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초반 한두번 경험삼아 가 본 나이트 클럽에서, 12시가 다가오니,
슬슬 영업 끝나가니 모두들 집으로 가라는
뜻인지 이노래가 흘러나왔다.  처음듣는 그 순간, 가수가 아주 노래를 잘하는구나.
목소리가 좋구나....마음에 들었다. 하여, 다음날
노래 제목이 궁금했던 나는 친구들에게 이 노래의 일부분을 들려주며  제목을 수소문 했던바,
김태화의 '안녕'이었다.

.......

세월이 흘러 이 노래를 거의 20년만에 다시 듣게 되었다. 하여, 뜬금없이 김대중 대통령
추모곡으로 올리고 싶어졌다. 이 노래를 김대중 대통령이 희호여사님에게
불러준다 생각하면서 들으면 나름 어울리는듯....
친구집에 놀러가있던 상황에서 비보를 접했고 디제이 선생님 생각하며 이노래를 샀었기에 ....
시간이 지나도 올려본다. (크, 알라딘은 노래 서비스가 안되었지...)

영결식에 꼭 참석할것이라 두루두루  퍼트렸는데 막상 그렇게 퍼트리고 나면
못 갈 상황이 되고 마는지.... 벋뜨, 오프라인 영결식엔 못갔지만 
티비로 보며 하루 종일 님의 삶을 엿 보았다.

그런 분과 동시대를 살수 있었던 것이 넘 고맙다. 서양사람들은 '벌써부터' 아시아의 지도자 하면
등소평, 리콴유(싱가폴), 그리고 김대중을 꼽았다는데... 우리만 그걸 모르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석달간 보여준 그 불꽃같은 삶은 두고두고 감동이네요. 님이 돌아가시고 저는
큰약속은 못하고 일기만은 매일 꼬박꼬박 써야지 다짐했답니다.

그리고 일기는 눈 밝을 때나 쓰는 것인가 했는데 님 덕분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써야 하는
것인가를 새삼 알았습니다.
'일기'는 당신이 남긴 유산 중 가장 소박했지만 신선했습니다.^^  영면하시길....^^

..............


추모를 말하다 웬 영화?

다소 뜬금없지만 올해 본 영화 목록이다.^^ 대부분 개봉관 영화이고 뒷부분 몇개는 요며칠 빌려본 비됴이다.
한비야 씨가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일년에 100권읽자고 하던데...
일년에 100권 읽는 것이 힘들면 영화 100편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이 가을, 좋은 영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옛날엔 영화 없이 어떻게 살았는지...

올해 본 영화 목록

1.발키리
2.피아노, 솔로
3.비발디
4.워낭소리
5.체인질링
6.벤자빈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7.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8.작전
9.인터네셔널
10.다우트

11.프로스트 엔 닉슨
12.뉴욕은 언제나 사랑중
13.시크릿윈도우
14.다크나이트
15.다크맨
16.그랜토리노
17.더 리더
18.용의자 엑스의 헌신
19.내남자의 여자도 좋아
20.더블스파이

21.매란방
22.박쥐
23.스테이트 오브 플레이
24.천사와 악마
25.잘알지도 못하면서
26.똥파리
27.이브닝
28.7급공무원
29.마더
30.하몽하몽

31.모넬라
32.사랑에 눈뜨다.
33.거북이 달린다
34.3XFTM
35.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곳
36.팰햄123
37.여고괴담5
38.언노운 우먼
39.세비지 그레이스
40.국가대표

41.해운대
42.야스쿠니,
43.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44.애니 레보비츠
45.세라핀
46.퍼블릭 에너미
47.코코샤넬
48.프로포즈
49.나없는 내인생
50.ps. 아이러브유

51.저스트 프랜드
52.브로크 타운 팰리스
53.봄의눈
54.케이트 엔 레오폴드
55.프랙티컬 매직
56.가출부모

........

시간적으로 가까운 것이라 그런지 지금 내 뇌리속엔 며칠전에 본 <나없는 내인생>의
사라폴리의 처연한 눈빛과,
<코코샤넬>의 마지막 장면, 즉, 코코가 계단에 주저앉아 짓던 망연한 표정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

다른 영화들도 장담컨데 5분의 4는 다 좋은 영화들이었다.

가을.
춘정은 몰라도 추정은 끄덕없었는데 친구가 가을을 타네 어쩌나 문자질을 해서 나도 옮았다.
정말 계절은 아름답고 눈부신데 아짐들의 가심에는 어이하여 허무만이 가득차는지....ㅎㅎ
특히나, 며칠전 은행 잡지에서 읽은, 동료를 히말라야에서 잃은 김재수 대장의

'허무하고 허무하고 허무하다' 는  신종플루처럼 내 맘에 번져 버렸다.

......

(워매, 엄살이 좀 심했나.^^)

아무튼, 모두들 좋은 가을 보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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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9-10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2개 겹쳐요.^^
폭설님 우리 같이 가을맞이 엄살 한번 부려볼까요.ㅎㅎ

2009-09-13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4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광복절 전후로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가시는군요. 영면하소서...
마음속에 방하나 내 드릴께요...........

잊지 않을께요.........................................................................................................................
 


'진리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준 사람'                -김동렬-

큰 고통입니다. 예견된 이별이어서 더 아픈가 봅니다. 몸살이 나려고 합니다. 열 시간째 자판 위에 손가락만 올려놓고 글자 한 자를 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나는 참 많은 것을 님으로부터 얻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를 때 님은 내게 밤 하늘의 별처럼 신비한 존재였습니다. 세상사람들의 사나운 눈초리 속에서 남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듯이 님을 가슴 한 구석에 감추었고 산책길을 걸으며 혼자 싱글거렸습니다.

내가 살던 그곳 사람들은 알지못할 언어로 님을 저주했고 나는 홀로 -세상 모두로부터 버림받은- 님편에 서서 님을 독점한듯이 즐거워했습니다. 세상사람들이 님을 버렸으므로 나 역시 돌아앉아 그 세상을 버렸습니다.

님이 다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을 때 나 역시 사람들 속으로 돌아왔습니다. 흥사단 4층 강당에서의 강연부터 열번쯤 따라다녔던 연설회. 그 와중에 백골단에 잡혀서 관악서에서 경찰서 유치장 경험.

87년 단일화.. 나는 일관되게 님을 지지했고 지금에와서 님의 결정이 옳았음이 밝혀진 것을 저의 큰 명예로 알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가는 길은 결코 독재자 1인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군부세력만 물리치면 자동으로 민주주의가 되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는 인간과 비인간의 투쟁입니다. 그 투쟁은 순전히 내 안에서 일어납니다. 내 안의 인간성과 야만성의 싸움입니다.

협력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참된 용기와 간단하게 약자를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문제를 회피하려는 내안의 비겁과의 싸움. 민주의 본질을 밝혀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의 정통성있는 계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영삼들은 정통성 있는 민주의 길에 서 있지 않았습니다. 참된 그것은 보편적인 인류 양심의 편에 서는 것, 역사의 편에 서는 것, 진리의 편에 서는 것, 신의 편에 서는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의 좌표를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님의 언어를 좋아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런 저런 사실을 두고 옳다 그르다 말들 하지만 대략 바보같은 짓입니다. 노무현님 유서 한 줄을 보고 판단이 안 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말이라는 것을 내뱉을 자격이 없듯이.

님의 연설 한 마디를 듣고도 판단이 안 선다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정치를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절대로 속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이 가려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것을 포착하는 눈을 얻은 사람과 얻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잘잘못을 논하려 하지만 어리석은 일. 민주로 가는 길은 혼자 가는 길이 아니며, 님의 과업은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일 뿐,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과 결정 안에 옳고 그름이 있지 않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의 총합을 끌어내었는가가 중요할 뿐입니다. 이건 옳고 저건 그르다는 식의 말은 필요없습니다. 다만 님 외에 사람이라곤 없었을 뿐입니다. 내가 애타게 사람을 찾을 때 님이 홀로 우뚝했습니다.

내가 고립되어 있지 않고 별처럼 빛나는 인류 지성들과 닿아있다는 인식. 내가 보편적인 인류양심의 편, 진리의 편, 역사의 편, 신의 편에 서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나는 님으로부터 참 많은 것을 얻었지만 나는 아직 내가 얻은 것을 어떻게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님은 한국의 21세기를 설계했고 그 설계는 신의 계획 안에 있는 것이었다고 나는 증언할 것입니다.

http://gujoron.com



김동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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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즐거운 인생>(2007)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2007) 그리고 <고고70>(2008)을 거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오빠밴드'를 보면 요즘은 락 밴드가 대세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십 대 남자들이 먼저 밴드에 불을 당긴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중년들이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밴드이기에 영화가 나온 것일까.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이 영화들이 중년 남성들이 느끼는 상실감을 음악으로나마 보상해주었고 다수의 남성들이 공감했음에는 이론이 없을 듯하다.

 

개인적으론 특히 이중 '오빠밴드'를 한번 보고는 첫눈에 팬이 되고 말았다. 유영석의 물결 치는 피아노 솜씨, 탁재훈의 깐죽거림, 신동엽의 너무도 버거워 보이는 기타, 그리고 무엇보다 '김정모'라는 처음 보는 젊은 친구의 이 악기 저 악기를 넘나드는 풍경은 단 몇 초만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고 말았다.

 

모르긴 해도 이 프로 대박일세. 하여 일요일 저녁이면 '본방사수'하려고 몇 번이고 주문을 하곤 한다. '오빠밴드 나오면 날 불러 줘.' <베토벤 바이러스> 후 배우 박철민은 그 드라마로 인해 음악이 자신에게 들어왔다고 하던데 나는 '오빠밴드'로 인해 밴드를 새로 이해하게 되었다.

 

나이 마흔 줄, 잊었던 드럼에 다시 손을 대다

 

우리 집 남자는 사실 이미 밴드에 감염되어 있었다. 평소 흘려들었던, '왕년에 밴드 활동 좀 한' 사연은 위에 언급한 영화들로 인해 다시 추억되었다가, 급기야 지난해 가을에는 밴드 동아리에 회원가입을 하였고 지금까지 열심히 다니고 있다. 젊은 날 접은 꿈이 뒤늦게 현재진행형이 된 것이었다.

 

남편은 밴드 중에서도 '드럼'인데, 드럼을 무슨 재미로 치나 했는데 오빠밴드의 김정모의 솜씨를 보고나니 '드럼은 밴드의 척추'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김정모의 반의 반의 반이라도 흉내 내고 싶은 게 고소원이나 그게 안 되니 중년의 드러머는 한숨이 절로 나오나 보았다.

 

한숨이 나올 법도 한 게 드럼도 알고 보니 그냥 무작정 두드리면 되는 게 아니었다. 책 한권 가득한 리듬들에는 쉬운 것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까다로운 리듬도 상당히 많아 보였다.

 

그러하기에 드럼도 잘하려면 10대나 20대 초반부터 해야 제대로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피아노의 경우 지 아무리 복잡해도 왼손 오른손의 주고받음일 뿐이지만 드럼의 경우 두 손 두 발 즉, 때론 네 개가 따로 놀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배우는 입장에서는 머리에 쥐가 나는 게 당연하였고, 왼손의 힘을 기른다며 오른손잡이인 남편은 밴드 동아리 가입 후 지금까지 줄곧 왼손으로 수저질을 하고 있다.

 

직장인으로서 밴드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을 텐데…. 무엇보다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들이 하나의 곡을 향하여 서로의 개성을 죽이고 화합한다는 것이 신기하여 음악보다 그게 더 놀랍다고 하였더니.

 

"곡목 선정을 함에 있어 드럼 치는 사람은 이왕이면 드럼이 튀는 곡을 하고 싶고, 노래하는 사람은 노래가 튀는 곡을, 기타 치는 사람은 기타가 튀는 곡을 하고 싶어 하지."

 

"그럼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해?"

 

"서로 타협을 하는 거지. 그리고 서로의 이해를 두루두루 충족 시켜줄 수 있는 곡을 선정하기도 하고… 아무튼, 노래 한곡 무대에 올리는 일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야."

 

아닌 게 아니라 남편의 경우 곡하나 무대에 올리는데 얼추 일 년이 걸린다 하겠다. 다음 달에야 첫 무대에 선다고 하니. 남편이 속한 밴드가 연습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나는 새삼스레 송골매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그 노래가 그렇게 어려울 줄이야. 송골매뿐만 아니라 밴드 음악 하는 사람들 전부 다 대단하게 보였다. 어렵다해도 대중음악이니 만큼 클래식 음악보다는 훨씬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다들 나름 경지에 올라야 그렇게 칠 수 있는 것이었구나.

 

아무튼, 오빠밴드도 남편밴드도 잘 되길 빈다. 때론 프로보다 아마추어들이 자기만족을 더 느낄 수도 있으니 늦었다 생각말고 이참에 밴드에 관심이 있는 중년들은 저마다 한번 시도해 보심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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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컨디션'이라는 그룹(?)듀엣(?)의 'we believe' 란 곡인데 알라딘에는 

음악이 안 되어서 가사만 올린다. 가사는 한편의 시로도 손색이 없는듯~~ 아름다운 사람이  

가니 모든 영역의 예술이 동시에 저마다 수준이 높아진다고나....

 

5월 어느 토요일 잠결의 뉴스
믿을수없는 이야기
아름답던 그사람 볼 수 없다는
저만치 떠나갔다는

바람만 슬피 울고
아무 대답도 없어
밝은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미쳐버린 세상에 산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죠
하지만 난 당신을 가슴에 담고
그렇게 버텨 갈께요.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we believe forever
we believe in you

멀리서겠지만 가끔 그렇게
우릴 지켜봐줘요
밝은해가 뜨는 그날이 오면
우리 다시 만나요.

이젠 모두 잊고 편히 쉬세요
우린 당신을 믿어요
우린 당신을 믿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49재. 친구와 진영역에서 만났다. 너는 상행선 나는 하행선. 혹시나 해서 전날 대구사는 39살(너무 많나?) 조카에게 갈거냐고 물으니 선뜻 간다고 하여 아침기차에서 만났다. 그렇게 셋이서 안장식을 하기전 세시간 동안 '찌라씨들'이 골프장이라 명명했던 못 둑(알고보니) 아래 잔디 밭에서 입술이 부르트도록 이바구를 하였다.

하얀나비도 한마리 오래도록 잔디밭 곳곳을 날아다녔다.

조카가 말했다.

"이모, 나는 시가 좋은지 몰랐는데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고 나서 시가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어. 그 몇 줄이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찡하게 만드는줄 이번에 알았어. 해서, 서점에 가서 특히 나에게 감동을 준 추모시를 쓴 시인의 시집을 찾아보기도 했어."

왜 아니랴. 나도 평소 시 보다는 산문이 좋았는데 이번에 시가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파고 들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어디 시 뿐이랴. 그림도, 노래도, 만화도, 하다 못해 현수막 글귀도 .... 다 저마다 아름다웠다.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이렇게 여기서 만나자."

"그래..^^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가 그를 잊지 않는 한 그는 돌아가도 돌아간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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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핸가 ‘모건 프리먼’ 주연으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가 만들어 진다는 뉴스를 보고, 기시감을 느꼈다. 믿거나 말거나 좌우지간 나는 상상했었다. 몇 년 전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자서전(두레출판사간행)을 읽으며 이 보다 더한 시나리오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내 마음대로 만델라 대통령 역엔 망설임 없이 모건 프리먼을 찍었었다. 두고 보자 하면서...ㅎㅎ.

그의 어린 시절에서 보여 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부족 전통, 흑백 분리정책에 저항하다 감옥에 잡혀간 그와 수많은 아프리카민족회의 사람들, 그곳에서 고문과 강제 노역을 당하며 27년 6개월의 감옥살이, 그 후 극적으로 대통령이 되고 세계의 지도자 반열에 오르는 것 등에서 보자면 드라마도 이런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뿐인가, 사소하게는 남의 입질에 오르내리기 좋으나 영화소재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어려울 때 감옥 밖에서 함께 투쟁해준 재혼한 아내와 헤어지고 또다시 역시 어려울 때 도와준 이웃나라 여자 대통령과 ‘삼혼’ 하는 등 노익장도 그런 노익장이 없으렸다. 현재 93세. 그가 돌아가고 난 다음 영화를 만들어도 좋겠지만 그의 살아생전 영화를 만들어 그에게 느낌을 물어봐도 나쁘지 않을 터, 암만.

아무튼, 나는 지금 이제나 저제나 만델라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 개봉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내년 여름쯤? 아니면 가을? 생각만 해도 설레어 진다.

이희호, 김대중의 삶도 만델라 못잖아

7월 2일자 (한겨레)신문 ‘왜냐면’에서 박영환 민족문제 연구소 고문은 <백범일지>를 읽고 나서 김구 선생께 매료되어 선생이 돌아가셨을 때는 ‘졸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 그 대목에 손뼉을 치며 공감한 것은 나또한 <백범일지>를 읽고 선생에게 반했기 때문이었다.

‘훌륭한 사람은 단 한권의 진솔한 기록만으로도 읽는 이의 마음을 통째로 빼앗는구나.’

잠시 옆길로 새는 감이 있으나, 단 한권의 책으로 타자를 사로잡는 사람을 한사람 더 소개하자면 그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노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시절일 때 나는 <여보 나좀 도와줘>(도서출판 새터)를 읽고 이 사람은 진짜 믿어도 되겠구나 생각했었다.

내가 쉽게 경도 되는 사람인가 하면, 그렇지 않음을 증명할 말을 며칠 전에 들었다. 임 떠나고 뒤늦게 부랴부랴 <여보, 나 좀 도와줘>의 책장을 넘긴 이웃 지인이 독서 소감을 말하였던바.

‘이분은 너무 진실해서 나도 예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때부터 그를 좋아했을 거야. 나만이 아니라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이분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 좀 더 일찍부터 좋아하지 못한 게 한이야. 이분 친구도 너무 멋있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희호 김대중. 솔직히 이 두 분. 별 ‘찌릿한’ 감정은 없이 그저 ‘현대사의 파고와 더불어 역사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하나, 6.15 선언이 채택 되던 해의 그 순안공항에서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말 믿음직스럽고, 눈부시고, 존경스러웠다. 나는 그가 너무도 큰일을 해내었기에 TV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나, 그 후론 다시 역사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을 뿐 김구선생에게서 느낀 노무현에게서 느낀 생각만 해도 심장이 ‘짠’해지는 그런 감정(?)은 없었다. 광주의 원흉을 풀어주고, 박정희 기념관을 세우자는 유화적인 자세는 못 마땅하다 못해 속에서 천불이 났다.(그러나,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그런 제의를 하셨을까. 그가 ‘전’을 풀어주고 ‘박’을 기념하자 말하도록 무식 충만했던 우리의 죄가 더 컸다, 알고 보니.)

그랬는데.... 뒤늦게 이희호 여사의 자서전 <동행>(웅진지식하우스)을 읽고 나는, 이 부부에게 완전 홀딱 반하였다. 이희호 여사는 좋은 가문, 좋은 학벌에다 영부인 까지 하였으니 그 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으랴 싶었는데 세상에나 영광은 잠깐이요 고난은 백조다리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일본의 한 언론인이 김대중은 이희호가 있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하였다는데 정말이었다.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대통령을 위하여 그토록 헌신한줄 나는 몰랐다.

희호여사의 표정이 무덤덤하잖은가. 그리고 강인해 보이기도 하고. 때문에 고통이 크다 해도 그리 큰 줄 몰랐다. 그 많은 옥바라지와 연금생활, 망명생활 그리고 한 발만 늦었어도 바다에 수장될 뻔 했던 중앙정보부에 의한 납치사건 등 두 분은 그 험난한 길을 어찌 다 겪고 이겨냈는지....

김대중 대통령이 동물과 식물을 무척 아끼고 잘 돌봤다는 얘기와 정치인이기에 앞서 항상 책을 가까이 하며 사색하고 토론하는 ‘학자적 품성’이 몸에 밴 남자였음을 알게 된 것은 과외의 소득이었다.(나는 그냥 닥치는 대로 책을 많이 읽는 남자로만...) 
 

결론은,

이들의 얘기는 영화 한편으로는 부족하고 해마다 한편씩 찍어내도 소재는 무궁무진 할 것이다. 나찌 영화만 해마다 우려먹으란 법이 있나. 만델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얘기도 우리현대사와 김대중의 얘기도 몇 번을 우려먹어도 국물은 여전히 진할 것이다.

나는 벌써 김대중 대통령 부부 역으로 누가 어울릴까 배우를 고르고 있다. 내 꿈이 언제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언젠가는 이뤄지리라 믿는다. 기왕 이뤄 질 거면 만델라 대통령의 경우처럼 김대중 대통령 살아생전에 만들어져서 당사자에게 소감을 물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텐데...

‘우생순’의 신화를 만들었던 핸드볼 임 감독도 영화 끝나고 자막 올라갈 때 한 말씀 하던데, 이희호 김대중도 그들의 영화 끝 그 장면에서 한 말씀 덧붙인다면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아마, 세계인들이 더 환영하지 않을까. 우린 만델라에게는 사심 없는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안의 보석엔 너무 무심한 것 같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시절 두 번이나 우리나라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아마 두 분은 만나서 ‘당신 팔자나 내 팔자나, 우린 어찌 그리 징한 팔자를 타고 났을까. 그러나 후회는 없어.’ 하며 서로 농담을 주고받지는 않았는지.

마무리...

언젠가 들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인가 4시간씩 신장 투석을 받으신다고 하였는데..... 요즘처럼 사회적 문제 들이 연일 터질 때면 김 전 대통령의 안부가 먼저 걱정되곤 한다. 세상이 거꾸로 굴러가도 당신 몸만 챙기시고 그저 오래사시기를 빌어보는데, 워매, 낼 모래 아흔을 목전에 둔 이 늙은 오빠는 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그 누구보다 선명한 혜안으로 조언해 주시는데 그 형형한 청년 정신이라니,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 해. 
 

그의 조언들이 현실정치에 부디 반영되어 헝클어진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나라 살림살이 또한 제 궤도에 오르길 빌어 본다.

그러니, 결론이 뭐냐고요? 결론은 두 가지. 하나. 헐리웃이 만델라 전기 영화 찍고 있으면 우리나라 감독들은 최소한 김대중 전기 영화 시나리오만이라도 쓰고 있으라. 둘. 역사에 길이 남을 멋있는 사람들은 단 한권의 책으로도 읽는 이를 ‘확’ 잡아끈다, 머 이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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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쉽게 읽는 백범일지
김구 지음, 도진순 엮음 / 돌베개 / 2005년 11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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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29,800원 → 26,820원(10%할인) / 마일리지 1,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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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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