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논객의 차이
- 혐오선동을 멈춰 세우는 것은 논리적인 반박이 아니라 이처럼 정동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교실은 링이 되었다. 로프에 몰린 상대를 압박하다 종이울렸고, 그 학생을 따로 불러 다독이려던자리에서 앞서 말한 문제의 발언이 나오고야 말았다. 그날 나는 거의 잠을 이루지못했다.

교실이 민감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달라진 것은 양상이다. 불법적인 12·3 비상계엄 이후, 인권과 평화와 민주주의 등보편적 가치로 합의된 것들이 일부 학생에게는 특정 정파의 논리로 받아들이는듯한 징후가 확인된다. 12.3 비상계엄과대통령 탄핵을 헌정 질서의 문제가 아닌특정 정당 지지나 정치인의 유불리 문제로 보는 학생을 오늘날 교실에선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얼마 뒤 나는 반성문을 썼다. 교사 공동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 회보에 그날학생과의 대화를 돌아보는 글을 썼다. 교사로서 학생에게 패배를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학생이 스스로의 발언을 돌이켜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했는지 되짚어보았다.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보고서-함께 그려보는 우리의 미래 (2021)>에서는
"모든 교육 환경은 안전한 장소, 나아가피난처가 되어야 하며.....교육자는 학생이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판단당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학습환경을 마련하도록 애써야 한다"라고 지적한다. 마치 나와 학생의 대화를 지켜본 누군가가 이를 질책하며 적은 구절처람 읽혔다. - P26

점점 대화가 어려워지는 교실 안에서교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학생과 여러 달 대화를 이어간 역사 교사 맹수용은 <계엄, 내란 그리고 민주주의> (역사비평사)에서 대안을 모색한다. 학생의 주장을 섣불리 논파하지 않고 끝까지 들으며 대화를 이어갔고, 서로의 신뢰를 유지하면서 깊은 대화를 나눴다. 교실이 학습자가 판단당할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꺼낼 수 있는 공간이 될 때 비로소 학생의 성찰도 시작된다는 가르침을 준다. 이 자체가 곧 민주주의를 배우는 과정이 아닐까.

오늘날 교실의 실태에 개탄만 할 수없는 노릇이다. ‘극우 학생일지라도 교사는 그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그들을 지지, 응원하며 성장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민주시민 교육과 역사 교육을얼마나 더 많이 해야 할까‘보다 ‘어떻게이들과 대화해야 할까‘를 더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많은 교사들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학교를 교육적 공간으로 보듬어나가려 애쓰고 있다. 우리 사회가 학생과의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교사의 모색과● 노력에 신뢰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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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권은 주로 ‘도덕과 계몽’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그에 따라 상대측을 견제하는 논리는 ‘수치’와 ‘분노’가 된다. 가진 자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부각시키고, 약자를 차별하는 행위는 인간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며 수치심을 자극한다. 비슷한 비리를 저질러도 진보 진영 인사들에게 민심이 더 엄격하게 반응하는 것은 도덕과 분노가 원래 좌파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신이 주장하는 가치를 자신이 지키지 못하는 위선은 좌파 정치인에게 가장 붙이기 좋은 꼬리표가 된다. 무능은 증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명확한 책임 규명이 어려운 반면, 비리와 부도덕은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을 통해 즉각적으로 드러난다. 효율을 내세우는 정권의 무능은 공격하기 모호하지만, 도덕을 앞세우는 정권의 비리는 정황만 있어도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권력은 본질적으로 부패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도덕과 계몽을 권력 유지의 무기로 삼는 일은 애당초 난항에 부딪힐 숙명이다. -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권성민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94CkTkaqdGXqaL5i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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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가해의 가능성’은 누군가에게 내재된 악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도 모든 남성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크고 작은 성범죄가 일상적으로 범람하는 가운데, 어떤 남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어떤 남자는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마치 대형화물차 옆을 달리는 소형차처럼, 운 나쁘게 위험한 남성을 만나면 여성은 신체적 차이 때문에 대처할 방법이 거의 없다. 무엇보다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도 이러한 차이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권성민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QUA2xoaQFJykYmCeA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를 기반으로 정치적 태도를 형성한다. ‘이퀄리즘’이 경험하는 세계와 페미니즘이 경험하는 세계는 이토록 서로 다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을 마주했을 때도 그 주장 너머에 이런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무엇을 무시하고 무엇을 관철시킬 수 있을지 조금은 더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을까? -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권성민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e1tZgqv4QiFqLwq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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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매스미디어 가운데서도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 없이 쉬고 싶을 때 찾는 유희적 공론장이다.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근대사 속 인물들을 추적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거나 근대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 보았을 때 그 효용이 가장 크겠지만, 실제로는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기후 위기 활동가나 역사 덕후들이 가장 열심히 챙겨 본다.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100분 토론」을 보는 것처럼. - <커뮤니티에 입장하셨습니다>, 권성민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n7A4htfCxMRPJaA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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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나토의 MAD 핵위협 해석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보다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서구 국가들이 재래식 무기로 그들과 같은 수준에 다다르려 했다면, 아마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을 철회하고 영구적 전시 상태에 놓인 전체주의 국가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자유주의를 구원한 것은 핵무기였다. NATO는 상호확실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을 채택했는데, 소련이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도 전면적인 핵 공격으로 응답한다는 전략이었다. 자유주의자들은 “나를 공격하면 우리 모두가 죽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 무시무시한 방패 덕분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마지막 요새에서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고, 서구인들은 섹스, 마약, 로큰롤뿐 아니라 세탁기, 냉장고, TV를 향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핵무기가 없었다면 비틀스도, 우드스톡도, 상품이 넘쳐나는 슈퍼마켓도 없었을 것이다. 핵무기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중반까지는 미래가 사회주의 편으로 보였다. - <호모 데우스>, 유발하라리 지음 / 김명주 옮김 - 밀리의서재
https://millie.page.link/DPUa7CM8VpsrDRC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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