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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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의 시대, 빅토리아

1830~1840년대에 심각한 파업과 사회적 소요가 자주 발생하여 당대의 지배 질서를 뒤흔들었다. 이러한 운동을 조직한 사람들은 대부분 생산자동화와 시장경제의 잦은 변화 때문에 직격탄을 맞은 장인들이었다. 그 결과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곧 혁명이 도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결국 카스트 간의 새로운 타협책들이 연쇄적으로 도출되었다. 생산 제조업자들은 고용 노동자들에게 덜 강경하고 더 온정적으로 대하기로 했고, 정부는 공장의 노동 조건과 거주 지역의 생활 조건을 규제하기로 했다. 1850년대 들어 경제가 호전되었고, 많은 숙련노동자들이 중산층의 존경할 만한 미덕에 이끌렸다. 이 미덕은 인간의 도덕성, 절제 그리고 자신에 대해 상인 집단이 품었던 이상형이기도 했다. - P116

당시 영국의 산업자본가들은 숙련노동자 집단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숙련노동자 집단은 생산 제조 과정의 여러 부분을 관리하고 신입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혁신적 산업자본가들은 전문 관리자 집단의 도움과 정교한 기술 교육 없이도 사업을 이끌었다.
- P117

타협에 동참한 카스트들 간의 긴장은 상존했지만, 각 카스트들은 서로의 영역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며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당시 영국은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 ‘작업장‘에 훨씬 가까웠기 때문에 이처럼 비교적 낮은 수준의 협력으로도 충분했다. 즉, 19세기 말까지 영국에서는 기계보다 근육이 훨씬 중요했다. 산업자본가들은 소규모 설비를 갖추고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신사-상인 집단의 은행업 분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필요가 없었다. 그 결과 은행가들은 자금을 보다 이윤이 컸던 국제무역과 해외 산업 부문에 쏟아부을수 있었다. 이처럼 ‘상위‘ 카스트 집단에 요구 사항이 적었던 소규모 산업자본가들은 자신의 ‘하위‘ 카스트 집단의 독립성을 어느 정도 용인했다. 그 결과, 숙련노동자들은 작업 현장 조직 전반에서 약간의 자율성을 확보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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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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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의 에토스, 전사귀족의 에토스

스미스는 왕과 귀족들이 퍼뜨리는 의존적 문화에 특히 적대적이었다. 물론 귀족들이 상인에 비해 하위 계층에 더욱 자애로울 수도 있다는 점은 그도 인정했다. 그러나 스미스는 귀족들은 자애로움의 대가로 노예근성과 아첨,
그리고 맹목적인 충성을 기대한다고 봤다. 

반면 사람들이 상호 경쟁과 상업으로 서로 연결되는 사회는 가부장적 사회보다 경제적 평등성이 떨어질수는 있지만 보다 자유롭고 부유하며 평화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미스의 이러한 시각은 온건 상인 집단 에토스의 기저에 자리했다.  - P107

스미스는 디포가 상인 집단의 에토스를 전파하는 방법으로 선호했던 대형 상인 집단과 전사 귀족 집단의 동맹을 극도로 싫어했다. 스미스는 그러한 조합은 탐욕스런 상인 집단이 경쟁자들의 희생을 토대로 그들만의 이윤을 위해 ‘지배자들의 폭력과 불의‘를 활용하도록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 결과 반목과 전쟁, 잔인한 노예제 제국 출현이라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또한 하위 노동 카스트들에 대한 상인 집단의 냉혹함을 거세게 비난했다.  - P108

그(스미스)에 따르면, 디포가 생각했던 전사들과 동맹을 맺은 상인 카스트의 지배는 이상적인 온건 상인 집단의 에토스를 촉진하는 방안이 아니었다. 스미스는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썼다. "상인과 제조업자는 인류의 지배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

스미스와 디포는 사뭇 다른 이유로 상인 집단의 단독 지배는 불가능하다고 의견 일치를 본 셈이다. 그러나 디포가 상인과 전사 집단이 구성하는 정부를 옹호한 반면, 스미스가 생각한 이상적인 통치 집단은 계몽된 현인 행정관들, 즉 자신처럼 인문학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스미스에 따르면 그들이야말로 빈곤층을 포함한 모든 사회에 대해 긍정한 의식을 갖추고 상업적가치의 긍정적 측면을 추진하는 동시에 그 냉혹한 측면을 통제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집단이었다. - P108

즉 자신처럼 인문학을 배운 사람들이었다. 스미스에 따르면 그들이야말로 빈곤층을 포함한 모든 사회에 대해 긍정한 의식을 갖추고 상업적가치의 긍정적 측면을 추진하는 동시에 그 냉혹한 측면을 통제할 것이라고 믿을만한 집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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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상인이 지배하는가 - 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 지음, 이유영 옮김 / 원더박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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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와 상인권력

상업은 지역에 따라 중요도가 달랐다. 세계사 대부분에 걸쳐 중국과 인도는 세계 상업의 양대 중심지였다. 반면 유럽, 특히 동유럽은 변방에 지나지 않았다. 상업이 흥기하고 농경사회 카스트들의 권력이 약해진 일부 시기에는 국가들이 상인 집단에 의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자본‘과 ‘강제 사이의 균형도 그에 따라 변화했다.

예컨대 중국 송나라(960~1276) 왕조는 중국 북부에서 지배력을 잃고 상인 집단의 힘이 상대적으로 강했던 남부로 내몰린 이후 점차 상업에 의지하게 되었다. 때로는 상업에 부과된 조세 부담이 매출액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하면 송나라가 상인 집단에게 매관매직을 허용하고 해외무역항을 한 곳에서 여덟 곳으로 늘려 해외 교역을 고무한 일은 그리 놀랍지 않다.

상업이 흥기하자 많은 기술 혁신과 농업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산업 발전이 나타났고, 화약 제조술과 직물 생산 방식의 기계화도 출현했다. 

그러나 융성하던 상업의 시대는 1279년 몽골의 침입으로 종지부를 찍었고, 중국은 다시 소작농 집단으로부터 뜯어내는 공물에 의지하는 농경사회형 제국으로 전락했다. - P82

했다. 이를 감안하면 송나라가 상인 집단에게 매관매직을 허용하고 해외무역항을 한 곳에서 여덟 곳으로 늘려 해외 교역을 고무한 일은 그리 놀랍110)지 않다.‘
상업이 흥기하자 많은 기술 혁신과 농업 생산성 향상, 그리고산업 발전이 나타났고, 화약 제조술과 직물 생산 방식의 기계화도 출현했다. 그러나 융성하던 상업의 시대는 1279년 몽골의 침입으로 종지부를찍었고, 중국은 다시 소작농 집단으로부터 뜯어내는 물에 의지하는 농경사회형 제국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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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직업분류

전사 귀족
- 전사 역할 대 가부장 역할

현인
- 사제 역할 대 테크노라트 역할

상인
- 단기 이득 추구 대 장기 이익 추구

노동자
- 피지배 대 공동체적 연대

고대인들 역시 이러한 전개 양상을 간파했다. 고대인들은 사회를 원자화한 개인들의 총합으로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을 각자의 사유재산에 따라 분류하는 마르크스주의적 경제적 계급의 총합으로 보지도 않았고, (후쿠야마처럼) 이데올로기적 당파의 총합으로 보지도 않았다. 고대인들은 사회를 직군의 총합으로 봤고, 각각의 직군은 고유한 에토스(ethos)를 조성한다고 믿었다. 중세 서구사회는 이런 직군 체계를 로마 원정군 단위 체계의 일종인 ‘ordines (질서)‘에서 따온 orders(편제 또는 계층)‘라고 불렀다. 인도에서는 이미 ‘카스트 (castes)‘라는 단어로 직군 체계를 명명하고 있었다. - P14

그렇다면 주요 카스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근대 이전 농경사회의 여러 사상가들은 다음 네 가지를 대표적 카스트로 꼽았다. 현인 · 사제(sages/priests), 지배자 - 전사(rulers/warriors), 그리고 상인(merchants)과 소작농(peasants)이다. 물론 여기에 덧붙이거나 빼는 경우도 있었다.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는 세 유형으로 나누는 경우가 더 흔했다. 즉, 기도하는 사람들(oratores), 싸우는 사람들(bellatores), 일하는 사람들(laboratores)이었다. 당시 사람들 대부분은 아버지와 선조들의 직업을 따랐기 때문에 직업이 외부인에게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자신들의 직군에 속하고 그에 맞는 관습과 에토스 속에서 성장했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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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이해관계 그리고 직업

논의에 앞서 역사적 변화를 추동하는 동력에 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관해 마르크스와 후쿠야마는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있다. 마르크스는역사 변화의 원동력이 경제적 이익집단 또는 ‘계급‘이라고 봤으나, 후쿠야마는 근대를 끌고 온 원동력이 상이한 이데올로기 간의 갈등이라고 봤다" - P12

하지만 가치 체계와 경제적 이해관계를 싹둑 잘라 나누는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가 양자 모두로부터 동기를 부여받으며, 우리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가치는 직업이라는 일상의 메커니즘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 P13

 투자은행 분야에 종사하며 사회주의자가 되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지역 사회복지 부서에서 일하며 자유시장주의자가 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동료와 잘 지내고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바란다면 종사하고 있는 일터의 기본적 가치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테면 일터의 관습과 행동양식, 또는 프랑스 사상가 피에르 부르디외가 명명한 ‘아비튀스(habitus)‘ 같은 것들이기본적 가치들이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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