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공황전야 (확장판) - 한국경제의 파국을 대비하라
서지우 지음 / 지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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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 우리나라는 국민 전체가 부동산투기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직접 투기에 뛰어든 사람, 기회를 노리며 구경한 사람, 투기에 뛰어들 돈이 없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며 툴툴거린 사람 세 종류로 나뉠 것이다.
 

내 경우, 아파트 값이 뛴다는 소식이 들릴 때 마다 남편에게 구박을 받았다. 요는, 내가 협조를 안 해주기에 매번 물 좋은 아파트를 놓친다는 것이었다. 융자도 싫고 집에 너무 많은 돈이 묶여 생활이 쪼들리는 것도 싫고....등등 나름 이유가 있었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요새 융자 안 끼고 집사는 사람 어디 있으며 설사 집에 돈이 묵인들 그 집이 어디가나.

 

결론은, 막차를 탈 생각도 없었지만 만약 막차를 탔더라면 정말 큰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엔 주공과 민간 두 곳, 즉 세 곳의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좁은 평형의 주공만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두 곳은? 한 곳은 중대형 500세대인데 50채 분양율로 집을 짓다가 중단한 상태이고 또 한 곳 역시 중대형 1500세대인데 낮은 분양율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사 관계자가 입주자들의 계약금을 횡령한 사건이 터져 뉴스에 오르내리니 지붕 올리고 창문 달 일이 까마득해 보인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소위 ‘다복회’와 ‘조희팔의 다단계’는 일부가 얽혔지만 ‘부동산 담보 대출’은 전국의 새 아파트 수만큼 얽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바. 이 암울한 경제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현 경제 위기는 ‘금융위기’

 

서지우의 <공황전야>(지안)는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쉽고도 적확하게 설명해준다. 저자에 의하면 현 경제 위기는 외환위기가 아닌 ‘금융위기’이고 그것은 많은 부분 ‘은행과 건설사가 합작하여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국의 수많은 반반한 땅과 또, 산을 깔아뭉개고 그토록 많은 아파트를 지어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알고 보니 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쉽게 말하면, 은행이 ‘물주’로서 건설사와 청약자 양쪽 모두에게 돈을 빌려주어 아파트가 올라가게 뒤에서 조종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은행들은 땅 살 돈이 없는 시행사에 땅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빌려주면서 대신 청약자들의 중도금과 잔금을 자신들의 은행에서만 대출 할 수 있게 독점 계약’하도록 요구하였다. 이때 청약자에겐 청약자의 부동산을 담보(=모기지)로 대출을 해 주기 때문에 떼일 염려가 거의 없기에 ‘BIS 자기자본비율’도 어기고 외국돈 까지 빌려 대출을 해주었다.

 

때문에 정석으로 하자면 예금대비 대출비율(예대율)이 80~90%가 정상인데 투기에 눈이 멀어 그 비율을 훨씬 넘고 말아 이 사태가 왔다는 것이다.

 

즉, 이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 은행 예대율이,

2004년........ 100%

2006년........ 110%

2008년 현재........ 141%라고 한다.

 

이에 반해, 일본은 예대율이 약 77%, 아시아 평균은 88%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1997년 IMF 구제 금융을 받던 시기엔 예대율이 100~110%이었다고 한다. 예대율 하나만 보더라도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공포의 사실이고 이 예대율을 정상수준으로 돌리지 못하는 한 은행의 파산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 파산하면 그 기업(99년 대우그룹)만 망하지만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그 파장은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어 상상이상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1930년대 공황도 실은 은행 파산 때문이었는데 2008년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80%가 부실화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다니 그 잠재된 폭발력을 생각자니 소름이 끼친다.

 

그렇다면 금융위기의 해법은?

 

저자는 이러한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먼저 ‘고금리 정책을 통한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주문하였다.

 

"....단기간의 고금리 처방은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과도한 예대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고금리가 몇 달 동안만 유지 되도 예금은 급속도로 들어오게 되고 대출은 급속도로 줄어들게 되니 예대율 문제는 몇 달 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고금리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업종은 건설업, 그 다음이 음식료업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전자, 자동차, 제철, 중공업, 기계, 화학 등 일반 산업 부분의 경우는 정부의 발표대로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으며, 워낙 부채비율이 낮아 고금리에도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현금 흐름이 양호한 편이다."(본문 371~372쪽)

 

물론 고금리로 가자면 이해가 많이 걸린 가계대출자와 기업들은 당장 아우성 일 테지만 문제는 지금의 은행상황이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척동자가 봐도 예대율이 141%인데 무슨 돈이 있어 대출을 해주겠는가. 때문에 저자는 우선 고금리로 예금을 받아 즉, 유동성을 확보하여 정말 살아날 기업에만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위기상황. 그러나 분명 길은 있을 것이다. 10년 전에는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도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고금리정책, 벤처기업육성 등)을 개척하여 무사히 그 위기를 탈출하였다. 때문에 지금은 그때의 그 지혜를 복기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고 또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정책을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을 텐데 일단 부동산 값은 유지하고 보자는 이기심이 일을 그르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는 앞서 얘기한 대로 고금리정책을 통한 은행 건전성 확보 후, 제일 먼저 ‘IT와 에너지관련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통한 기술혁신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신상품개발, 새로운 산업창출, (4대강 물길 정비인지 뭔지가 아닌) 공공서비스부분 확충으로 일자리를 만들 것' 등의 해법을 제시하였는데 지극히 타당해 보이는 이 해법들을 정책당국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무리

 

끝으로, 이 책은 나처럼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초보에게는 아주 친절한 경제학 입문서이다. 쉬운 설명으로, 한국경제 전반의 흐름과 1929년 대공황부터 1990년 일본 부동산거품 붕괴의 역사는 물론, 현재의 미국 경제 위기가 왜 세계경제 위기가 되었는지 소상히 파헤쳐주기에 무척 흥미롭다

 

하여간,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 주식, 무 펀드, 무담보대출이라는 ‘3무’를 가진 자가 아닐까 싶은데 ‘3무’가 아닌 ‘3유’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모두가 알 것인데 그 눔의 '본전' 생각에 망설이다 계속 미끄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난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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