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로 토요일 조조할인 영화를 보는 걸 즐긴다.
이전엔 토요일에도 일해야 해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한 달에 한번 토요일에 쉴 수 있게 되면서 주로 쉬는 토요일이면 영화를 꼭 아침에 보러 간다.
토요일 아침에 영화를 보면 일단 영화를 보고 나서도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둘이서 이것 저것 할인 받아 단돈 7천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단 그 돈에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평일에 생돈주고 영화보기가 어려워진다.

오늘은 참으로 보고픈 영화가 많았다. 1시간은 자고 나도 2시간 동안 아주 즐겁게 액션을 즐길 수 있다는 영화 킹콩,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사극의 색다른 재미를 보여준다는 왕의 남자, 무엇보다 여자가 대작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꼭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영화 청연. 그러나 한창 해리포터 이야기에 빠져있는 나로서는 또다른 환타지 영화, 특히 북미지역에서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눌렀다는 나니아 연대기가 가장 궁금했고 결국 아침부터 서둘러 아슬아슬하게 나니아 연대기를 볼 수 있었다. 7천원에.

그러나 흠.... 영화가 시작한지 1시간이 다 되가도록 이야기는 전반부에 머무르고 있었고, 아침잠이 조금 부족했던 나는 심지어 졸립기까지 했다. 그랬다, 나니아 연대기는 철저한 아동극이었다. 책은 어떨지 모르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너무너무 단순했고, 지루했다. 남편은 영화보면서 중간중간 냉소적인 웃음소리까지 보탠다. 무엇보다 나를 짜증나게 한 것은 전형적인 캐릭터들이었다. 나니아에 겨울만 계속되게 만든 나쁜 마녀는 여자였고, 나쁜 마녀로부터 나니아를 구해내는 것은 쓸모없는 갈기를 멋지게 뽐내는 숫사자이다(모두 알다시피 현실세계에서 숫사자는 사냥조차 제 손으로 하지 않는다). 남자 아이한테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멋드러진 장검을 주고, 여자아이한테는 겨우 화살과 짧은 단도를 준다. 그나마 나쁜 마녀와 전쟁을 할 때는 여자아이들은 전쟁터에 있지도 않는다. 왜 내 눈엔 자꾸 이런 것만 보이는지 모르지만, 난 솔직히 전쟁을 하기 위해 긴 칼을 뽑아들고 멋진 곰마차를 타고 오는 마녀가 훠얼씬 멋져 보였다.

그래, 열내지 말자. 이건 아동용 영화고 동화책이 바탕이다. 그래도 전형적인 캐릭터는 역시 용서하기 어렵다. 내가 딸가진 부모라면 난 절대 내 자식한테 저런 영화는 안 보여줄거 같다. 물론, 해리포터에도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전형성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좀 심했다 싶다. 그나마 한가지 어렸을 적 나도 가끔 기어들어가 숨곤했던 옷장너머에 환상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은 맘을 따뜻하게 한다.  7천원보다 더 주고 봤다면 더 속쓰렸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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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6-01-09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보기가 싫더라구요. 감독이 그러는데 어릴 적엔 이게 참 재밌는 줄 알았는데 커서 보니까 아니더라구요 전투 장면도 지루하구요... 그래서 각색을 했다지만 그래봤자죠..... 전 부리구요 잘 지내보아요. 마태 친구에요.

생각하는 너부리 2006-01-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럼 감독 본인이 봐도 재미있는게 아닌걸 영화로 만들었단 말인가요? 참내.
근데, 마태님 친구에요, 마태님의 다른 인격이에요?

마태우스 2006-01-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를 가까이하지 마세요!! 저랑만 놀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