면 가독성 짱! 이라고 하니 휘리릭, 읽고 띠지에 적힌 대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마자 다시 읽'어도 금방 읽고말 것 같은 느낌이랍니다.

 

책소개 글을 보니 줄리언 반스가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시작으로

네 번째 부커상 후보로 올랐고 마침내! 네 번째로 올라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받았다는군요.

 

영국인이면서 '영국 소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그가

그동안 계속 고배를 마시다가 받게 되었다는데, 말들이 많았다는군요.

 

13편의 예심작 중 6편의 본선작을 추려 발표하면서

올해의 심사기준을 가독성Readability'에 두었다고 밝히며 시작되었답니다.

리밍턴은(심사위원장)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책, 읽힐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

우리는 독자들이 이 책들을 사서 직접 읽기를 바란다. 사지는 않고 그냥 숭배하는 게 아니라"

라고 하자 일군의 작가들과 평론가, 문학 에이전트들이 벌떼처럼 들고 읽어났다고.

 

전년도 심사위원장이자 시인인 앤드루 모션은 "올해 심사위원들이 문학을 '단순화'했고,

'고급문학과 가독성 있는 책이라는 가짜 경계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는군요.

어, 저도 앤드로 모션의 말에 공감을 합니다. 그러자 반격을 한, 소설가 그레이엄 조이스가

"문학이 사람들이 희망하는 것을 바꾸게 하려면, 먼저 높은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 것" 이라고 응수했다는데, 어, 그것도 옳은 소리입니다.(모냐?-.-)

 

이 글을 읽으니 우리나라의 어떤 문학상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문학상에서 노평론가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죠.

이번 수상작은 세계문학으로서 한국문학이라는 하나의 길을 보여준 소설적 여정이라고.

독자도 취향이 있어 저는 그 심사평에 좀 불만이 많았었는데

저 논란을 보니 설마 우리나라도 그들을 따라서??

'단순화', '가독성'에 중점을 두었나,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암튼, 그 모든 논란이 줄리언 반스의 작품으로 선정이 되는 순간,

싸~악 사라졌다고 하는군요! 와우!!!

 

 아, 간만에 본 줄리언 반스 아저씨ㅡ 주름살!!(-.-)

수상하기 전, 부커상을 '호화로운 빙고게임'이라고 비꼬았다고 하는데

네 번째 후보로 올라 수상하던 날,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렇다. 후보에 오르는 것이 네 번째였기 때문에 사실 한시름 놓았다.

무덤에 들어간 뒤에 베릴 상을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베릴 - 부커상 후보에 다섯 번 올랐으나 결국 수상하지 못하고 세상을 뜬 영국 소설가

베릴 베인브리지를 기념하여 제정한 2011년도 특별상이랍니다)

 

또 노벨문학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위대한 소설가 보르헤스를 유머러스하게 언급하며

"왜 당신이 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 보르헤스가 대답하곤 했다.

'세상 어딘가에 나의 수상을 막기 위해 결성된 가내수공업단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 간간이 약간의 망상이 도질 때마다

나 역시 어딘가에 그 비슷한 사악한 조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었다." 라고. ㅋ

아마도 상을 받지 못한 모든 작가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요?^^

 

자, 그렇다면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어떤 이야길 들려주는 걸까요?

 

당신이 예감했으나 감히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야기의 결말이 다가온다!

라는 문장이 오홋! 하며 절 끌어당기는군요.

 

11쪽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라고.

 

소설은 1960년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네 소년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각종 소요와 문화운동, 성적해방으로 들썩이던 60년대 말.

그러나 아직 그 기운은 당신 대학생이던 이들 사이에까지 미치지 않았던 그때의 이야기.

 그로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육십대가 된 토니 앞으로

난데없이 한 통의 유언장이 날아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거대한 비극!!!

 

추천의 말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와우! 이 대단한 100자평들^^;

 

"장인적인 솜씨로 직조된 예기치 못한 결말. 세련된 문체,

우아아한 구어적 적확함, 그리고 풍자정신이 빛난다"_타임스

"슬프지만 강렬하다. 이 책은 우리의 기억이 무엇인가,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고 수정하면

심지어는 그것을 지워버리게 되기까지 하는가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_보그

"불길하고 불편한 매력. 외견상으로 단정하고 전통적인 이 이야기는 반스의 작품 중

가장 잔혹한 그림자를 남긴다."_월스트리트 저널

"책장을 멈출 수 없다. 끝까지 읽은 뒤, 곧바로 처음부터 다시 읽게 될 것이다.

짧지만, 가장 긴 소설. 다시 읽을 마음의 준비를 하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_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아, 이건 뭐 이런 추천의 글이 없어도 줄리언 반스의 애독자로서 빠져들어 읽을 생각이 있지만

당장 읽게 만들어버리는군요. 네네, 《레벨26》의 살인마, 스퀴걸은 잠시 살인을 멈추라, 하고

틀리지 않는 예감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덧, 재미있는 사실!

옮긴이가 2011년 퓰리처상을 받은 제니퍼 이건의 《깡패단의 방문》을 번역한 그 분이시네요.

이 책을 보는 순간,

퓰리처상과 맨부커상, 두 권의 책을 책대책으로 엮어보면 재미있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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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우주와 관련한 책만 펼치면 도무지 뭔 소릴 하는지 알아듣질 못하고

그런데도 우주에 관한 이야긴 궁금하던 차에, 이런 책이 내 앞에 굴러 떨어졌다.

오홋! 이것이야말로, 대박! 이라고 외쳤다는.

 

 

우주 사용 설명서》라는 제목 옆에 붙은 부제 보이는가?

"평범한 지구인을 위한 우주 완벽 가이드", '평범한 지구인'

이건 바로 나를 지칭하는 것!!

그래서 휘리릭~ 넘겨 보았다. '평범한 지구인'이라고 말로만 하고 '비범한' 지구인을 위한

책들이 워낙 많으니까, 이 책도 그럴 거라는 의심을 품으면서 말이다.

 

어, 근데 책 날개에 있는 글을 읽어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우주론에 관한 대중 과학책은 정말 많다. 과학 베스트셀러들은 한목소리로 누구나 쉽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다고들 말하며, 아름다운 문장과 시적인 언어로 우주에 대한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독자들은 그중 10퍼센트만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과학에 대해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전문 용어와 핵심 개념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정말로 "중요한" 질문을 묻고 답하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의 적확한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것, 그것이 데이브 골드버그와

제프 블롬퀴스트가 이 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다.

두 사람은 물리가 쉽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그건 절대 그렇지 않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오! 이 책은 그렇다면 읽어볼 가치가 있겠어. 자신을 가짐.

 

출근 길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목차를 읽고 나니 훨씬 더 자신감이 생겼고, 내용이 막 궁금해졌으며

감사의 말을 읽고 서문으로 들어가는데 하핫, '전형적인' 과학자의 모습이라며

나오는 그림을 보니 과학자들은 과연, 이런 모습일까? 싶다.

문득,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유명한 젊은 과학자, 한 분 알고 있는데 꼭 물어보고 싶어짐^^

 

 

서문의 첫 문장이 이렇다. "물리학자의 길은 때론 고독하다."

그러면서 상황을 하나 설명해주는데 정말 공감 100%. 이런 이야기.

 

 

"비행기에 탔는데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이 당신에게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본다.

당신은 자신이 물리학자라고 답한다. 이 시점에서 대화의 흐름은 둘 중 하나로 갈린다.

뒤이어 그 사람 입에서 튀어나오는 첫 마디는 열의 아홉은 이런 방향일 것이다.

"물리요? 학교 다닐 때 물리 수업 질색이었는데!"

 

 

하핫, 어쩜 내가 상상하는 것과 똑같은 대답인지! 저 말은 말이다.

원고를 읽은 저자 골드버그의 부인이 그와의 첫 데이트 때 튀어나올 뻔 했던 말이란다.

물론 그 부인은 그 말을 하지 않고 참았으며 결국은 결혼에 성공했지만^^

 

 

어떤가? 이 정도면 오홋, 읽을 수 있겠는걸? 하는 흥미가 생기지 않겠어?

이 정도의 유머로 시작한다면, 지루한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고도 남는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접근법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물리 자체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아니, 진짜로 그렇다니까! 더 설득이 필요하다면,

우린 매 장마다 시시한 농담들(썰렁한 농담과 말장난, 안이한 만화를 포함해)을

5개 이상 넣을 것을 진지하게 약속하리다.

이런 신념을 가지고 이 책의 모든 장들은 변명할 여지없는 골 때리는 말장난이 담긴 만화와

우주가 어떻게 도아가는지 묻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여러분이 그 질문에 답변하면서

관련된 물리를 골고루 둘러보고, 장 마지막 부분에 다다랐을 때 그 질문을 둘러싼

미스터리들이 명확해지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이 그 만화를 다시 봤을 때

배꼽 잡을 정도로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생각하는 과학자의 방식,

빙 둘러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이다." 완전 재미 만땅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래서 드디어 첫 장인 <특수 상대성 이론>을 읽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뭐 이런 소제목을 달았다.

 

와, 중요한 것은 읽으면서 내가 글쎄! 이해를 했다는 거다. 느낌표를 !! 두 개을 찍으면서

밑줄을 긋고 이해를 시키기 위해 그린 그림에 공감의 토까지 달았다는!

그래서 갑자기 이 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는데, 그만 목적지 도착, 어찌나 안타깝던지.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괜찮다. 시간 넉넉히 잡아 하나씩 하나씩

이해하면서 다 읽어줄 거다. 그래서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마무리하고 나면

표4에 나온 글처럼, 평범한 지구인에서 완벽한 우주인으로 변신해버릴 테니까.

 

그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주에 대한 9가지 이야기의 제목을 알려주겠음.

자세한 게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길^0^

 

 

  •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면 어떤 모습일까?
  •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죽은 걸까, 산 걸까?
  • 신은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이를 할까?
  • 거대 강입자 충돌기가 지구를 파괴하게 될까?
  •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을까?
  • 우주는 대체 어디로 팽창해 가는 걸까?
  • 빅뱅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 다른 행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할까?
  • 우리가 아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제목들이다. 소제목을 보고 더 궁금해지고 말았다면 당신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럼, 나는 하다만 우주여행을 하러 가겠음.

지금은 캄캄한 밤, 비록 비가 내려 별은 보이지 않지만 상상 속의 우주에선

수많은 별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이다? 멋진 우주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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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라는 것은 단어의 뜻풀이처럼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를 말하는 거다. 아무 일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가 어느 날 불쑥 그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에 변화가 생겨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게 된다.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면 미리 준비라도 하고 있을 테지만 '심리'라는 녀석은 항상 불쑥, 나타나기 일쑤다. 그럴 때 그 변화된 마음과 의식에 대해 혼자 마음을 다독거리는 것보다는 내 말을 잘 들어줄 친구나 내 마음이 드러나있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까닭에 심리 관련 책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읽어보면 언젠가 읽었던, 다 아는 내용. 그럼에도 읽고 나면 안심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어딘가에 있을 비슷한 증상의 사람들을 떠올리며 힘을 낸다. 

 

내게도 불쑥 찾아왔다. 그건 슬픔이라는 단어다. 슬픔이란 단어를 만나기 전에 우울과 상처란 단어를 먼저 찾아 읽었지만 나완 그다지 관련이 없었다. 한데 슬픔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아! 이것이로구나. 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읽었던 우울상처에 관한 책을 다시 찾았다. 이제 진짜,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 왜냐면 난 대체로 긍정적인 사람이고, 현실만족주의자이므로 호기심때문에 읽을 수는 있어도 그것들과는 깊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늘, 자부했으니까. 한데 그게 아니면 이런 걸까?

 

우연히 읽었던 박상륭 선생의 《죽음의 한 연구》에도 나왔듯이 사람은, 여덟 달 동안 내리는 비, 나머지 넉 달도 습습한 공기 속에 살다 보면 '어쩌다 끼어드는 청명한 날'에 자살을 해버리기도 하니까, 혹은 《한낮의 우울》에 나왔던 그린란드 이누이트 에스키모인들처럼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5월이 오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슬쩍 나가 죽어버리기도 하니까. 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게 심리의 변화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그러나 그 정확한 원인을 나는, 알고 있으므로 일부러 찾아 읽었다는 말이 맞는 말이겠지만도).

 

 

먼저 찾은 단어는 '상처'였다. 유난히 상처에 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제목에 '상처'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도 호기심을 보였다. 《나는 왜 상처받는 관계만 되풀이하는가》, 마치 내가 나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다. 왜 진짜로 나는 상처받는 관계만 되풀이하는 걸까?

 

이 책에서 제일 주목한 부분은 '두려움'이었다. 심리치료를 받을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두려움도 상당하기 때문에 몰입했다. 내가 주로 상처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면엔 항상 그 두려움이 있었다. 용기를 낸 어떤 제안에 대해 거부당할까봐 생기는 두려움, 내가 맡은 일을 못해낼까 싶은 두려움, 지속적인 두통이 있음에도 큰 병을 얻을까봐 병원에 가지 못하는 두려움, 사랑한다고 말하고 거부당할까봐 말하지도 못하는 두려움 등등 세상의 온갖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편이다. 다만 어떤 문제냐에 따라 그 강약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은 '도망치기'다. 책에서는 "두려움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도망치기 혹은 싸우기' 상태가 지속된다." 라고 했는데 난 싸움엔 젬병이므로 도망치기의 선수다. 일단은 무조건 도망친다. 그러고선 결국 몰릴만큼 몰린 후에야 맞서서 싸운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두려움'을 만들지 않으려고 소극적인 행동을 하는 편이다. 나와 같은 사람의 최대 희망은 '평화적인 관계 맺기'란다. 인정!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도 그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든  평화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지만, 궁극적으로 두려움을 인정하고 해결하여 진정한 평화에도달할 수는 없게 되어버린다." 빙고!

 

사실, 내가 느끼는 '두려움'은 진짜로 그 두려움때문에 인간관계를 가지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하는 사람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징징대는 이유는 강약을 떠나서 어쨌거나 그것 때문에 생기는 심리의 변화는 깊든 얕든 똑같기 때문이란 것. 그래서, 그렇다면, 책을 읽고 나서 '두려움'에 관해 나아졌냐고? 물론이지. 이해 했다. 다음 두려움이 찾아오기까지는.

 

 

 

두 번째로 눈에 들어온 단어는 '우울'이었다. 우울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잘 빠지는 심리의 변화이므로 병적으로 우울하지 않다면 굳이 찾아서 고쳐보겠다고 할 필요는 없는 거다. 우울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괜찮아지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결론이니까.

 

한데 이 책 《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바람》을 읽은 이유는 제목 때문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내 삶의 모토이다. '행복을 미루지 않기' 그것이야말로 우울을 극복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지금까지의 삶에서 체득했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 행복하기. 사실 이것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무모하기 그지없다. 미래따윈 생각지도 않고 현재만 즐기면서 살겠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해 아니다. 진심이다.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른다. 아니, 당장 오늘 저녁의 일조차 모르는데 그 일을 미리 생각하며 살 일은 아니니까.

 

책의 저자는 우울증을 13년이나 겪으며 살아온 평범한 직장인이다. 지속적인 우울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녀가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나름 그 방법을 찾아 비슷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일명 '지금부터 행복해지는 우울 극복 프로젝트' 우울증이 가끔 찾아오긴 하지만 대체로 긍정주의자인 나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는 척 하지만 그건 항상 "왜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로 끝나버린다. 즉 내가 생각하는 우울증 환자는 다들 비관적인 거니까, 그것만 바꾸면, 생각만 바꾸면 된다고 긍정적인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말했다시피 "다리뼈가 다 으스러진 사람에게 "왜 못 달려? 모든 인간은 달릴 수 있어. 달리기 싫어서 게으름 피우는 거 아니야?" 라며 힐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 환자에게 "네가 게을러서 그런 걸 누구 탓을 해."라고 말하는 것은 우울증을 악화시키고 '자학'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역시 공감한다. 그럼 어떻게 하느냐? 그걸 13년 동안 경험한 저자가 나름의 방법으로 가르쳐준다. 대체로 긍정적인 나는 사실, 다 아는 내용인데다 그녀가 제안하는 것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들과 일치하는 일들이므로 혹여라도 그대들이 그런 우울 속에 빠져 있다면 ''를 위해서라도 '행복을 미루지 않기를' 나 역시 바라는 바다.

 

 

그리고 어제 '슬픔'이란 단어와 마주쳤다. 내가 심리와 관련한 책에 주기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편이긴 하지만 이렇게 딱 잘라 어떤 단어와 마주쳤을 때,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적은 없다. 요며칠 내게 가장 필요했던 단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직은 닥치지 않은 '슬픔'에 대해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곧 닥쳐올 '슬픔'에 관한 '두려움'에 겁을 먹은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알아야한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슬픔'이 뭔지. 내가 이것을 이겨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슬픔'과 맞닥뜨렸을 때, '가만히 응시'하며 이겨낼 수 있도록.

 

슬픔의 위안》에 나오는 온갖  '슬픔'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슬픔'이란 단어가 이토록 슬픈 줄은 미처 몰랐다.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이게 시작인 것이다. 책은 슬픔과 맞닥뜨리고, 슬픔에 빠지고, 그 슬픔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과 슬픔의 흔적이 남는 과정까지 들려준다. 오홋, 그렇다면 난 진짜로 이 책을 다 읽고 나면(어제부터 시작하여 이제 겨우 25쪽 읽었다. 그기까지 읽는데 눈이 얼마나 맑아져서 책을 덮어야 했는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더 읽고 싶었지만 지난 밤 읽은 최선의 쪽수였다) 옮긴이의 말처럼 "자신의 슬픔을 객관화해서 담담한 눈으로 바라보며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C.S. 루이스라는 북아일랜드의 소설가는 이런 말을 했단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슬픔은 누군가로부터 남겨지는 것과 관련이 있으니, 사람들이 극심한 슬픔의 고통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것은 물론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슬픔을 깨달을 때, 사람들이 뼛속 깊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이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이런 식으로 책을 엮었다." 

 

상처도, 우울도, 슬픔 또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해결이 될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경험이 많은 어른들은 내내 하는 것일테다. 그들은 다 겪으면서도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런 까닭에 어쩌면 지금 우울과 슬픔과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가장 위안이 되는 말일지도 모른다. 시간은, 어쨌든, 지나가니까.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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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웬만하면 집에 있는 책을 읽자, 고 다짐했었는데 유난히 좋아하는 작가, 시인들이 근 4~5년 만이라며 책들을 내 놓고 있어 어느 때보다 더, 책을 구매하게 만든다. 한 권 사면, 또 다른 작가나 시인이 나타나고(-.-) 아아 정말이지 이 분들은 왜 다들 한꺼번에 책을 펴내어 독자를 괴롭히는 걸까. 그래서 오늘도 구매 버튼을 누르고 만 책! 더불어 같이 살 수 밖에 없었던 책! 그리고 사야할 것만 같은 책!

 

 

소식을 듣고 한참을 기다린 책이다. 마침내 나왔단다. 발 빠르게 행동하지 못하고 늦장 부리고 있는데(달랑 한 권만 사기가 그래서 다른 책들과 같이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이미 읽은 친구들의 찬사가 장난 아니다.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서 다른 책들은 제쳐두고 구매 버튼 눌렀다. 낼 도착한단다. 바로 강정 시인의 《콤마 씨》이다.

 

지난 해 부터인가, 우연히 시인들의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우연히 읽게 되는 에세이마다 시인들의 것이어서 우연치곤 재미있네, 혼자 생각했더랬다. 한데 가끔은 시보다 시인들의 에세이가 훨씬 좋을 때가 있다. 그 이윤 그들에겐 보통 사람들에게는 없는 시적인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감성이 글에 녹여 있다. 때론 짠하게 때론 위트도 주면서. 또 기성 작가들의 에세이보다 섬세하고 매력있다. 그래서 강정 시인의 에세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언제쯤 나올까, 기다린 것 같다. 책소개를 보니 이렇다.

 

시와 산문과 노래를 담았단다. '열네 명의 시인과 그들의 열네 편의 시를 기저로 빚어낸 새로운 스타일의 산문이자 일종의 장시'란다. 무엇보다 이 책은 '강정 시인의 줄글을 주목함과 동시에 끝까지 그로부터 시선을 놓지 않아야 완벽하게 읽어냈'다 할 것이란다.

 

이미 김경주 시인의 산문집《밀어》에서 쓴 그 멋진 추천사를 알고 있기에 몹시 기대가 된다. 그리고 읽고 나면 시인들의 산문집 모음을 엮어봐야겠다. 오래 전에 나온 시인의 산문집들을 찾아둬야겠다. 

 

 

 

《콤마 씨》가 급하긴 했으나 한 권만 사기엔 섭섭하여 그동안 사야지, 벼르기만 하고 사지 못했던 박상륭 선생의 《죽음의 한 연구》를 같이 샀다. 며칠 전에 박상륭 선생과 관련한 재미있는 글을 읽은 덕분에 마침내 사게 되었지만 다른 책 다 필요없고 소설은 이 책만 읽으면 된다고 추천해주신 선생님이 계셨기에 언젠가는 무조건(!) 사야겠다, 마음만 먹고 있었던 책이다. 프로필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생존작가로서는 전례 없었던 1999년 예술의전당의 '박상륭 문화제, 평론가 김현이 "이광수의 '무정'이후 가장 잘 쓰인 작품"이라고 격찬했던 책이며 심지어 '박상륭 교도(敎徒)라고까지 불리우는 일군의 독자들. 소설가 박상륭 앞에 붙는 레테르다."

 

김현 선생이 저토록 극찬한 작가라니! 그동안 건성으로 박상륭 선생에 대해 들었다, 싶어 추천해주신 선생님께 죄송한데 이번엔 다른 선생님이 386세대 문학 지망생들의 우상이었다고 말씀해주셨다. 한데 그 또한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번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게 된 셈이다. 책을 산다고 바로 읽어대는 것은 아니지만 어째, 이 책을 주문하고 보니 알 수 없는 뭔가로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것 같다.

 

 

 

그리고 친구의 강력 추천 시집, 《서봉氏의 가방》이다. 봄이 오니 시집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데 먼저 읽은 친구가 어찌나 좋다고 하는지 시에 관해서는 통하는 편이라 무조건 그 추천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일단은 찜. 문태준 시인과 장석남 시인의 시들을 온전히 받아들인 후에 천천히. 암튼 이 시인 천서봉은 이 시집이 첫 시집이란다. '화려하지 않으나 밀도 있고 정석에 가까운 말의 본디를 구사하는 그의 차분한 시들이 느릿느릿, 그러나 정확하게 눈과 귀로 와 꽂힌다. 자극적이고 템포가 빠른 요즘 시들과는 차별화되는 그만의 개성, 그 진심이 울림 깊은 소리통으로 온몸 가득 전해진다.'고 한다. 오! 책소개가 멋지다! 그럼 서봉 씨의 한 마디를 들어보자.

 

내 시(詩)는
수만 장의 나뭇잎처럼 자잘할 것.

소소한 바람에도 필히 흔들릴 것.
그러나 목숨 같지 않을 것.
나무 같을 것.
또한 나무 같지 않아서 당신에게 갈 것.
입이 없을 것. 입이 없으므로
끝끝내 당신으로부터 버려질 것.

세월이란 것이 겨우 몇 개의 목차로 요약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아마도 이 책의 대부분은 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탕진의 그 방대한 여백만이 시의 몸이 되었으니 지금 더듬을 수 없는 것만이 다시 희망이 될 것이다.

시를 써오는 동안, 내가 바란 것이 있다면 더이상 시를 쓰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아름다운 날을 살아보는 것이었다.

그런 날 만나고 싶은 착한 당신들과
천기태 교수, 김창옥 여사께 나의 첫 시집을 바친다.

2011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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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3-0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부터 책 사는것을 잠시... 접어두려고 합니다 ㅋㅋㅋ
그 이유인즉슨 일단은 읽을 책이 너무 많이 쌓여있기 때문이고, 이제는 공부를 해야하겠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고, 가장 중요한 한 배우의 사진집을 사기 위함입니다. 참으로 뜬금없는 이유이지요. 일본 배우의 사진집이라 돈이 어마어마합니다. 5만원정도 하는데 사려고 마음은 단단히 먹었는데 가끔씩 진짜 사야하나...하는 마음이 들긴해요. 제게 5만원이 워낙 큽니까!! ㅋㅋㅋㅋ
시인의 에세이는 좋을 것 같아요. 시는 정말 어려운데 그들의 에세이는 그렇지 않을것 같아요. 시적인 감성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에세이를 읽고보고 싶은걸요. 김경주 시인의 <밀어>는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될리가 없었구요 ㅋㅋ

readersu 2012-03-09 18:23   좋아요 0 | URL
배우의 사진집!!^^
혹시 여배우인가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근데 5만원이면 진짜! 비쌉니다아~~ㅋㅋ
저도 이제 안.. 살...려고..노력할 거예요..-.-;;

이진 2012-03-09 22:38   좋아요 0 | URL
뭐, 일단 남자배우이긴 한데 프로필 사진의 남자요!!!
너무너무 비싸서... 일본 대행 구매를 한번 또 찾아봤는데,
이책 일본에서 직접사도 오만 오천원이 넘더군요....
교보문고에서 오만원주고 사는게 더 이득입니다 ㅋㅋㅋㅋ

readersu 2012-03-12 18:16   좋아요 0 | URL
이 남자는 구준표를 닮았어요!^^
근데 소이진님은 남자 아닌가요? 여자분이셨나??^^;
비싸군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