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
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너무 멀리 떠나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
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 본다.
<이성복>
이렇게 시라도 한편 떠올리고
옮겨 적는 날은
그래도 한결 나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쓰고 싶어지고
뭔가 읽고 싶어진다는 건
조금씩 나아진다는 거라고..
하루 종일 하늘이 짙고 무거웠던 날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한 비가 온종일 내렸던 날
뜨거운 차를 앞에 놓고
숨을 고르고 있는 이 시간은
온전히 한명의 시간입니다.
아, 한명의 시간을 얼마만에 떠올리는지..
무엇보다 내 삶은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되는 삶이 아니라
꼭 내가 내 발로 살아내야 하는 삶인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참 잘 살아내고 있습니다.
세상 누구라 해도 나만큼은
세상 누구라 해도 이 보다 더는
이 상황을 잘 건너갈 수 없을 거라고..
내 자신을 다독입니다.
그 다독임에 취하는지 마음이 금방 뜨뜻해져..
창문을 조금 엽니다..
더 이상 들리지 않는 빗.소.리.
하늘은 그 무거움을 조금은 덜어내었나 봅니다.
저는.. 조급해 하지 않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