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를 보았다. 어쩐일인지 여성관객이 10중 9였다. 내가 사는 지역만 그런게
아니라 라디오를 들으니 다른 동네도 여성관객이 압도적인가 보았다.
사람 생각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ㅎㅎ

온라인에서 책을 살까말까하다 늘 말았다. 다른 사고 싶은 책들도 많은데 연애가 웬말이냐 하면서....


그것도 썩 당기는 연애조합도 아니고 말이다. 십대와 칠십대라니...
20대와 60대라면 또 모르겠다..... 그랬는데, 서점에 직접가서 <은교>를 보니 생각보다
책이  두꺼웠고 작가의 사유가 묻어나는 책 같았다.
해서 다음번엔 꼭 사서 읽어봐야지 했다.

아무튼, 책을 읽지 않고서 영화를 본소감.
매번 8시간 걸리는 분장을 80번이나 감내했다는 선전이 가장 호기심을 일게 했는데
영화에서는 그 노고가 그렇게 찡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해피엔드>와 <사랑니>를 만든 감독이라는데 사랑니는 못 봐서 모르겠고
해피엔드는? 바람의 추이를 나름 잘 그렸다고 본다. 특히 바람이 들켜서 남편에 의해 쥐도새도 모르게
죽게 되는 것은 10여년전(?) 당시 남편들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인가? ㅎㅎ
지금이라면 그런식의 응징을 결말로 내지는 못할것이다.
아무리 바람난 마누라가 미워도 아이의 엄마를 죽이면 어떡한단 말인가.

영화로 돌아와서, 나는 영화를 엉뚱한 시선으로 봤다. 이적요시인의 고독은 이해하겠다.
언젠가 김홍신씨가 김미화의 <여러분>인가 에서 그랬다.
해가뜨면 괜찮은데 해가지고 나면 고독이 사무친다고 했다.
정말 죽고못사는 연애소설을 마지막으로 써보고 싶다고도 했다.

다른사람도 아니고 작가, 정치인으로 사회적 성공도 하신분이
본인이 원한다면 친구도 몇트럭 되실 분이 '고독'을 가장 감내하기 힘들어하다니
의외였다.

한편으론 어쩌면 많은 것을 가졌던 적이 있기에 그만큼 고독의 무게 또한 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적요 시인도 마찬가지... 그러나 적요시인의 생활태도를 보니
고독할수 밖에..^^

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 왜 젊은 제자를 파출부처럼 부려먹나.
일주일에 몇번 파출부를 부를 것이지.


제자가 찾아오면 자기가 차를 끓이고 된장을 끓여줘야지 왜 제자에게 시키는지...그게 바로
고독을 부르는 생활방식.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는 것 아닌가. 문학모임에 가서는
선생님 소리 들으며 대접받는대나 익숙하고( 영화는 그런 원로들의 행태를 풍자했다는 생각도 들었...)
계속 그럴거면 갈수록 고독을 벗어날수 없으리.

영화의 결말도 꼭 그렇게 치정스럽게 흘러야 되나. 인간의 욕망이 조악하긴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닌 대시인 이적요 아닌가.  화가 마네처럼 동생의 마눌로 천거하며
평생 그 재능을 키워주면서 조금 음침하게 바라볼수는 없었나.~ ㅋㅋ


(여기서 잠깐..)

<법륜스님이 말하는 남자들의 현명한 노후생활 비법>

얻어먹지 말고 직접 해먹어라. 해줘라.

얻어먹는 순간 갑자기 확 늙는다. 마눌은 마눌대로 진드기처럼 삼세끼 꼬박 얻어먹는
남편 너무 끔찍하다. 벗어나고 싶어진다. 웬수가 따로없다. 얻어먹을 생각하지 말고
아침에 일찍 눈 뜨면 남편 스스로 밥해서 마누라 먹게해라. 청소기도 돌리고...ㅎㅎ
그러면 마누라 잔소리 할일 없어지고 무엇보다 당사자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 상쾌해진 기분으로 등산을 갈수도 친구를 만날수도 집에서 책을 볼수도...
마눌에게는 친구 만나고 오라고 등 떠밀어주고....즉, 능동적으로 사시라.
먼저 베풀고 사시라.~

(30년 동안 벌어다 줬는데 하루 아침에 찬밥신세냐 하며 울어봐야 남자만 손해~
요는, 마눌하게 아부하라는게 아니라 . 인간은 먹고, 싸고, 치우는 일을 스스로 할때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이 생긴다고. 그것을 남에게 맡길때 구차해진다고.
상대가 지겨워 한다고.)

법정스님 평생 혼자 살아도 궁상스럽지 않았던 것은 바로 그런이유!
할머니들이 영감죽고 10년씩 더 살아도 끄덕없는 것은 바로 소소한 일상생활을
스스로 하기 때문~ 남자들은 안돼, 체념하지 말고 미리미리 연습을~
참고로 서구에서는 먼저 일어나는 사람이 아침밥을 한다는...~

아무튼, 은교, 좀 다른 식으로 전개를 했더라면....
각자 결핍의 결과일뿐. 결핍의 해결이 겨우 그건가. 공감은 안가.
세계보편 노인에게 찾아오는 노년의 고독과 욕망이 아니라,
대한민국 남자들의 노년에나 일어날수 있는,
일상생활을 할줄 몰라 생긴 마음의 종기에 다름아니라...ㅎㅎ

특히 이 병은 잘난 남자로 살던 사람이 늙으면 발병하기 더 쉬우니  급주의.~

리처드 테일러의 <결혼하면 사랑일까: 불륜에 숨겨진 부부관계의 진실>
에 대한 한겨레21, 908호 남은주 기자의 기사에서 남기자가 인용한
정신분석가 이승욱씨의 말을 재인용하자면,

욕망이 다가가는 지점이 나의 결핍을 드러낸다.
마음을 끄는 대상을 만나면 ,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지적이고 따뜻한 여성에게 꽂혔다면,
그 여자가 아니라 내게 결핍된 지성과 따뜻함을 욕망한다는 신호다.


내가 지적이고 섬세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을 통해 내 결핍을 손쉽게 채우려고 하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사랑해봤자 다른 사람의 특성은 내 것이 아니다.
허전한 나머지 욕망의 대상을 옮겨다니기도 한다.


여태껏 내가 잘 사용해오지 않던 씨앗 상태로 남아있는
내 안의 가능성을 꽃피우려는 것,
이게 정신분석학적으로 외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지 않을까.

결론은 이 적요 선생도, 은교도, 서지우도 타인을 통해 결핍을 채우지 말고
자기를 채워라, 뭐 이런~
적요선생은 당장 아령이라도 들어서 젊음을 조금이라도 더 찾아 은교말고
10~15년 연하의 자신을 흠모하는 제자나 팬을 일주일 한두번
파출부겸 연인으로 들이심이 현실적~ㅋㅋ

제일 좋은 것은 순리대로 내 늙은 몸뚱이에 맞게 마음의 욕망을  맞출 것 . 혹은 비울 것.
텅빈충만을 그때 안 이루면 언제 이루나. ㅎㅎ

우좌간 이 영화와 함께보면 좋을 영화로
<로리타><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사랑할때 버려야 할 것들>이 살짝 떠오른다.
.......

박범신의 책은 에누리 없이 괜찮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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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0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좌간 ㅎㅎㅎ 폭설님의 시원시원한 페이퍼, 이래서 제가 좋아한다니까요.
많이 웃으며 읽었어요. 이름처럼 '적요'시인은 고독을 즐기는 측면도 있어요.
원작에선 님 말씀처럼 좀 젊은 후배여자시인이 나와요.
시인을 흠모하지만 시인이 어느날엔가부터 받아주질 않아요. 은교를 본 이후..
원작보다 영화는 좀 못 미쳤다고 봐요. 어차피 원작도 연애소설이지요. 작가가 밝혔듯.
아흔살의 마르케스 할배도 열네 살 소녀와의 하룻밤을 탐했듯 그런 것이겠지요.
그나저나 욕망이 다가가는 지점이 나의 결핍을 드러낸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아요.^^
욕망이 나쁜 게 아니라 욕망의 대상과 색깔이 문제이겠지요.

폭설 2012-05-03 23:13   좋아요 0 | URL
ㅋㅋ~ 나의 결핍을 나의 것으로 채우지 않고
상대를 통해 채운다 해도
정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아름다움을 간직할수 있는데
인간은 꼭 끝을 보고 말죠. 진흙탕 개싸움 같은...ㅋㅋ
표현이 너무 심했나~~

남은주 기자왈,

'로맨스가 지나간 자리는 황폐하다. 사회적 가정적으로 맺는 관계가 황폐해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자기안에서 빈틈이 커진다.'

짧은 로맨스를 댓가로 치를 기회비용이 너모 큰거죠.
때문에 이십대가 그렇듯,
앞으로는 사십대도, 오십대도, 육십대도.... 어쩌면 미래에
처들어 올지도 모르는 로맨스에 대한 백신을 미리 스스로에게 맞혀야 되는
것은 아닐런지..^^

백신을 맞으면 전염병이 약하게 지나가듯이 '로맨스백신'도
미리 맞아두면 로맨스의 끝이 덜 항폐하겠죠.^^
로맨스 백신은 다름아닌 '내적 충만'이겠죠.
그 내적 충만을 위한 노력은 삶이 끝나는 날까지 지속되어야 할것이구..

그렇게 되면 그 어떤 사랑을 하더라도 좀 덜 황폐해지겠죠.^^
(횡설수설...뭔소리 했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아무튼, 아름다운 봄날의 밤이에요.
이런 봄날의 밤은 잠자는게 아까워요.
잠이 안와요.ㅋㅋ 프레이야 님도 이 순간의 봄밤의 만끽하시길~~~




2012-05-03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4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