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나라의 난쟁이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1
마리오 괴퍼르트 지음, 조쉬에 판 게펠 그림, 안인희 옮김 / 마루벌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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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나와 다르게 생겼다 하더라도 마음도, 생각하는 것도 나와 같을 수 있음을 알아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그림책은 거인 나라 사람이지만 너무 작아서 난쟁이처럼 여겨지는 골리앗과 난쟁이 나라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커서 거인처럼 여겨지는 릴리펏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누군가의 겉모습으로 그 사람을 판단해 버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거인 골리앗, 난쟁이 나라의 큰 난쟁이 릴리펏. 거인들이 사는 곳이니 물건들도 엄청나게 크고, 바닥에 있는 틈조차도 조심해야 할 만큼 큰지라 작은 거인인 골리앗으로서는 어딜 다니기도 여의치가 않다. 주위에서도 배려하기 보다는 언제쯤 거인이 될 거냐고 놀리기만 하니 마음의 상처도 클 수밖에 없다. 릴리엇 역시 모든 것이 작은 난쟁이 나라에서 사는 것이 쉽지 않았던 터라 그 둘은 작은 사람은 커지게 하고 큰 사람은 작아지게 해준다는 샘물을 찾아 함께 인간나라로 간다. 그러나 그들이 본 것은 향기로운 풀밭대신 도로가 들어서고, 불도저가 산에 생채기를 내며 돌덩이를 캐내며,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곳. 인간에 의해 생채기 나버린 지구 환경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뜨끔해진다.

 마음으로 자신을 거인이라고 생각하는 골리앗을 알아보는 릴리펏은 “거인이라고 무조건 커야 하는 건 아니야.”라고 말한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한 쪽은 하늘만큼 솟아오른 큰 집이고, 다른 한 쪽은 장난감 집처럼 작아도 둘은 한 지붕 아래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산다. 마지막 장면은 릴리엇이 골리앗을 어깨에 올려놓고 앉아 있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그들 마음속의 모습, 거인 골리앗이 난쟁이 릴리엇을 다정하게 껴안아 주는 모습을 한 장면 속에 담고 있다. 꼭 남들과 모습이 같아야만 행복한 것은 아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알아봐주고 이해해 줄 때 진정한 행복이 함께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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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마리 개와 29마리 고양이
김순이 지음, 김종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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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애완동물을 기르는 붐이 일면서 애견용품점, 애견미용실, 동물 병원 등이 호황을 누리고 애완동물과 관련된 직업이 유망직종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한동안 그 열기가 지속되는가 싶더니 어느 날인가부터 길거리에 버림받은 동물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젯거리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동물이라는 점 때문에 대게들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쉽게 여기고 시작하는데 애완동물 한 마리 키우는 것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어려운 일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애완동물을 키울 때 지켜야 할 것, 배려해야 할 것, 주의해야 할 것 ,갖추어야 할 것 등등 살펴야 할 점들이 생각 외로 많으므로 꼼꼼하게 따져본 후에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나 지식 없이 덥석 데려왔다가 조금 지나면서 식사며 목욕, 질병관리 등 애완동물을 매일 보살피는 것이 귀찮아지고, 며칠씩 집을 비울 때 걸림돌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서서히 애완동물을 애물단지로 취급하다 결국 내다 버리거나 골목을 돌아다니도록 방치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주인에게 버림받고 떠도는 동물들을 데려와 보살피는 한 아주머니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주머니는 외떨어진 집에서 버림받은 개 열아홉 마리와 고양이 스물아홉 마리를 가족처럼 여기며 돌본다. 말이 열아홉에 스물아홉이지, 마흔여덟 마리나 되는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보살피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아주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개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갔던 고양이들이 다 돌아왔는지 살펴서 밥을 주고 나면 그제야 자기 식사는 제대로 씹지도 않고 후다닥 해치운다. 녀석들이 달려들어 아주머니가 차분하게 밥 먹을 여유를 주지 않는 탓이다.

 밥 때면 밥그릇을 차지한답시고 주변을 너저분하게 만들고, 널어놓은 이불을 끌어내리고, 아무데나 똥을 싸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목욕시킬 때는 물을 사방에 털어대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녀석들을 혼자서 돌보다 보면 아주머니가 지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마루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진다. 김형숙씨.. 이 분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주머니의 실제 모델인 모양인데, 김형숙씨는 경기도 용문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돌봐 주고 계시다고 한다. 때론 힘들고 지치지만 아주머니는 자신을 위로해 주신 동물들을 보며 힘을 얻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주머니가 있기에 개와 고양이들이 마당에 널브러져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는 것이리라...
 
 표지 안쪽 면과 속지 앞면에 개와 고양이를 스케치한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그림을 담당한 김종호님이 그림책의 그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연습으로 그린 그림들이 아닌가 싶다. 본문 그림에서도 개와 고양이의 여러 모양새나 움직임, 습성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그렸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개가 장난치는 모습, 고양이가 몸을 깨끗하게 하는 모습, 밥을 먹으려도 몰려드는 거친 움직임 등을 다양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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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 그림책 보물창고 14
더글라스 우드 지음, 존 J 무스 그림,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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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면서 '오래도록 마음에 담아두고 볼 책이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후에 다시 책을 볼 때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 사람이 나 하나 뿐이 아님을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은 지금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이 깨진 조각에 지나지 않는 반쪽짜리 진실은 아닌지, 내가 믿고 싶은 진실만 맹신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땅, 자연의 하나하나가 가르침을 주고 말이 되고, 거울이 되고, 사다리가 되어주는 곳... 그 땅에 진실이 떨어지다 두 조각이 나고 만다. 한 조각은 밤하늘로 사라지고 한 조각만이 땅위로 떨어진다. 몇몇 동물이 날카로운 진실 조각을 발견하지만 완전한 진실이 아니기에 그것을 버리는데 비해, 사람들은 "위대한 진실"이라 이름 붙인 진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자연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보지도 않는다. 자랑스러움과 강인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 위대한 진실을 소유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고 자연도 인간도 고통 받는다. 

 진실 조각 위에 적힌 "당신은 소중합니다."라는 문구에는 분명 진실이 담겨 있지만 과연 이 세상에서 오직 나 자신만 소중한 것일까? 세상은 수많은 진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진실은 어디에나 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에만 몰두하여 세상이 완전해지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진실 한 조각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많다. 한 가지 진실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인생에 수많은 아름다운 진실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 지혜로운 거북이 소녀에게 들려준 것처럼 사람들이 세상과 자신이 서로를 위해 만들어지고 존재함을 깨닫고, 아름다운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조각나고 상처 난 삶이 치유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슴 한 자락에 묵직하게 자리 잡을,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담은 그림책이다. 살아가는 동안 내가 날카로운 진실 한 조각만 지니고 세상에,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깨달음이 한순간으로 끝나지 않도록 지혜로운 거북의 말과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리라. 내용도 그러하거니와 그림 한 장면 한 장면이 예술적이라 그림만 따로 모아놓아도 작품집이 될 것 같다. 덧붙이자면 초등 2학년인 작은 아이가 책을 보고는 내용이 좀 어려웠다고 평하였는데 초등 저학년 이상은 되어야 이 책의 내용을 소화할 수 있을 듯 하다.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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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알
버니 보스 지음, 한스 드 비어 그림, 권수현 옮김 / 봄봄출판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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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나란 존재가 특별하게 여겨질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하찮은 존재로 여겨질 때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누구나 똑같이 고귀한 존재이다. 이 작품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자부심이 지나친 탓에 나는 남들과 다를 것이라는, 내 자식만큼은 남들과 다를 것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가졌던 한 암탉에 관한 이야기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자기가 다른 닭들과 달리 초록색 깃털을 지녔음을 알게 된 암탉 ''플로''는 거만해진다. 거만한 자세에 다른 닭들이 하는 말은 들은 들으려 하지도 않고 남들이 자신을 멀리 하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는다. 능력이나 외모, 재산 등의 조건 덕분에 남들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여기는 것을 지나 다른 사람을 깔보고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처럼 자기 잘난 맛에 살면서 거만하게 구는 사람은 가까이 하고 싶지가 않다.

 플로에게 반한 수탉인 ''루스터''는 아름다운 초록색 닭인 플로가 초록색 알을 낳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닭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알 낳기 대회를 제의한다. 이 부분에서 수탉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판단을 하는 것이 조금 껄끄럽긴 했는데 닭의 무리 특성상 수탉이 다수의 암탉을 거느리는 체계임을 감안해서 보기로 했고 아이들에게도 이 점에 대해 잠깐 언급해 주었다. 모두들 알을 낳느라 용을 쓰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이 책 전반에 걸쳐 그림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으며 닭들의 생각이나 느낌이 표정에 잘 드러나고 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자손을 낳는 일은 아주 힘든 과정이며 엄마도 너희들을 낳느라 무척 아파했었노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

 플로는 자기가 낳은 초록색 알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하지만 암탉들이 낳은 알들은 모두 똑같이 예쁠 뿐이다. 그리고 병아리만큼은 초록색으로 태어날 것이라는 플로의 생각과 달리 모든 병아리가 노란색을 띄고 있자 그제야 플로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시인하고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예쁜 아기들이 자랑스러운 엄마들이야!"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이 누구나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어느 면에서 조금 더 낫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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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들이 사는 나라 책읽는 가족 16
신형건 지음, 김유대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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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 교과서에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비롯한 몇 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 신형건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으로 어린이 문학에 뜻을 두고 치과 의사직을 접은 후 어린이 책을 내는 출판사까지 차리신 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시인을 꿈꿔 온, 치과 의사가 되는 길에 접어들어서도 시인이 되는 길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온 시인의 마음이 담긴 이 시집이 6년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초판본과 비교해 볼 때 이번 개정판은 제목이나 삽화를 더욱 깔끔하게 편집하였으며, 연한 색을 입힌 종이를 사용하고 좀 더 커진 판형으로 제작되어 더 편안하고 친근한 마음으로 시집을 들게 만든다.
-개정판과 비교하자면 초판본은 가로 길이가 조금 좁게 느껴지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하얀색과 검은색(글자, 작은 삽화)만 있는 것이 심심(?)하게 여겨졌음. ^^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입김을 후후~ 불어넣을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풍선같은 느낌을 준다. 어 느 시에서는 별 같이, 꽃 같이 소중한 친구에게 말을 건네기도, 어느 시에서는 귓속에서 사아살~ 파낸 귀지처럼 엄마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훌훌 털어내 보이기도 한다. 소리를 치면 똑같은 말을 되돌려주는 메아리를 소재로 한 <메아리>는 "너를 좋아해!"라고 외치면 똑같은 말을 돌려주지만 "널 미워해!"라고 외치면 "그래도 난 널 좋아해!"라는 메아리를 들려주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이 동시를 읽어주고 나와 아이들은 잠시 좋아한다는 말을 더 많이 되돌려주는 서로의 메아리가 되어 보기도 했다. <잠꼬대>에서는 만화랑 텔레비젼이 나를 좋아하는 거지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공부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라는 아이들의 귀여운 변명을 들을 수 있다.

  동시나 동화, 그림책을 읽다 보면 <젊어지는 샘물>에 나오는 엄마처럼 나도 샘물을 마셔 일고 여덟살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 폴짝폴짝 뛰며 동요를 부르는 것처럼, 어른이 되지 않고 그 속에서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떼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뒤늦게야 어린이 문학의 참맛을 알게 된 터라 <기웃거리는 까닭>에 나오는 게으름뱅이 별처럼 아이들 책 곁을 기웃거리게 된다. 어른스러운 마음은 담은 듯한 표현이나 느낌을 주는 동시도 있긴 했지만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를 부르며 문을 두드리는 느낌처럼 기쁘게, 살갑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뒷부분에 실린 신형건님의 <나는 이렇게 시를 썼어요>를 통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시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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