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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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피부는 생존에 어떤 가치를 갖고 있었을까?
- 벌거벗은 이유에 대한 설명은 이게 전부다. 제1장 기원의 여덟번째 절.
- 이 책의 대부분은 과일 먹는 숲속 원숭이가 사냥하는 초원 원숭이로 변한 것에 집중되어 있다.
- 이 책의 제목은 ‘사냥하는 원숭이 The Hunting Ape‘이어야 했다. 하지만 현재의 제목 덕분에 많이 팔렸다.


가설 1
사냥하는 원숭이가 떠돌이 생활을 포기하고 일정한 기지에 정착했을 때, 굴이 피부 기생충으로 심하게 오염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밤마다 똑같은 잠자리에서 잠을 자면, 갖가지 진드기와 벼룩, 빈대에게 놀랄 만큼 비옥한 서식지를 제공하여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졌을 것으로 여겨진다. 털투성이 피부를 벗어던지면 이 문제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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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2
사냥하는 원숭이는 식사 습관이 너무 지저분해서 털가죽이 식사에 방해가 되고 금방 더러워졌기 때문에, 역시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한 예로, 머리와 목을 피투성이 시체 속에 집어넣고 내장을 파 먹는 독수리의 경우는 머리와 목의 깃털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사냥하는 원숭이에게서는 그런 변화가 온몸으로 확대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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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3
인간이 털가죽을 벗어던진 것은 불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사냥하는 원숭이는 밤에만 추위를 느꼈을 테고, 일단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는 사치를 누리게 되자 털가죽이 없어도 충분히 견딜 수 있었기 때문에, 낮의 더위를 견디기에 더 좋은 벌거숭이 상태가 되었을 거라는 주장이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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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4

숲을 떠나 지상으로 내려온 최초의 원숭이는 사냥하는 원숭이가 되기 전에 오랫동안 물속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그는 먹이를 찾아 열대 해안으로 이동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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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그는 바다로 돌아간 다른 포유류들처럼 털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수면 위로 불쑥 나와 있는 머리만은 직사광선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털가죽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후 연장(원래는 조개껍데기를 깨기 위해 만든 연장)이 충분히 발달하자, 그는 해안의 요람에서 나와 새로운 사냥꾼으로서 널따란 들판으로 진출했을 것이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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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5
인간이 털을 잃어버린 것은 물리적 환경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추세였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벌거숭이 상태는 물리적인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신호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피부의 일부가 노출되어 있는 것은 많은 영장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고,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일종의 인식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원숭이나 유인원은 다른 개체의 노출된 피부를 보고, 그 개체가 자기와 같은 종인지 아니면 다른 종에 속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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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6
인간이 털을 잃어버린 것을 성적인 신호의 연장으로 간주한다. 이 이론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포유류의 경우 수컷이 대체로 암컷보다 털이 많다는 점을 내세워, 털 없는 원숭이의 암컷은 이러한 차이를 더욱 확대함으로써 수컷에 대하여 보다 많은 성적 매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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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7
더위를 식히기 위해 털코트를 벗었다는 주장이다. 그늘진 숲에서 나오자, 사냥하는 원숭이는 일찍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뜨거운 기온에 노출되었다. 그는 몸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털코트를 벗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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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8
사냥감을 추격하는 일은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견뎌낼 수밖에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체온은 상당히 올라갔을 것이다. 이런 과열상태를 줄여야 할 필요성은 절박했고, 아무리 사소한 개선이라도 바람직했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다른 측면에서는 상당한 희생을 의미한다 해도, 그는 체온을 내리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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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털코트를 벗어던지고 몸의 표면에 뚫린 땀구멍의 수를 늘림으로써, 그는 체온을 상당히 식힐 수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과일을 따 먹는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냥감을 격렬히 추적하는 극한적인 순간을 위해, 그는 바깥 공기에 노출되어 팽팽히 긴장한 팔다리와 몸통을 증발하는 액체의 막으로 뒤덮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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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이 그들의 새로운 생활방식에 가장 중요한 측면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면, 털이 줄어든 대신 땀구멍과 피하지방층이 늘어난 것은 부지런한 우리 조상들에게는 꼭 필요한 변화였던 것 같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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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원숭이의 핵심 주제
- 인간으로의 진화는 유전적 변화를 수반한다. 문화적 변화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 육식동물의 유전자와 함께 영장류의 유전자도 남아 있다. 인간은 잡종이다.
- 현재의 인간을 설명함에 있어서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현령 비현령으로 끌어다대면 과학이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조심해야 한다.
- 문화의 영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 특히 이성의 역할 말이다. 이성의 역할을 과대평가하는 문화도 경계해야 한다.
- 무의식, 뇌의 편향, 예측가능한 비합리성, 감정 등에 대한 심리학, 진화생물학, 뇌과학의 연구 성과는 이성, 의식, 계몽을 강조한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를 허물고 있다.
- 동물행동학의 시각에서 일찌감치 이런 문제 의식을 대중과학서를 통해 흥마롭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선구적이고 대단하다.




사냥하는 원숭이는 이런 방식으로 육식동물의 역할을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영장류로서의 생활방식을 바꾸었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문화적 변화라기보다는 근본적인 생물학적 변화였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종은 이런 식으로 유전학적 변화를 일으켰다고 생각된다. 여러분은 이것이 터무니없는 가설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문화적 가르침의 힘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그런 개조작업은 훈련과 새로운 전통의 발전을 통하여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 거라고 여러분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인간의 행동만 보아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문화 발전은 우리에게 과학기술의 대단한 진보를 가져다주었지만, 이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생물학적 자질과 충돌할 경우에는 항상 강력한 반발이 일어나곤 했다. 우리가 사냥하는 원숭이였던 시절에 이미 내버린 근본적인 행동양식들은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 아직도 뚜렷이 남아 있어, 아무리 고상한 일이라 해도, 잘 살펴보면 그 밑바닥에는 영장류의 행동양식이 깔려 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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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없는 원숭이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초식성과 새로 획득한 육식성을 혼합하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었는가? 그 결과, 털 없는 원숭이는 정확히 어떤 종류의 동물이 되었는가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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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은 너무 약했고, 청각도 별로 예민하지 못했다. 체격은 끈질긴 지구력을 요구하는 일에도, 번개처럼 빠른 단거리 경주에도 전혀 적합하지 못했다. 성격은 협동적이라기보다 경쟁적이었고, 계획을 세워 거기에 모든 노력을 집중하는 능력도 분명 부족했을 것이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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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하는 원숭이가 어린애 같은 원숭이로 진화한 것이다. 진화 과정에서 이런 요술 같은 일이 일어난 경우는 결코 드물지 않다. 털 없는 원숭이 이외에도 수많은 동물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 간단히 말하면 그것은 유아기의 어떤 특성을 어른이 된 뒤에도 그대로 계속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서, 전문용어로는 유태보존(幼態保存)이라고 한다. (유명한 본보기는 도롱뇽의 일종인 아홀로틀이다. 이 동물은 평생 동안 올챙이로 남아 있을 수 있고, 이런 상태에서 새끼를 낳을 수도 있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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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원숭이 두뇌의 크기는 다 자란 원숭이 두뇌의 70%에 이른다. 그리고 나머지 30%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재빨리 완성되어버린다. 어린 침팬지도 태어난 지 12개월 만에 두뇌 성장을 끝낸다. 반면에 갓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의 두뇌 크기는 완전히 자란 성인 두뇌의 23%밖에 되지 않는다. 태어난 지 6년 동안은 급속한 성장이 계속되고, 태어난 지 23년이 지난 뒤에야 겨우 성장 과정이 완전히 끝난다.
그렇다면 성적으로 성숙한 ‘뒤’에도 약 10년 동안 우리 두뇌는 성장을 계속하는 셈이다. 반면에 침팬지는 생식능력을 갖게 되기 6년이나 7년 ‘전’에 두뇌 성장이 완전히 끝난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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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육식동물은 먹이를 찾는 행동(사냥하고 죽이는 행동)과 먹는 행동을 구별한다. 이 두 가지 행동은 서로 다른 별개의 계통을 통하여 동기를 부여받게 되었고, 두 가지 계통의 상호의존관계는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먹이를 찾아서 먹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는 행위는 먼 장래의 일이기 때문에, 죽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보상이 되어야 한다. 고양이과 동물을 연구해본 결과, 먹이를 잡아서 먹는 과정이 더욱 세분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먹이를 잡아서, 죽이고, 준비하고(털을 뽑고), 먹는 행위는 제각기 별개의 동기부여 체제를 갖고 있다. 이런 행동양식 가운데 하나가 충족된다 해도 다른 욕구들까지 자동적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

과일을 따 먹는 영장류의 경우에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영장류는 먹이를 찾아서 바로바로 따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먹이를 찾아서 먹기까지의 과정이 비교적 짧다. 따라서 그 과정을 별개의 동기부여 체제로 분할해야 할 필요는 전혀 없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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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의 세계에는 늑대처럼 떼를 지어 사냥하는 육식동물의 협동정신이 별로 존재하지 않는다. 경쟁과 지배는 영장류 세계의 독특한 풍조다. 물론 사회에서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려는 경쟁은 영장류와 육식동물의 세계에 모두 존재하지만, 원숭이와 유인원의 경우에는 그 경쟁이 협동활동으로 누그러지지 않는다. 복잡하고 조직적인 작전도 필요 없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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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대한 혐오감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학습의 결과인 문화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자기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서, 비정상적으로 고립된 환경에서 자란 침팬지 새끼는 뱀을 처음 보았을 때 공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실험 결과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실험은 별로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일부 실험에서는 실험 대상이 된 침팬지가 너무 어렸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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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실험은 선천적 반응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선천적 반응은 캡슐에 싸여 있는 것처럼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성숙하는 것이 아니다. 선천적 반응은 오히려 선천적 감수성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침팬지 새끼나 인간의 어린이가 뱀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려면, 어릴 때 두려움을 주는 수많은 대상과 부닥쳐 그것들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법을 배워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다음에 뱀과 부닥치면, 다른 자극들보다 뱀에 대해 훨씬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것은 선천적 요소가 그런 형태로 나타났다고 볼 수밖에 없다. 뱀에 대한 두려움은 다른 대상에 대한 두려움보다 훨씬 강렬하고, 이런 불균형은 선천적 요인이다. 정상적인 침팬지 새끼가 뱀을 만났을 때 보이는 공포와 우리 인간이 뱀에게 보이는 격렬한 증오심은 다른 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 <털없는 원숭이 (50주년 기념판) >,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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