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읽을 책이 없어서 책을 사는 것은 아니다. 읽고 싶은 책이 자꾸 쏟아져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사는 거다.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거나 관심이 가는 내용을 담은 책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구매버튼을 누르게 되고 만다. 무척 자제했지만 결국 사고 만 책들, 모두 우리 작가라는게 뿌듯하군!  

김중혁 작가의 『미스터 모노레일』지난 주에 따끈따끈한 사인본 받아놓고선 주말에 일하느라 한 글자도 못 읽었다. 머릿속에선 빨리 읽어보라고 하는데 눈은 딴 곳으로만 향하고, 읽고 싶은 책을 옆에 두고 읽지 못하는 심정을 다들 알련가 모르겠다. 김중혁 작가가 직접 디자인 한 샛노란 표지는 일단 눈에 확, 들어와서 좋고, 양장이 아니어도 구멍 빵빵 뚫어 양장보다 훨씬 고급스런 디자인을 보여줘서 좋고, 제목 일러스트도 완전 나의 스탈. 귀엽고 중혁스러워서 좋다.  

그동안 김중혁 작가가 보여준 소설들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기발했다. '600여 가지 악기 소리가 채집된 음반파일 등이 모여 성숙한 이야기의 변주를 선'보였던 『악기들의 도서관』, '너무도 흔하고 사소하여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사물들에 대한 관심과, 낡고 소용가치가 떨어져 사람들에게 잊혀진 구시대의 유물들에 대한 애착'을 소설로 보여주었던 『펭귄 뉴스』그리고 제목에 좀비가 나오면서도 정작 소설 속엔 좀비라기보다는 잃어버린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좀비들』, 제목도 내용도 독특, 그 자체였는데 이번엔 게임과 현실이 공존하는 주사위 놀이란다.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던 그가 이번에도 '능청'스럽게 웃기면서 슬쩍 '뒤통수'까지 치며 '가슴을 때'려준다고 하니. 읽기도 전에 벌써 그 재미가 느껴진다. 어쨌든 이제, 게임과 현실 속을 드나들며 주사위 놀이에 심취할 때다. 


아, 정말 오래 기다렸다. 달랑 두 권의 소설집만 내놓고 애독자를 애태우더니 이제야 나왔다. 곧 나오겠지(작가 스스로 그렇게 말했었기에 나는 믿었다고!) 기다렸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던 소설. 바로 백가흠 작가의 신작이다. 그야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근데 내가 왜 그의 소설에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이런 거다. 백가흠 작가를 처음 본 것은 몇 년 전 문학캠프에서 사회를 봤을 때다. 아니 저런 작가도 있었어? 그랬다. 꽤 인상이 좋았는데 그 무렵에 소설집을 냈다고 하여 다들 궁금해했다. 돌아가면 읽어봐야지. 저 착해보이는(!) 얼굴을 가진 작가는 어떤 예쁜 소설을 썼을까, 뭐 그랬을 거다(아마 그때 그 책에 대해 말하면서 불편하니 놀랍니 그런 말도 미리 들었지만 전혀, 그런 말에 관심도 두지 않았겠지). 근데 『조대리의 트렁크』를 읽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헉, 이게 뭐야!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끔찍했다. 근데도 읽혔다. 신문 사회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사실과 허구를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 『귀뚜라미가 온다』에서도 그랬다. 사랑은 아름다운 것인데 무슨 사랑들이 다 그 모양인지, 그가 풀어놓는 비루하고 기이한 사랑들이 하도 기가 막혀 읽던 책을 집어던지고 싶었다. 근데도 읽었다. 왜? 그의 문체 때문이었다. 절제된 언어와 내용의 구성. 불편하면서도 읽게 만드는 흡인력. 

신작 『힌트는 도련님』도 소설집이다. 아직 출판사 책소개조차 없는 터라 단편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은근히 장편소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또 단편이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엔 또 어떤 인간들이 나타나 독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단편들의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은희경 작가의 산문집이다. 그것도 첫 산문이란다. 요즘 부쩍 작가들의 산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른 작가도 아니고 은희경 작가라고 하니 그 관심이 배가 되었다. 어쩌면 소설보다 더 흥미로울 수도 있고 더 아름다운 문체가 숨어 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구나 애정하는 출판사에서 지극히 '달'스런 표지를 입고 나오니 은희경 작가의 글 또한 얼마나 감성적일지 기대가 된다고 할까. 어쩌면 은희경 작가의 트윗을 읽어봤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글로 그가 담아내는 문장들은 진짜 아름다웠으니까. 또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으면서 보았던 문장들이 맘에 남아 있으니까.

생각의 일요일들』엔 작가가 창작하며 써왔던 글들이 들어 있단다. 사소한 일상의 모습도 담겨 있어 마치 사생활을 엿보는 듯 꾸밈이 없단다. 은희경 작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침 없는 당당한 모습.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기대!  

이 산문집 속의 글을 쓰는 기간이 내 인생에서 고독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소요와 미열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 꿈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이 산문 속 시간들의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정과 헛된 열정이 낯 뜨겁고 공허해 보여 책을 묶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 그러나 눈을 드니 멀리에서부터 다시 천천히 내게 다가오고 있는 고독, 가까워질수록 그 얼굴이 익숙했다. 그 얼굴 너머로 이제는 멀어져버린 아득하고 천진한 나의 한 시절을 기억해두고 싶어졌다. _ 작가의 말 맨 앞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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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19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희경 결국 사셨군요. 잘하셨어요.ㅋㅋ

readersu 2011-07-20 13:48   좋아요 0 | URL
넵! 작가의 산문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은희경 쌤의 글은 또 감성적이라서;;

LAYLA 2011-07-2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트는 도련님, 제목은 너무 좋은데 선뜻 보기 두려워요. 책으로나마 저를 지키고 싶은데 슬프고 힘든 이야기 무서워요.

readersu 2011-07-20 13:5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작들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졌답니다. 읽어 보세요.
전 오늘 책을 받았으니 두려움(!)을 안고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