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 개념 전략
당시 지배층은 군자君子라는 말로 딱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군君의 자子, 말 그대로 군주의 아들이고 친척이지요. 좋은 신분을 타고난 교육과 문화의 수혜자입니다. 이렇게 군자는 원래는 철저히 신분 개념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자가 의미를 좀 바꾸어놓았습니다. 단순히 조상을 잘 둔 사람이 아니라, 항상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는 과제에 주력하는 이상적인 인간으로 말입니다. 공부와 수양에 주력하고 안인安人을 정치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는 도덕자라는 개념으로 바꾸었습니다. 어쩌면 개념을 바꾸는 언어 혁명을 통해 기존의 지배자에게 강도 높은 윤리적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이렇게 주문한 것이지요. ‘당신들이 아무리 잘난 조상 두고 현재 잘 먹고 잘살아도 수양하지 않고 인민을 포용할 덕이 없으면 그저 소인일 뿐이요, 그리고 소인처럼 굴다가는 당신이 다스리는 정치 공동체의 앞날은 어둡기만 할 것이오’라고요.
군자라고 목에 힘주고 다녔는데 이제 공자 때문에 잘못하면 소인 소리 듣게 생겼습니다. 군자라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소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되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이제 좀 달라져야 겠구나’ 하는 경각심을 느끼고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 이게 공자의 전략입니다
(물론 아무도 경각심을 느끼지 않았고, 공자의 주장은 누구도 수용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공자의 기대에 불과했지요). -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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