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내가 사는 등촌동에는 노래 한 가닥이 밤이고 낮이고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는 것을 봅니다.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가끔 그 노래 한 가닥은 내 이층 창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하고 나의 잠 속에 들어와 나의 잠을 가져가기도 하고 내가
우리집에 심어 놓은 몇 개의 까닭을 흔들다가는 그 잎을 데
려가서는 소식이 없곤 했습니다.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그 노래 한 가닥은 내 안에서 날이 갈수록 가락의 끝이 날
카로와져 요즘은 내 몸 곳곳에 상처를 냅니다. 오늘은 노래
가 지나간 길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남아 노래가 가고 난
뒤 다시 보니 그 자국들이 하나하나 노래가 되어 풀밭을 헤
치며 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내 안의 상처도 하나하나 노래가 되어 다른 노래
와 함께 떠납니다. 노래가 되어 떠나간 자리를 더듬어 보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노래들이 내 손을, 내 손을 참 싸늘하게
합니다.
<오규원>
마음의 풍경을 만드는 몇 자락의 노래들..
한없이 서정적이고 나른한 어떤 노래.
한없이 궁상맞아 바닥을 죽죽 기는 듯한 어느 날의 노래.
예쁘기도 또 착하기도 한 맑간 노래 몇 곡..
요즘 내 노래들은 어땠을까..
가락의 끝이 날카로와져 내 마음 곳곳에 기스를 내며 돌아다니던 그 노래들.
그 노래들도 시에서처럼 하나하나 새로운 노래가 될 수 있을까..
마음이 시끄러운 밤.. 조용하면서도 단단한 노래가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