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라면 나도 꽤나 좋아라 하는 편. 즐기지는 않지만 관심이 가는 만화는 찾아보려고 한다. 장르를 굳이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SF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따뜻한 만화, 재미있는 만화 좋아한다. 한데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공포만화-.-;;
언젠가 우연히 이토 준지의 《어둠의 목소리》를 사서 읽던 친구가 만화를 보고 나니 밤이 무섭다느니 해대기에 얼마나 무섭기에 그러나 싶어 빌려본 적이 있었다. 은근 기대를 하면서. 으~~근데 무섭기보다는 징그러웠다는 말이 더 맞겠다. 물론 오싹하리만큼 무서운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정도는 읽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강심장^^; 암튼 이 작가는 공포, 호러 만화가로 아주 유명한 작가란다. 공포만화를 이야기할 때 한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작가이기도. 한데 난 겨우 한 편으로 끝냈다. 공포도 너무 많이 느끼면 공포스럽지가 않다는;;
공포 이야기가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나에게 공포를 알려준 사람은 스티븐 킹이다. 어릴 때부터 공포영화를 좋아라 해서 친구들과 영화 보러 가면 다들 두 손으로 얼굴 가리며 꺄악~꺅! 소리 지를 때, 나 혼자 헐! 이런 게 왜 무섭지? 하며 끝까지 눈 감지 않고 보기도 했는데(그래서 남자랑 둘이 절대로 안 간다. 눈 똑바로 뜨고 영화보는 나를 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는 무서운 게 나오면 소리 지르며 그들의 품에 안겨주는 여자, 내가 그걸 못했다. 글쎄!) 나이가 드니까, 그런 게 그다지 재미가 없어졌다. 비현실적인 공포는 사실 공포도 아니라는 생각. 그럴 무렵에 나타난 작가가 바로 스티븐 킹. 그는 한여름 나의 에어콘이었대나 뭐래나... 지금은 스티븐 킹도 시들해질만큼 다양한 공포물들이 나오고 있지만 예전엔 그랬다(아, 만화 얘기 하려다 삼천포로 빠지고 있네;).
스티븐 킹의 공포를 좋아하는 이유는 혼령이나 귀신이 등장한다거나(그런 것은 딱 질색), 혹은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여서 보여주는 그런 공포가 아니라 전혀 무서울 것 같지 않은 일상에서의 공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공포. 그게 진짜 공포라는 걸 알게 해준 사람이 스티븐 킹인 셈이다. 한데 스티븐 킹도 늙어가면서 SF호러나 좀비가 나오는 소설로 넘어가긴 하더라. 그런 장치(!)가 없어도 충분히 무서운 이야길 들려주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스티븐 킹이 싫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사실 《워킹 데드》가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난 좀비들이 싫거든, 아우 징그러워..). 징그러운 좀비들이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게 무섭기보다 징글맞았기 때문에. 한데 몇 년 전에 읽었던 스티븐 킹의 소설이 생각났다.
《셀1,2》, 스티븐 킹의 소설은 '죽은' 좀비들이 아니라 휴대폰의 전파로 인해 미치광이가 된 사람들이 나오는 '살아 있는' 좀비들이었다. 그 상황들과 묘사들이 어찌나 리얼하던지 영상으로 마구 떠올랐는데, 《워킹 데드》를 보다 보니 《셀》의 장면들이 마구 연상이 되었던 것. '그래, 좀비들이 나온다고 해서 다 나쁘진 않을 거야. 읽을 기회가 생겼으니 한번 읽어보자고!' 역시 읽길 잘했다. 다른 좀비 이야기하곤 조금씩 다른 것 같았다. 글 작가인 로버트 커크먼은 《워킹 데드》는 공포만화가 아니라고 했다. 하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니 진짜, 좀비들이 창궐하는 세상이 생길 수도. 그렇담 그건 공포가 아니라 일상이 될 수도 있는 일-.-;;
또 머릿속에 떠오른 책이 있었는데(아마도 첫 장면들 때문인 것 같다) 《더 로드》였다. 폐허가 된 도시, 음산한 분위기... 산 좀비도 아니고, 죽은 좀비도 아닌 대재앙 이후 살아남은 인간 같지 않은 인간들의 나오는 모습 때문이었다. 죽은 자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와 겁을 주는 것은 아니었으나 묵시록적인 분위기에 미쳐버린 사람들에게서 좀비 그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떠올랐을 것이다. 그동안 좀비들이 나오는 영화도 몇 편 보고 소설도 읽었지만 여전히 끔찍한 것은 죽은 사람들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좀비의 유래랄까, 포털(네이버)의 지식인을 검색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좀비란,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과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한 단어라 한다. 영화에서는 1932년 벨라루고시의 <화이트좀비>가 좀비를 다룬 첫 작품이며 조지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을 기점으로 해서 <좀비오><바탈리언>과 같은 수많은 아류작들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시체에 마약을 투여해 되살아나서 시작된 것인가? 뜬금없이 어느날 좀비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좀비로 변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 본론인 《워킹 데드》로 돌아가서^^;;(어제 집에 오니 무성의한 택배 아저씨가 문앞에 택배를 던져놓고 갔다. 연락도 없이. 뭐 이런, 욕이 나왔지만 택배가 무사한 관계로 참아주었다. 아, 쓰다 보니 또 쓸데 없이;;), 과연, 무서울까 싶어 걱정을 하며 책을 넘겼는데 로버트 커크먼의 말처럼 공포스럽지 않았다. 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 끔찍한 장면들을 보는 데도 그런가보다 했다. 아직, 2권까지 밖에 안 읽어서 그런걸까. 근데 꽤나 흥미로웠다. 좀비 나오는 걸 싫어한다고 앞에서 말한 것이 민망할 정도로. 과연, 어떤 결과가 날지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완역이 된 것이 아니란다. 또 로버트 커크먼이 말하길, 결코 끝나질 않을 좀비 만화가 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를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괜히 인기 좋았다는 미드는 보고 싶어지기도. 이 책이 나온다고 하자마자 열광하는 친구들을 보았으므로.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워킹 데드》는 내가 가입한 책카페에서 책수다로 여름 휴가갈 때 가져갈 책으로 추천 받은 책이기도 하다. 5권이나 되는 만화를 가져간다는 것은 말도 안 되지만 오늘 출근하는 길에 버스에 두 권을 들고 타서 읽다 보니 휴가갈 때 가져가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집중력 짱. 긴 여행길이라면 지루하지 않을 듯.
아 쓰고 보니 뭔 얘길 하려고 이렇게 길게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워킹 데드》재미있다고 적을려고 했던 것은 사실.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나의 특기. 아무튼 주말에 좀비들과 열심히 놀아줘야겠다는. 아니, 미드를 구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