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마리 개와 29마리 고양이
김순이 지음, 김종호 그림 / 길벗어린이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한 때 애완동물을 기르는 붐이 일면서 애견용품점, 애견미용실, 동물 병원 등이 호황을 누리고 애완동물과 관련된 직업이 유망직종으로 각광을 받았었다. 한동안 그 열기가 지속되는가 싶더니 어느 날인가부터 길거리에 버림받은 동물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젯거리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동물이라는 점 때문에 대게들 애완동물 키우는 것을 쉽게 여기고 시작하는데 애완동물 한 마리 키우는 것이 아이 한 명을 키우는 것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어려운 일이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애완동물을 키울 때 지켜야 할 것, 배려해야 할 것, 주의해야 할 것 ,갖추어야 할 것 등등 살펴야 할 점들이 생각 외로 많으므로 꼼꼼하게 따져본 후에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나 지식 없이 덥석 데려왔다가 조금 지나면서 식사며 목욕, 질병관리 등 애완동물을 매일 보살피는 것이 귀찮아지고, 며칠씩 집을 비울 때 걸림돌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서서히 애완동물을 애물단지로 취급하다 결국 내다 버리거나 골목을 돌아다니도록 방치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주인에게 버림받고 떠도는 동물들을 데려와 보살피는 한 아주머니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이다. 아주머니는 외떨어진 집에서 버림받은 개 열아홉 마리와 고양이 스물아홉 마리를 가족처럼 여기며 돌본다. 말이 열아홉에 스물아홉이지, 마흔여덟 마리나 되는 동물들과 함께 살면서 보살피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아주머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개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나갔던 고양이들이 다 돌아왔는지 살펴서 밥을 주고 나면 그제야 자기 식사는 제대로 씹지도 않고 후다닥 해치운다. 녀석들이 달려들어 아주머니가 차분하게 밥 먹을 여유를 주지 않는 탓이다.

 밥 때면 밥그릇을 차지한답시고 주변을 너저분하게 만들고, 널어놓은 이불을 끌어내리고, 아무데나 똥을 싸고, 서로 싸우기도 하고, 목욕시킬 때는 물을 사방에 털어대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녀석들을 혼자서 돌보다 보면 아주머니가 지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마루에 앉아 있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안쓰럽게 여겨진다. 김형숙씨.. 이 분이 작품에 등장하는 아주머니의 실제 모델인 모양인데, 김형숙씨는 경기도 용문에서 버려진 동물들을 돌봐 주고 계시다고 한다. 때론 힘들고 지치지만 아주머니는 자신을 위로해 주신 동물들을 보며 힘을 얻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주머니가 있기에 개와 고양이들이 마당에 널브러져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는 것이리라...
 
 표지 안쪽 면과 속지 앞면에 개와 고양이를 스케치한 그림을 볼 수 있는데 그림을 담당한 김종호님이 그림책의 그림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연습으로 그린 그림들이 아닌가 싶다. 본문 그림에서도 개와 고양이의 여러 모양새나 움직임, 습성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그렸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개가 장난치는 모습, 고양이가 몸을 깨끗하게 하는 모습, 밥을 먹으려도 몰려드는 거친 움직임 등을 다양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200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