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는 책의 진도가 나가질 않으면 왠지 답답해진다.
(마치 내가 책을 읽지 않고 사는 듯한 느낌이랄까...)
읽다 만 책들이 자꾸 생겨서 이번에는 끝까지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그 책의 반 정도를 읽는 상태에서 잠시 접어두고, 이 책 <미란>을 손에 잡았다.
윤대녕이라는 작가의 이름, 낯설지는 않다.
그렇다고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고 이상문학상집인 <천지간>에서 단편을 읽은 것이 다인듯..
미란...
한 여자와 또 다른 한 여자... 미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연극무대에서나 나올 법한 그녀들을,
한 편의 연극처럼 살고, 연극대사처럼 말하는 그녀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삶이 권태롭고 매사에 냉소적인 한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인 이 책을 읽는 중에도
나는 책 속의 인물들에게 동조하기 어려웠고 책을 덮은 후에도 여전히 하기만 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한 남자에게 주었다 하며 피폐한 삶을 살아간 여자
자기 방어적이면서도 '왠지 모를 우월감과 사람을 꿰뚫어보고 평가하는 듯한' 여자
고고한 삶을 자살로 마무리한 여자
거기다 더해서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며 가끔 주인공에게 미래에 있어날지도 일을 경고하는 학과 동기
시대의 피의자를 들먹거리며 자신의 마지막 희망까지 가져갔다며 주인공인 '나'를 비난하는 남자..
서로 사랑하기나 한 것일까 싶어지는 책 속의 인물들과
남편에게 반박하거나 변명할 여지도 주지 않고 조목조목 이유를 대며
스스로 알아내라고 하는 미란에게도 동조하지 못한 채 책을 덮고 만다.
이런 이유로 다 읽긴 하였으되 리뷰는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