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은 시간은
힘들거나 막막하거나 둘 중 하나일수밖에 없다고
녹녹하고 나른한 중간 따윈 없다고 자못 비장하게 생각했었다.

 

지금은 고달픈 시기..
막막한 시기가 얼마나 숨 막히는지 잊을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너무 힘이 든다고 말할 수도 없다.
또 조금만 견디면 순서를 기다리고 섰는 그 시간은
자기 차례를 어김없이 지킬 것이기 때문에
이 시간이 길다고 말하지 않겠다.

 

나에게 희망이 남아 있나..
나에게 지연을 제외한 희망이 남아 있을까?
내가 품었던 희망은 이제 모두 소멸 되었다고
나에게 남은 희망은 지연뿐이라고 결론짓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그 구질구질하고 비틀린 상실감의 파편들은
온통 지연에게로 가서 덕지덕지 달라붙어 버릴 것이고
우리 두 사람의 생은 그야말로
누리는 것이 아닌 견디는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막막한 시간 속에서는 차라리 이 고달픔을 원했으나
고달픈 시절엔 막막한 시간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나는 구체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다.

 

밥을 벌고, 책을 벌고, 학용품을 벌고, 커피를..
가방을 벌고, 음악을 벌고, 즐거운 외식과 나들이를..
어쩌면 이건 평생을 헤이하게
계산 없이 살아온 벌인지도 모른다.
이제 나이 마흔이 넘어 서투른 계산을 시작한다.
더디고 불편하고 위태롭고 불쾌하다..

 

아.. 오늘은 무슨 요일이었을까..
내일은.. 내일은 무슨 요일일까..
이 겨울 마지막 눈은 언제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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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7-02-1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막하고 고달픈 인생 중의 반짝이는 한 페이지, 내가 꼭 그대에게 선물하리오 !
(비장함)

2007-02-16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rainy 2007-02-1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덥썩 받으리오 ^_^

예쁜 ** 님..
맞아요. 종종 문제는 그런 모습이 자신의 눈에 우스꽝스럽게 보인다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때의 무안함이라니.. 길을 가다 발을 삐걱 했을 때, 아무도 보는 이 없어도 후다닥 자세를 수습하는 그거, 그거처럼요^^ 내가 보기에, 내가 느끼기에 너무 부자연스럽게만 아니라면, 조금씩 연습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적어도 남들의 계산을 읽을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해서요 ^^;;; 이 겨울 마지막 눈이 남아 있다면 아주 아주 살벌한 바람과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너무도 심술궂게^^)

2007-03-28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3-28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홍수맘 2007-03-2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렇군요. 님의 가족에 입맛에도 맞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한라봉이랑 청견은 입가심이랍니다. 옆지기는 갠적으로 청견이 껍질까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더 맛있다고 하네요.^ ^. 행복하세요.

rainy 2007-03-29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게 큰 삼치는 처음 보았어요 ^^
당분간 밥상이 부실해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안 느껴도 될 듯 ^^
그게 귤이 아니라 '청견'이란 과일이었군요. 맛있게 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