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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누군가 읽고 물려준 다빈치 코드를 읽었다.
그 ‘누군가’라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
그 ‘누군가’가 ‘누구’냐에 따라서 책을 물려 읽는 일은
행복이 될 수도 지루함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저 쉽게 손에 들어온 책을 마다할 이유는 절대 없겠고
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책의 명성(!)을 들었던 지라
잠을 기다리는 시간에 침대위에서, 일이 없는 오후의 사무실에서
단숨에 읽어 치웠다.
나로 말하자면 나는 책을 단숨에 읽어치우는 편이 아니다.
나는 중간 중간 잠깐씩 덮어도 가면서, 다른 생각도 잠깐씩 해가며
밑줄도 그어가며 그렇게 책과 며칠을 함께 지내는 듯 책을 읽는다.
그럴 필요가 없는 책들을 제외하고 말이다.
다빈치 코드는 뭐랄까..
아주 똑똑하게 자기 분야에 대해 박식하지만, 말도 참으로 필요이상 많으면서
또 상대방에게 공감까지도, 경탄까지도 끌어내고 싶어 하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는
그런 종류의 사람과 서너 시간을(!) 마주 앉아 있었던 기분이랄까..
물론 그 내용이 내가 관심이 가는 부분이고
그 사람의 대화법이 단아하고 예의 바르다면
대단히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 되겠지만
그게 아닐 경우에 그 서너 시간은.. 참으로 난감하고 지루한 시간이 될 듯하다.
심하면.. 그래서 어쩌라구.. 너무 길지 않냐.. 싶어지는 거다.
그림이나 역사의 경우는 나도 관심이 많은 부분이지만
작가의 가설을 뒷받침하려는 여러 가지 재료들을 너무 나열한 탓에
(누군가는 그게 대단하다고 했지만)
나로선 오히려 읽을수록 흥미가 자꾸 떨어져 갔다.
이 소설의 가장 취약점은 인물에 있는 것 같다.
그 어디서 너무도 많이 본 듯한 남녀 주인공과 조연들..
거기서 더 이상 어쩌지 못하게 식상해져 버려서
되 돌이킬 수가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못되게 말하자면
[너 잘난 건 알겠고, 애쓴 것도 알겠는데 나에겐 아무 감동이 없다.]
정도 되겠다.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가면서 “다빈치 코드 재밌어요?" 했을 때
나는 말했다. “이거 쥬라기 공원이에요. 소재만 다른 쥬라기 공원.”
내가 너무 삐딱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책을 덮고 나자
마구 마구 .. 책다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