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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제목 <사는 것이 거짓말 같을 때>를 볼 때면 김상용님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라는 시의 마지막 시구인 "왜 사냐건 웃지요."가 생각난다. 밭을 갈고 새 노래도 공으로 듣지 않으며, 강냉이가 익으면 와서 함께 먹어도 좋은 그런 삶이라면 허허로이 웃을 수 있을까....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어느 한 때고 수월한 적이 있었는가 싶으면서도 서른 고개를 넘기면서 점차 한숨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늘어가는 내 나이만큼이나 삶의 무게가 더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TV에서 뉴스를 볼 때면 “X새끼”를 연발하는 남편에게 나는 차라리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리라고 한다. 눈 돌리면 피안인 것을… 나는 그렇게 세상의 “백죄에 그러면 쓰간디” 할 일들을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내 개인적인 삶의 무게도 버거워 끙끙댄다는 핑계로 정치,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비해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흔에 길을 나선 이력을 지닌 공선옥은 그녀 자신의 삶도 그리 평탄치 않건만 밥벌이의 길로 들어선 글로 세상과 맞서고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거짓말 같을 때>는 내가 외면해 온 문제들이 하나하나 앞에다 펼쳐놓고 있는 것이다.
IMF가 닥치면서 가계 기반이 약한 가정은 붕괴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부부가 등을 돌리는 것 말고도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들조차 금전문제로 칼부림과 법적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마당이다. '이유 없는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 그 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일 뿐, 서로가 서로를 돌보지 않는 무책임한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미아인가, 아니면 철도를 벗어나 돌진하고 있는 고속열차인가...
저자는 "한 사회의 소외와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적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그 사회가 제공해 주는 많은 편리와 안락함이라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으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깊이 사유하고 성찰"하고 그 결과를 법제화, 제도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에서 조금도 발을 빼지 않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손해가 되는지를 따져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 집행조차 좌지우지 하고 있는 마당에 과연 어느 시대에 그 과제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헌법에 명시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제대로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은 가진 계층에게 국한된 권리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공선옥이라는 인물에게 한 가지 더 주목할 것은 그녀가 소설가(작가)라는 점이다. ‘24시간 내내 소설가’인 마루야마 겐지적 삶을 동경하는 저자는 생계유지를 위해 소설 이외의 글을 쓰는데 자신의 힘을 소진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하고 있다. 아이가 셋이나 딸려 있으므로 '늘 돈이 요구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그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돈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그녀가 '소설가로서의 공선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