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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라 날다 ㅣ 내친구 작은거인 20
초란 드르벵카 글, 페터 쉐소우 그림, 박경희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작년 초에 아이를 가지면서 먹기만 하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더니 몸무게가 많이 늘었다. 아이를 낳은 후로도 살이 빠지지 않는 통에 여기 저기에 손으로 잡히는 살집을 볼 때면 무척이나 속상하다. 살이 찌면서 전보다 몸이 둔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데 무거운 몸으로 움직이자면 아무래도 짜증도 나고 무슨 일을 할 때도 더 힘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다지 살쪄 보이지 않는다는 나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주변 사람들로부터 뚱뚱하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 심정은 어떠할까? 많이 속상하고 서글플 것 같은데, 가족들 중에서 유일하게 자기만 뚱뚱하다면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 같다.
모두가 뜨는 바닷물에서도 뜨지 않는 파울라. 튜브를 해도 밑바닥에 가라앉을 만큼 뚱뚱한 파울라. 얼마나 뚱뚱하면 그 정도일까 싶어진다. 가끔 TV에서 접하는 사람(특히 서양인들) 중에는 정말 저 정도 살이 찔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몸이 불은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직접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들도 날씬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지 싶다. 집안 식구들 중에 유일하게 뚱보인-뚱뚱했던 이모가 다이어트로 꼬챙이가 된 후로- 파울라는 가벼워지고 싶어 한다.
파울라는 한 번쯤은 자신을 안아 공중에 띄워주기를 바라지만 가족들은 허리가 아프다며 피하기만 한다. 그러나 히람 삼촌만은 파울라를 뚱뚱하다 여기지 않고 하늘로 붕 띄워 올린다. 무거운 것은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떨쳐버린 파울라. 깃털보다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른 파울라는 웃으며 이날부터 공중에서 살기 시작한다. 중력의 법칙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데 내려올 마음이 들겠는가 말이다.
가족들이 먹을 것과 옷도 올려 보내주고, 비가 오면 우산도 올라오고, 책과 하늘이 있으니 심심하지도 않고, 밤이면 나무 가지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잔다. 그렇게 하늘에 떠 있는 상태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크리스마스 선물도 공중에서 받는 등 도대체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파울라. 자기처럼 뚱뚱한 한 아이가 찾아오자 파울라는 손을 잡고 끌어당긴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건 그렇게 간단한 걸!
현재형의 짧은 문장들을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고 있노라면 한없이 뚱뚱하지만 새털처럼 가볍게 하늘로 날아오른 파울라처럼 나 자신도 몸이 가벼워져 붕~ 떠있는 느낌이 든다. 띠지에 "우수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오는데 책이 얄팍한 것이, 분량으로 보자면 초등 저학년 아이들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본문이 대화체가 포함된 간결한 산문과 시적인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쉽게 읽힌다. 책장을 덮으며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나도 눈을 감고 "소년 소녀들로 가득한, 반짝이는 별 지붕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