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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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삶에 지칠 때, 일상이 단조로울 때, 날마다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일과를 보내는 것이 지겨워질 때 일탈을 꿈꾼다.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을 빠지고 마음껏 놀러 다니고 싶은 욕망을, 직장인들은 일에 대한 중압감을 떨쳐버리고 정시에 출근해야 할 직장을 벗어나 자유를 누리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산다. 또는 우연히 아름다운 여인 또는 멋진 남자와 만나 다시 한 번 가슴 떨리는 사랑에 빠져들고 싶은 욕망이 가슴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을 수도 있다. 대게의 사람들은 그저 몽상이나 상상에서 그치는 일들이지만 만일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작품은 두 가지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아티카(ATTICA)란 소제목 하의 화자인 '나'는 주 2일은 아티카 주 교도소의 죄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선생으로 죄수들이 제출한 과제를 통해 이야기 속으로의 초대를 받는다. DERAILED num.(1~52, END)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 찰스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아이를 둔 평범한 남자로 매일 같은 시간에 열차를 타고 근무지인 광고회사에 출근한다. 그러나 어느 날 딸을 챙기느라 늘 타던 8시 43분 열차를 놓치고 9시 5분 열차를 타면서 그의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열차 안에서 곤경에 빠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뜻밖에도 매력적인 한 여성.  조심스레 서로에게 다가가는 두 사람은 사랑해서 안 될 사람들이기에 더 간절하고, 애절하고, 조심스러운 사랑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탈이며, 정해진 삶의 레일 위를 벗어나는 행위, 곧 탈선이다. 기차가 달리던 레일 위를 벗어나면, 즉 탈선을 하면 커다란 사고가 발생한다. 탈선의 대가는 참혹하리만치 무자비하고 끔찍하여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까지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마는 결과를 낳는다. 더구나 약점이 잡힌 대상을 손아귀에 움켜쥐고 마지막 한 방울의 단물까지도 짜내려는 지독한 상대를 만난 탓에 한 번의 악몽으로 끝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마음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찰스는 평범하다고는 하나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지쳐있는 사람이다. 아이가 아프면 혹 불시에 열이 오르지나 않을까 싶어 부모(대게는 엄마지만)는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딸이 저혈당성 쇼크가 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소아당뇨 진단을 받은 후부터 늘 긴장한 상태로 지냈을 이 부부가 얼마나 힘든 삶을 살아왔을지 짐작을 할 수 있다. 아픈 아이에, 결혼생활도, 직장 일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찰스에게 탈선은 숨겨야 할 비밀이다. 사람들은 드러내 놓고 밝힐 수 없는 일이 생기면 대게 입을 꾹 다물거나 그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꼬리를 늘어뜨리는 녀석이라 그에 맞는 거짓말을 자꾸 자꾸 갖다 붙여야 한다. 자칫 그 꼬리를 놓치면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치부가 드러나거나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첩보물이나 갱 영화만 스릴이 넘치는 것이 아니다. <탈선>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자칫 잘못 발을 들여 놓아 예기치 않은 일에 휘말려 들 수 있음을 그린 작품이다. 마치 롤러코스터 열차를 탄 것처럼 한없이 위로 치솟는가 싶다가도 갑자기 급격한 경사의 내리막으로 접어들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때로는 레일이 뒤틀려 이리저리 휘둘리기도 하지만 적어도 레일 위에 있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여지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레일 위를 벗어나는 순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발 디딜 곳 없는 나락뿐인 것이다.

  아직 차가 없는 남편은 주인공인 찰스처럼 매일 비슷한 시간에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가끔 지갑을 빼놓은 걸 잊어버리고 갔다가 역 근처로 나와 달라고 전화를 해올 때도 있다. 늘 같은 시간대에 출근을 하고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허겁지겁 뛰어서 전철역으로 향하는 남편. 혹 지금의 삶이 지치도록 지겨울 우리 남편도 일탈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손에 잡은 날에 일사천리로 읽어버린 이 작품을 곧 남편에게 읽으라고 넘길 터인데 과연 남편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혹 내가 한 눈 팔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로 이 책을 준 것이라고 오해하지는 않을까? ^^

 2005년에 영화로도 제작된 작품으로, 책의 앞뒤표지의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문구가 뒷장을 넘겨보고 싶은 강렬한 유혹을 느끼게 하지만 그래서야 이 작품이 안겨주는 스릴을 충분히 만끽할 수 없지 않은가. 탈선을 앞 둔 열차에 함께 탈 준비를 하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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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2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레프리컨 2006-06-23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탈선을 꿈꿔용! 너무나 단조로운 일상에...^^ 근데, 무시무시한 탈선은 싫어용! ㅋㅋ

가시장미 2006-06-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오늘 제 심정이 딱 드러나있는 리뷰네요. 일탈을 꿈꾸고 있는 오늘 입니다. :)
영화 <나비효과>가 생각나네요. 순간의 선택이 탈선이 될 수도 일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선택'이 제일 어려운 행위라는 생각을 하게되요.

하지만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만은 아니겠죠? 운명의 힘이라든가. 예기치 못했던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받는다거나. 수많은 요인들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게 다가오는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씩씩하니 2006-06-2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남편분이야,그럴리가요...ㅋㅋㅋ
누구나 탈선을 꿈꾸지만 꿈은 늘 깨고 나면 사라져버리는 물거품인걸요...
하지만 책과 함께 떠나는 탈선이야 아무도 눈치 챌 수 없으니깐,,,저도 한번 떠나볼래요,,,ㅋㅋ


몽당연필 2006-06-24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들 탈선을 꿈꾸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영향과 여파를 생각하니 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