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이 사는 나라 책읽는 가족 16
신형건 지음, 김유대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 교과서에 <거인들이 사는 나라>를 비롯한 몇 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 신형건씨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분으로 어린이 문학에 뜻을 두고 치과 의사직을 접은 후 어린이 책을 내는 출판사까지 차리신 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시인을 꿈꿔 온, 치과 의사가 되는 길에 접어들어서도 시인이 되는 길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온 시인의 마음이 담긴 이 시집이 6년만에 개정판으로 나왔다. 초판본과 비교해 볼 때 이번 개정판은 제목이나 삽화를 더욱 깔끔하게 편집하였으며, 연한 색을 입힌 종이를 사용하고 좀 더 커진 판형으로 제작되어 더 편안하고 친근한 마음으로 시집을 들게 만든다.
-개정판과 비교하자면 초판본은 가로 길이가 조금 좁게 느껴지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하얀색과 검은색(글자, 작은 삽화)만 있는 것이 심심(?)하게 여겨졌음. ^^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입김을 후후~ 불어넣을 때마다 조금씩 커지는 풍선같은 느낌을 준다. 어 느 시에서는 별 같이, 꽃 같이 소중한 친구에게 말을 건네기도, 어느 시에서는 귓속에서 사아살~ 파낸 귀지처럼 엄마 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훌훌 털어내 보이기도 한다. 소리를 치면 똑같은 말을 되돌려주는 메아리를 소재로 한 <메아리>는 "너를 좋아해!"라고 외치면 똑같은 말을 돌려주지만 "널 미워해!"라고 외치면 "그래도 난 널 좋아해!"라는 메아리를 들려주어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이 동시를 읽어주고 나와 아이들은 잠시 좋아한다는 말을 더 많이 되돌려주는 서로의 메아리가 되어 보기도 했다. <잠꼬대>에서는 만화랑 텔레비젼이 나를 좋아하는 거지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공부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라는 아이들의 귀여운 변명을 들을 수 있다.

  동시나 동화, 그림책을 읽다 보면 <젊어지는 샘물>에 나오는 엄마처럼 나도 샘물을 마셔 일고 여덟살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고무줄놀이를 할 때 폴짝폴짝 뛰며 동요를 부르는 것처럼, 어른이 되지 않고 그 속에서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떼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뒤늦게야 어린이 문학의 참맛을 알게 된 터라 <기웃거리는 까닭>에 나오는 게으름뱅이 별처럼 아이들 책 곁을 기웃거리게 된다. 어른스러운 마음은 담은 듯한 표현이나 느낌을 주는 동시도 있긴 했지만 이 책에 실린 동시들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엄마를 부르며 문을 두드리는 느낌처럼 기쁘게, 살갑게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뒷부분에 실린 신형건님의 <나는 이렇게 시를 썼어요>를 통해 어떤 마음으로 시를 썼는지, 시에 어떤 마음을 담았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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