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만남이 있다.

북플에 처음 발을 디뎌 지인의 서재에만 글을 남길 뿐, 다른 서재에는 좋아요 조차 누르지 못하던 시절. 뭐에 홀린 듯이 모르는 이의 서재에 댓글을 달았고, 그날 바로 긴 통화를 했으며 마치 예정되어 있었듯 둘이 사는 중간지점으로 내가 갈 일이 생겨 직접 만나기까지 하였다. 


며칠 전 우체통을 열었다가 소포박스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집에 오는 우편물이라고는 돈을 내라는 청구서와 광고물뿐이라 이렇게 소포를 받아 본 것이 얼마 만인지 헤아릴 수조차 없었기에 박스를 여는 동안 가슴이 마구 뛰었다.



지난한 인생길에 이런 생각지도 않았던 운명같은 만남이 있어 살아갈 힘을 얻는 거 같다.


감사합니다. 조금씩 조금씩 아껴가며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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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5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8-03-09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레이야님의 영화 에세이 선물받으셨네요.^^
옆의 빨간색은 초콜렛인가요. 책보다 클 것 같아요.^^
psyche님,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psyche 2018-03-09 03:14   좋아요 0 | URL
네 초콜렛이에요. 서니데이님도 좋은 밤 되세요~
 














지난 번에도 썼지만 오랜만에 밑줄 쫙쫙 긋는 책을 읽었다.

아 이런거구나 하고 깨닫고 배우는 책이 아니고 내말이!!하고 맞장구 치는 책.


<트왈라이트>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네 저 이거 읽었습니다. 1,2편. 3편까지는 도저히 못 읽겠더군요) 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한참 웃었다. 반복되는 대사와 행동이 너무 많아서 술 마시기 게임을 한다면 간이 남아나지 않을 거라는(p180) 부분이 있는데 나는 술 마시기는 생각 못했지만 한번 세볼까 는 했었거든. 아 진짜 어설퍼서. 


이거 말고도 때론 웃으면서 가끔은 심각하게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하는 부분들이 무척 많았는데 어째서 이렇게 폭풍공감을 하게 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물론 내가 나쁜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겠지만 무엇보다 미국에서 산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제 나는 백인 여성보다는 흑인여성에게 더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인 거 같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미국 페미니즘 작가의 글을 읽어보면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말은 맞는데 글에서 좀 배우고, 살만한 백인 여성의 입장이라는 게 느껴져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때가 있다. 나의 생활은 겉으로는 중산층 백인여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속은 이민자로 살고 있는 유색인종일 뿐. 그러니까 소수계는 서로 연대해야 하는데 자기가 백인인듯 착각하면서 다른 유색인종들에게 더 못되게 구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사람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 읽고나서 둘째녀석에게 읽어보라고 하려고 도서관에 예약을 하였다. 대기 줄이 기네. 아직도 많이 읽는 책인 거 같아 기분이 좋다. 


* 엘에이 타임즈에서는 일년에 한번 북 페스티발을 한다. 유명작가들도 많이 오고 이런 저런 행사도 많은데 작년에 그 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큰 아이가 누구 책 사인 받아 줄까 묻길래 오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었다. 그 때 리스트에 록산 게이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책 제목만 알고 있을 뿐이라 무시했었다. 아~항상 한발짝 늦는 나. 아쉽다. 


* 큰 아이랑 전화하면서 내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읽어보라고 했더니 벌써 읽었단다. 그런데 반응이 그닥 열정적이지 않다. 어 이 폭풍공감은 나만의 것인가? 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책 읽고 좋아서 작가의 트위터까지 팔로우를 했는데 트위터에서 보이는 모습에 좀 실망했다고 한다. 페북이나 트위터는 정제되지 않은 것이 그대로 드러날때가 많아 좋아하는 작가나 정치인등을 팔로우 하다가 실망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는 듯 하다. 나는 록산 게이 트위터 팔로우 하지 말고 그냥 책이나 칼럼만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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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03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하면 엘에이 타임즈에서 인턴을 할 수 있어요? 저는 이부부만 눈이 똬악!!!! 역시 똑똑한 딸내미는 달라도 뭔가 크게 다르군요!!!! 왕부럽습니다!!!!!!!

psyche 2018-03-04 11:08   좋아요 0 | URL
정직원이 아니라 인턴인걸요. 학교에 난 광고보고 어플라이 해서 된거였어요. 대학 4학년 2학기때. 일년넘게 일했는데 계속 버젯이 생기면 정직원 시켜준다는 말로 꼬시면서 부려먹기만 했다는...어떻게 보면 그게 더 잘 된 일이려나요?

cyrus 2018-03-03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성, 흑인, 성소수자로 미국에 살면 3중 차별을 겪습니다. 성소수자끼리 서로를 혐오하는 상황도 생깁니다. 이런 여성이 처하게 되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교차성 페미니즘과 퀴어 이론이 필요합니다.

psyche 2018-03-04 11:21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이 그래서 어려운 거 같아요. 각 인종마다, 성적 지양성에 따라서 각자의 입자이 다르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다르니까요.

유부만두 2018-03-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양의 말에 백번 공감해요.

전 단편집은 읽다 말았고요
개인사 고백록? Hunger는 찜해놓았어요.

psyche 2018-03-04 11:22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그럼 정말 팔로우는 하지 말아야겠네.
단편집은 별로인가봐?
 

2월 세째주 월요일은 프레지던트 데이로 공휴일이다. 이 날은 원래 조지 워싱턴의 생일인 2월 22일을 기념하던 날인데 Uniform Monday Holiday Act (특정 공휴일을 월요일로 해서 삼일연휴를 만드는 법안)에 의해, 링컨의 생일인 2월12일과 합쳐져서 2월 세째주 월요일로 정하고, 프레지던트 데이가 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월요일뿐 아니라 그 전 주 금요일까지 학교수업이 없어서 나흘연휴가 되는데 올해는 마침 설날과 날짜가 겹쳤다. 그래서 나도 명절다운 명절을 보내기로 마음먹고 음식을 좀 했다.

갈비찜도 하고, 잡채에, 전도 빈대떡, 생선전, 산적(이건 아들녀석을 위해 파는 맨끝에 작게 넣고 햄과 맛살로만) 동그랑땡, 깻잎고기전까지. 


사진을 올리려고 보니 갈비찜 사진을 안찍었다. 무지무지 맛있게 되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후기만 남김.


우리 가족이 먹을 거니까 내맘대로, 양도 적당히 하니(내가 좋아하는 잡채만 많이) 혼자서 슬슬 드라마보면서 할 만 했다.

명절음식 만들면서 본 드라마는 (나 맨날 드라마만 보는 듯?) 두두둥 



한국에서는 배두나가 나와서 유명한 미드.


시즌1을 다 봤다. 앞부분에서 전개가 지루한 부분들이 있는데 중반이 넘어가면 속도가 붙어서 좀 나아진다. 

장점은 주인공의 절반이 백인이 아니라는 것. 8명 중에 동양인 2(인도사람도 동양인으로 쳐서), 흑인1, 멕시칸1. 거기에 게이와, 남자에서 여자로 전환한 트렌스젠더가 레즈비언. 이렇게 다양한 인종과,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나와서 함께 생각과 감정이 공유된다. 설정이나 내용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중간중간 민망한 장면이 엄청 많아서 혼자보다가도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게 됨. 왕좌의 게임에서 많이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이라... 누가 옆에 있을때는 헤드폰 필수. 

맘에 들었던 것은 배두나가 싸움을 너무 잘한다는 것. 거의 전투능력 탑중의 탑이다. 연약하고 순종적인 동양여성이 아니고 혼자서 갱단을 다 물리치는 실력이라니. 아 멋져라.

그리고 이경영, 이기찬, 윤여정, 명계남, 차인표, 마동석등 우리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나오는 데 다들 영어를 잘 한다! 배두나야 뭐 주인공이니까 당연하지만. 특히 이기찬 영어도 잘하고 연기도 잘해서 깜놀. 그래서 나를 돌아보며 또 우울해짐. 미국산게 얼마인데 왜 나는 영어를 못하지. RM은 미드 보면서 영어가 늘었다던데 나는 맨날 미드 보는 데 왜 영어가 안 늘까? 한글자막으로 봐서 그런가봐. 흑


암튼 중간중간 나오는 음악들이 좋았는데 그 중 하나



시즌3이 막대한 제작비로 인해 취소되고 던진 떡밥을 회수하라는 팬들의 요청에 2시간짜리 마무리 특별편을 방영할거라고 한다. 시즌2는 볼까말까 생각 중. 배두나가 문형사와 썸을 탄다고 해서 살짝 혹 하기는 함.


설날이야기 하다가 드라마 이야기만 잔뜩했네.

금요일 설날에 아이들도 학교를 안가고 하니 아침에 우리 마음대로 차례를 지냈다. 미국 와서 처음 해보는 거라 (나는 개신교집안에서 자라서 결혼전까지 차례를 지내본 적이 없다) 남편도 생각이 잘 안난다고 해서 그냥 우리 마음대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는 시간으로 만들었다. 그의 마음에 위로가 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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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2-18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기찬 보고 깜짝 놀랐었어요!

결국 지금은 내용도 다 까먹고 저 드라마를 ˝이기찬 드라마˝라고 부르는 지경입니다.....

psyche 2018-02-18 15:36   좋아요 0 | URL
그죠. 연기도 잘하지만 영어를 너무 잘하더라구요. 누군가 했네요

프레이야 2018-02-1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적이랑 비쥬얼이 좋아요. 맛나 보여요. 갈비찜도 그래서 사진도 못 찍고 다들 드셨겠지요 ㅎㅎ 복 많이 받으세요 ~^^

psyche 2018-02-19 09:45   좋아요 0 | URL
맛있다는 건 제 주장입니다만... ㅎㅎ 프레이야님도 명절 잘 지내셨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로 2018-02-1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프님은 미드의 여왕이십니다!! 저는 듣보잡인 드라마에요. ㅎㅎㅎㅎ 디스 이즈 어스도 아직 시작 못했어요. 엉엉엉
근데 센스8도 잼닐 것 같아요. 식스 센스 뭐 이런 식으로 센스8이라고 한 건가요?? 초능력 뭐 이런거??? ㅎㅎㅎㅎ
암튼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셨군요!!! 감동이에요, 프님!!!!!👍
음식도 프님처럼 단아하게 하셨네요. 맛있겠어요!!

psyche 2018-02-21 00:08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는 하는 드라마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알 수가 없더라구요. 저도 정보를 한국 사이트에서 알게 된답니다. 이건 꼭 보시라고 할 수는 없네요. 일단 앞부분 전개가 좀 느리구요. 제 생각에는 시즌을 오래 하려고 그렇게 한 거 같은데요.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맞춰지는게 시즌1 뒷부분이 되어야 알게 되거든요. 시즌2는 좀 더 속도가 날 거 같긴한데 모르겠어요.
미드 안보신거 많은데 이건 패스 하시구요. 디스 이즈 어스 보세요. 저 어제 밀린 거 한개 보면서 막 울었잖아요. ㅠ.ㅠ

유부만두 2018-02-20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끝난거네요, 센스8...너무 복잡하다고 남편이 그러긴 하던데..

전 컴버배치가 나왔다는 Hollow Crown, wars of roses를 구하는중이에요. 미국선 PBS로 방송했다는데 한국선 dvd가 7만원이 넘고요. ㅜ ㅜ 정작 봐도 그냥 뻔한 사극일텐데, 지난 주말에 연극 리차드3세를 보고 와서 너무 막 보고 싶거든요... 취미생활에 돈이 많이 드네요;;;;

psyche 2018-02-21 00:17   좋아요 0 | URL
시즌 1에서 막 펼쳐놓아서 그렇지. 그것보다는 민망한 장면들이 나한테는 투머치더라구. 뭘 말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뭐 저정도까지 보여 줘야 하나 싶었다는.

2018-02-21 0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들 명절 준비 하시길래 나도 덩달아 이 밤중에 빈대떡을 부쳤다.
이번에는 녹두까지 갈아서.
내가 만들어놓고 나혼자 맛있다고 밤 열시반에 냠냠 먹고있다.
내일은 잡채랑 전도 할까봐.

명절 준비 하시느라 다들 바쁘시죠? 서재친구분들 모두 행복한 명절 되시기를. 명절 스트레스는 아주 쬐끔만 받으시구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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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신 곳에서는 밤이군요. 여긴 지금 오후 3시반 정도예요.
저희집도 전부치고 있어요.^^

psyche 2018-02-15 15:38   좋아요 1 | URL
집집마다 지금 한창 전 부치고 있으실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덩달아 빈대떡 했네요 ㅎㅎ

라로 2018-02-1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에요!!! 너무 먹고 싶잖아요~~~~~!!ㅠㅠ
근데 맛있겠다~~~~🙄
근데 녹두도 있어요 집에??? 와우~~~ 😮

psyche 2018-02-15 16:45   좋아요 0 | URL
지금까지 먹었습니다 ㅎㅎ 이러니 배가 점점 더 나오죠 ㅜㅜ 아까 아침에 한국마켓가서 장봐왔어요. 설날 음식 좀 하려구요. 그러니까 녹두가 있죠.

단발머리 2018-02-1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있어 보여요~~
전 어제 재래시장에서 녹두전을
구입했고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ㅋㅋ
미국에서도 계속 고소한 냄새 솔솔
풍겨주세여~~~^^

psyche 2018-02-15 16:5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장에서 맛있는 거 살 수 있으면 사서 먹었을거에요. 한국마켓에서 파는게 비싸면서 맛은 없다보니...녹두 갈아서 한 거는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그래도 그렇게 하니 역시 맛있네요

유부만두 2018-02-1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기 ㅅㅇ 마켓 반찬들 정말 ㅠ ㅠ
재료나 양념 다 있는데 왜 그리 맛없는지 의문이에요.
그나저나 전 과로해서 팔이 아파요 ㅠ ㅠ

psyche 2018-02-18 02:14   좋아요 0 | URL
그래도 ㅅㅇ 이 나아. H 마트는 더 맛이 없다는...
명절지나고는 푹 쉬고 있지?

단발머리 2018-02-18 08:28   좋아요 0 | URL
맛없는 ㅅㅇ 마켓
1. 서양마켓
2. 소유마켓
3. 서울마켓

psyche 2018-02-18 15:40   좋아요 0 | URL
하하 세개 다 틀리셨습니다.
이건 맞출 수가 없어요. 우리나라랑 연관이 없어서. 시온 마켓이거든요.
돈 많이 벌어서 꽤 크게 확장했기 때문에 다른 동양인들도 많이 가는데도 다들 물어봐요. 한국이랑 시온이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 아무리 주인이 교회열심히 다닌다지만(그러니까 이름을 그렇게 지은거겠죠?) 시온마켓이라니.
 

UCSD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캠퍼스 곳곳에 스튜어트 콜렉션이라고 하는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설치되어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서도호의 Fallen Star.

2011년에 설치되어 2012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이 작품 설치할 때 뉴스에 나온 것을 흘낏 본 적이 있을 뿐 들어가서 볼 수 있는지도 몰랐다.


저렇게 건물 꼭대기에 비스듬하게 얹혀 있는 작은 집이 바로 Fallen Star



일반에게 공개되는 시간은 화, 목요일 11-2시까지. 

확인을 안 하고 갔었는데 마침 딱 시간이 맞았다. 사실 이날 슬슬 대학캠퍼스를 걸으면서 구경 할까 하고 나선 것이었는데 주차장에서 이곳까지 생각보다 가까웠기 때문에 그럼 우리 저기까지 걸어 올라갈까? 하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아 생각보다 7층은 멀었다 헥헥. 높은 빌딩 불 났을 때 소방관들이 계단으로 몇 십층씩 올라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힘을 냈다. 겨우 7층 올라가면서 너무 오바했나?  생각해보니 무릎도 안 좋은데 왜 나에게 이런 짓을 한 거야. 내려갈때는 꼭 엘리베이터 타야지


옥상으로 가니 정원에 집이 저렇게 비스듬히 있다. 그냥 집만 찍었더니 내가 삐뚜룸하게 찍은 것 처럼 보이고 집이 기울어진 것이 잘 안 드러나서 흉하지만 셀카찍는 내가 들어간 사진을 올린다. 기울어진 집이 딱 느껴지시죠? 10도 기울어진 것이라고 한다.




집 안이 기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 샹들리에



실내는 정말 집처럼 아늑하게 꾸며져있다. 구석구석 가족 사진들, 책, 작은소품들, 낡은 가구등



이 작품은 서도호 작가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고 한다. 새로운 환경에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적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곳에 들어가니 속이 울렁거리는 멀미가 느껴지고, 집의 제일 안쪽으로 들어갈 때는 괜스레 불안감이 몰려들어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어지러운 현기증에 의자에 잠시 앉아있었다. 

아, 이거였던가. 내가 처음 미국에 도착했었을 때 느꼈던 아찔한 현기증이.


이 작품에 대한 기사는 여기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20604000406


영어로 된 이 작품의 설명은 여기

http://stuartcollection.ucsd.edu/artist/su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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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15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네요!! 딱 그정도 기울어진!! 저 서도호 작가 왕 판인데(말만) 작품 보러 UCSD가봐야 겠어요!! 그런데 7층을 올라가시느라 정말 힘들었겠어요!!! 아이들이랑 다 같이 가셨나봐요?? 그래도 올라가신 후에 저렇게 파란 하늘에 왕구름 떠있는 것을 보니 다리 아픈 것도 다 잊으셨겠다. 멋져요!! 멋져!!!!
그리고 제목 죽이네요!!👍

psyche 2018-02-15 07:29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랑 간 거 아니구요. 친한 아줌마들이랑 갔어요. 아이들이면 절대 안 걸어가죠. 같이 가지도 않았겠지만 ㅎㅎ

라로 2018-02-15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달때는 비디오 안 보였는데 지금 비디오 보니까 저 집 안에 있는 초록 램프랑 러시아 인형 이름은 까먹었지만 그것도 저희 집에 있어요!! ㅎㅎㅎㅎ 꼭 가서 봐야겠어요!! 프님 너무 좋은 곳에 사셔~~~!! 저도 언젠가 그곳에서 살 수 있기를 고대하며....

psyche 2018-02-15 07:33   좋아요 0 | URL
올리고 보니 비디오 링크를 까먹어서 다시 넣었어요.
저 비디오 보면서 아 저런거 있었구나 했어요. 저 집안에서는 너무 멀미가 나서 제대로 못보겠더라구요. 계속 울렁울렁거렸어요. 주로 앉아 있다가 나왔다는.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 와서도 로비에 한참 앉아 있을 정도로 속이 안 좋더라구요. 나이 들수록 몸의 적응력이 떨어지는 걸까요?
암튼. 여기 살면 뭐해요. 맨날 집에서 뒹구는 걸요 ㅎㅎ. 저 작품도 설치된지 6년만에야 본거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18-02-15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저도 만약에 저 집에 들어간다면 현기증이 날 듯해요.
요즘따라 익숙치 않은 다른 환경에 속할때 속이 울렁거리거나 가슴이 뛰거나 뭐랄까? 좀 심리적 변화가 미세하게 일어나는 것 같더라구요.이 증상 뭐지?? 그러고 있답니다ㅋㅋ
암튼 덕분에 좋은 작품 구경했습니다.
저흰 곧 설이에요.
프시케님도 그곳에서 실감나지 않으시겠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yche 2018-02-15 08:17   좋아요 0 | URL
멀미가 엄청 나더라구요. 달팽이관이나 뭐 그런게 기울어져서 그런걸까요?
새로운 환경에 부딪힐때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운 그런 느낌을 이렇게 표현해내다니 역시 대단한 예술가인거 같아요.
책읽는 나무님도 명정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18-02-1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쁜 집인데 저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군요. 현기증이 생각보다 많이 나나봐요.
예술품도 찾아다니는 언니님! 그곳의 맑은 하늘이 부러워요. 여긴 안 추워지니 미세먼지 ㅜ ㅜ
전감 늘어놓고 들어왓어요. 내일은 설날.......도망가고싶어요...

psyche 2018-02-15 10:08   좋아요 0 | URL
예술품을 찾아다닐리가... 나 게으른 거 알면서... 사람들이 같이 걷자고 가자고 해서 끌려나갔다가 보게 된거지. ㅎㅎ
이것에 대해 좀 알고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다시 가기는 두렵네. 엄청 속이 울렁거렸거든.

서니데이 2018-02-15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syche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yche 2018-02-15 15:37   좋아요 1 | URL
여기는 설날이 휴일이 아닌데요 어쩌다 올해 다른 휴일과 겹쳤네요. 서니데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