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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할 거야! ㅣ 생각의 힘을 키우는 꼬마 시민 학교 2
마띠유 드 로비에 지음, 까뜨린느 프로또 그림, 김태희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의도와 내용은 더할 수 없이 좋은 책이다.
왜 욕을 하면 안 되는지, 왜 우리에게 질서를 지키는 것이 필요한지,
왜 친구를 때리면 안 되는지, 왜 미안하다는 말이 중요한지에 관한
간단하고도 정확한 핵심을 유쾌하게 풀어낸 답들이 있다.
책의 왼편은 아이의 질문과 상황에 따른 어른의 대답이 그려져 있고
책의 오른편은 그것에 대한 부연설명이 되어지는 그림이 한 장씩 담겨져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아주 중요한 내용들이다.
어른들이 꼭 알고 있어야하고, 완전 내 것이 되어서(!)
상황에 따라 아이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답되어져야 할 것들.
하지만 형식에 관해서 보자면 나에겐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건 순전히 나와 딸아이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것이다.
어떤 상황이나 주제에 관해 스토리가 있는 책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 스스로 느낌을 갖게 만드는 책들을 주로 읽혔고
독후활동에 있어서도 나는 좀 넓게 그냥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일단락을 해왔다.
아이가 꼭 느끼고 알았으면 하는 어떤 중요한 점은 그 후 그런 종류의 상황을 접하게 될 때
자연스럽게 우러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일곱 살 딸아이는 이 책을 읽으라고 주었더니 담박에 읽어치운 후
아무 감흥이 없다는 투로 ‘엄마 이 책은 재미없어요’라고 하는 것이다.
책을 권한 자로써 살짝 무안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할 수 있었던 터라
‘성의 있게 좀 읽어 봐. 유치원에서 그런 일들 없어? 그럴 때 넌 어떻게 하는데?’
라는 나의 말에 ‘엄마 성의가 무슨 뜻이에요?’라고 딴소리만.
‘성의란 건 마음을 다 한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성껏 귀를 기울이는 거야.’라고 해주었더니 한 수 더 떠
‘정성껏 읽었어. 남자애들, 말썽쟁이들 얘기잖아~’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흠. 그렇게 읽혔던 것이더냐.. 그럴수도..
아이가 흔히 접한 형식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른들은 그럴 기회가 적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한번 흥미 없던 책이라도
책꽂이에 꽂혀 있다보면 또 다른 각도로 만날 기회가 다시 오기도 하고
또 혼자 읽는 것과 또 엄마와 함께 읽는 것이 각각 느낌이 다르므로
알았다고 나중에 엄마랑 함께 읽어보자고 하면서 상황을 마무리 했다.
어쩌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이 책에 담긴 내용과 같은 상황을 수시로 겪고 난 후
어떤 트러블을 느낄 때가 되면 좀 더 가깝게 이 책을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하면서.
아이들에겐 전달해야할 내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에 앞서
어떤 식으로 어느 시기에 전달 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세상을 배우는데도 적절한 시기가 있고 각각의 취향, 선호하는 방식이라는 게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와 연령을 고려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아이에게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해서 너무 급히 너무 주입식으로 전달하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다.
어쩌면 딱 듣기가 싫어져 버릴지도 모르고 일단 한번 듣기 싫어진 것에 관한 것은
다음번 시도에서 두 배의 애씀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먼저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해야 하고 또 예견해야 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고 확신 있게 전달 될 수 있도록 충분히 연습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며 가르치는 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아주 요긴한 책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책일지도..
밑줄 긋고 싶어졌던 부분.
“할머니는 왜 저한테 항상 고맙다고 말씀하세요?”
“만약 네가 나한테 ‘고마워요’라든가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렴.
그건 이 할머니가 네 눈에 안 보이는 거랑 똑같은 거야.
내가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지.”
서로의 존재에 관한 소중함과 존중을 참 따듯하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