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즐거운 명화 여행 - 르네상스에서 현대 미술까지
김복기 지음 / 보림 / 2003년 11월

이 책은 명화나 화가에 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나에게 도움이 될 책이라 반가웠다.  유명한 명화와 함께 그것을 그린 화가의 생애와 예술관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런데 용어 설명이 조금 더 보강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레스코'가 뭔지 몰라 <찾아보기>를 참조하여 찾아보았지만 그것에 대한 용어 설명이 없었다. 프레스코..일반인들도 다 아는 용어일까? <음영법>이니 <원근법>은 친절하게 주석을 달아 놓았는데 정작 어렵게 여겨지는 용어는 그냥 지나쳤지 뭔가.. 이런 용어도 설명을 해놓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개정판이 나왔다는데 그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이 책을 보고 있을 때 큰 아이가 자기가 알고 있는 그림이 눈에 띄었는지 얼른 뺏어 가서는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그림들을 살펴 보았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본 적이 있는 미술책이나 「미술관에 간 윌리」「그림 읽는 꼬마 탐정 단이」「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학습지나 퍼즐 등에서 본 적이 있는 그림들이 나오자 자기가 알고 있는 그림이 있다는 것이 신이 났나 보다. 역시 명화와 관련된 그림책을 접하게 해 준 보람을 느꼈다고나 할까~

 둘째 아이도 모나리자를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나 역시 알고 있는 그림이 나오면 속으로 '흠 이 그림은 나도 알지!'하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반갑고 흥미가 가서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책 속의 그림들을 살펴 보던 큰 아이가 A4 용지를 몇 장 꺼내가더니 열심히 그림을 그린다... 한참을 그리고 색칠하더니 '엄마, 이거 내가 그린 모나리자예요. 그리고 이건 <기억의 고집>이에요. 이거요? 우리 집에 있는 퍼즐 그림 <별이 빛나는 밤>잖아요.'라면서 열심히 설명을 해준다.

덧붙여서 자신의 창작 그림이라며 '피의 눈물', '두루미의 피의 일기'(제목이 좀 섬뜩하죠? 그러나 둘 다 인간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동물에 관한 그림입니다)라는 제목을 단 그림을 보여 주기까지 한다.. 조금은 날림으로 그린 것 같았지만 아이 아빠와 함께 관심을 표명하면서 아이의 설명을 흥미있게 들었다. 좋은 책 한 권이 가져다 준 시너지 효과라고 해야 할까?

그림을 그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는데도 책을 보다 보니 예술가의 그림에 감흥을 받아서 자기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나 보다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던가. 예술가들의 그림을 어릴 때부터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실제로 해주지 못한 나로서는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통해 다양한 그림의 세계를 접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책에 실린 글을 다 읽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을 길잡이로 삼아 여러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화가의 삶에 대해 알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여러 그림들을 통해 그 속에 녹아 있는 역사와 각국의 문화를 알게 될 것이며, 인간의 감정, 욕망 등을 느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그림에 관한 지식을 많이 습득했고, 학습으로만 접하던 예술작품과 화가들의 삶을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