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용 기초 과학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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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탄생-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지음 / 바다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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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이 답이다- 진화 심리학자의 한국 사회 보고서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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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연장통- 인간 본성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증보판
전중환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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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버스 지음, 이충호 옮김, 최재천 감수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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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차이나의 미래 - 중국이 말하지 않는 12가지 진실
윤재웅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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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사람들이 SF 영화를 보며 위기의 순간에 슈퍼맨과 같은 영웅이 등장해 악당을 순식간에 물리쳐주길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주길 바라는 이들의 기대는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기억 속에는 불과 3년 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나락에 빠지기 직전에 중국이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경제를 구한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유행하던 개념이 있다. “껌하나를 팔아도 중국에 팔면 10억명에게 팔 수 있다.” 중국의 개방에 맞춰 무한에 가까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그래서 우리 물건을 가져다 팔기만 하면 된다는 우월한 정서가 담긴 이야기다. 중국은 ‘메이드 인 지나’로 대변되는 싸구려 제품, 싸구려 복제의 왕국이자,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뒤를 쫗는 많은 후발 개발도상국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계속될 것 같았던 우리의 우위는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훌쩍 앞질러 미국과 함께 세계의 2강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양적 성장이 어느 순간 질적 비약으로 나타났던 사례가 무수히 많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몇년 앞서 있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가 100년간 이루어왔던 발전을 그 반도 안되는 기간에 따라잡아버린 나라임을 감안한다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1992년 한.중 수교를 체결한 이후 약 10년간이 우리가 어깨를 펴고 중국을 당당하게 대한 얼마 안되는 예외적인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슈퍼차이나의 미래>는 이러한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허와 실을 12가지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분석해 주고 있다.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허와 실을 파악함으로서 이미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중국은 천의 얼굴을 가진 변검(變瞼)술사와 같다. 그렇다고 수많은 가면 뒤에 고정 불변의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수많은 가면 그 자체가 중국이라는 말이 진실에 더 가깝다.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지난 30년간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성장세를 구가하다 보니 수많은 균열과 차이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국이 슈퍼파워로 부상하는 것은 더 이상 가부(可否)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어느새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최대 교역국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차이나프리카’, ‘차이메리카’, ‘차이나플레이션'등 신조어를 양산해내며 급부상한 중국 없이 우리나라의 제2의 도약도 없다고, 한국의 운명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삼성은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중국 제조(Made in China)’에서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과 사업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중국 창조(Created in China)’로 변모할 때 중국삼성은 진정한 제2의 삼성이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하며 ‘제2의 삼성'을 부르짖고 있고, 현대, 포스코, SK등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또한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친미(親美), 친중(親中)으로 양분하는 냉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 이익을 위해 용미(用美), 용중(用中)하는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의 운명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경제는 어렵다. 그래서 순악질 ‘김미화' 누나는 우띨, 선띨 형님들과 함께 항상 ‘정치는 쫄지마! 경제는 속지마!’를 외치는 것이다. <슈퍼차이나의 미래> 역시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렵다. 비록 논거가 명확하고 생소한 경제 용어와 개념에 대해 비교적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그나마 전체 맥락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어려웠다. 필자는 당췌 이놈의 경제라는걸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나 문화는 대략적인 개념만 잡으면 말을 따라잡기는 어려운 편이 아닌데, 이놈의 경제라는것은 대략적인 개념으로는 그래프 하나 이해하기 힘들다. 거기에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얽히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데다 때로는 경제 전문가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최강 미스테리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슈퍼차이나의 미래>는 비록 이렇게 어려운 경제 이야기였으나,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 불안하게만 바라보던 중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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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 세트 - 전2권 - 가난한 성자들 조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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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도 아주 옛날. 대지가 처음 모양새를 갖추고, 이제 해가 뜨는가 하면 나뭇잎이 깨어나고 달이 솟는가 하면 창포가 푸르러지게 된 후의 일이다... 화롯불을 가운데 두고 툭툭 벌어지는 군밤을 하나씩 까먹으며 듣던 할아버지의 구수한 입담이 생각나는 설화와 함께 [조드]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늑대의 형상을 한 하늘과 결혼한 사내의 눈을 멀게하는 공주의 이야기와 사슴족의 원수였던 늑대족의 사내놈과, 늑대족의 원수였던 사슴족의 계집년은 사랑을 찾아, 초원을 옮겨다니는 영산 보르칸산으로 숨어들고 저승사자로부터 민담을 선물받고 사흘 앞을 보게 된 외눈박이 조상의 동생과 고운님 알랑고아의 슬픈 운명, 형제들에게 따돌림 당한 쟂빛눈의 막내 바보 보돈차르 몽학이 매와 결혼하여 버림받은 여자와 우두머리 잃은 부랑아들을 거두어 아이를 낳고 또 아이들이 아이를 낳아서 겨울이 백 번쯤 지나 잿빛의 푸른 늑대족이 사는 나라를 이루었다. 이것이 거룩한 거룩한 황금 뼈대가 탄생한 이야기이다.

 

언제까지 구수한 입담으로 옛날 이야기만 늘어놓는가 싶더니만 어느새, 전쟁터에서는 회색의 새처럼 빠르고, 적진 앞에서는 어머니의 젖처럼 지혜가 흐르며, 초원에서는 이레 끼니를 노래로 견디고 일흔 역참 거리를 등자에서 자도 늠름한 모습을 잃지 않는 대장부 자무카이시여호방한 기질을 뽑내며 전설의 시대를 건너 영웅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어 자무카와 늑대의 추격전은 벌어지고..

 

말은 발굽보다 눈동자로 뛰는 짐승이라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면 방향을 잃거나 속도가 떨어진다

 

……

 

늑대는 말 갈비 뒤쪽의 가장 얇은 뱃가죽을 한입 가득 물고 온몸의 무게를 실어 곡예를 하듯이 매달렸다. 그 상태로 말이 달리면 늑대의 하반신은 말의 뒷다리 옆쪽까지 밀쳐지게 되는데, 그러면 놀란 말이 늑대를 떨어뜨리려고 뒷발굽으로 늑대의 하반신을 차게 되고, 늑대는 틀림없이 뼈가 부러지고 아랫배가 터질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가 이빨을 놓지 않으면 말의 뱃가죽이 찢어진다. 그것이 깊어질 경우 내장이 찢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금방 떨어지려는 무거운 짐짝 같은 늑대를 매달고 뛰느라 대열에서 낙오하여 또 다른 늑대들의 밥이 된다는 것이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가의 현지 체류와 현지 답사가 헛되지 않았음인가. 눈덮인 설원에서 펼쳐지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추격전은 마치 현장을 보는듯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그저 옛날 이야기나 늘어놓는 입담좋은 늙은이가 아니라는 듯...

 

가자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들아. 저 어지러운 눈발을 뚫지 못한다면 장차 적진의 화살은 어떻게 뚫겠느냐!

 

작가 김형수의 글은 구수하면서도 호방하고, 서사적이면서도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또한 위기에 빠진 의형 자무카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황금색 늑대귀 말을 타고 구해내는 테무진의 등장은 [조드]의 이야기가 호방하고 서사적인 문장만 넘치는 소설이 아님을 예고한다.

 

생소한 설화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이야기 솜씨도 범상치 않지만 옛 설화 뿐 아니라 대 초원과 그 안에 살아가는 부족들의 생생한 생활상에 이어 테무진과 그의 아버지 예수게이 그리고 타타르, 금나라의 이야기까지 아무일도 아니라는듯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시대 배경에서 작가의 공부가 결코 얕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작가는 어떤 자극적인 장면이나 급격한 이야기의 도약 같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 들을 사용하지 않고 시초부터 차근차근 묵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읽는 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점점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100페이지밖에 되지 않는 짧은 체험판으로는 이 작품을 평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그러나 장대하고 서사적인 문장들과 작가의 공부가 배어나오는 생생한 배경,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강렬한 인상의 캐릭터들, 그리고 이 모든것들을 하나로 아울러 읽는 이를 빨아들이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 솜씨까지, 이 작품을 기대하기에는 결코 적지 않은 것들을 보여 주었다.

 

하늘에는 기러기들의 세상이 있고 물에는 물고기들의 세상이 있어. 초원에는 사내들의 세상이 있지

 

겨울 재앙조드'가 덮치듯이 중국 대륙을 질타하고 인도를 거쳐 유럽까지 위협하던 대 초원의 사나이 테무진. 그의 질주가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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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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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사이언스 픽션이라는 장르를 좋아하고 계속 만나다 보면 과학에 대한 기반 지식의 필요를 느낄 때가 있다. 사실 SF도 대중문학인 만큼 과학 지식을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팬이라고 하려면 이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그런 느낌 혹은 정서 같은 것이 쌓이게 된다. 단순히 필자의 지적 허영심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아무튼, 그래서 틈틈이 기초 과학 교양서를 찾다가 만난 것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였다.

 

문제는 이게 교양서수준이 아니라 실제 칼텍에서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본격적인 기초 물리학 강의라는 것이다. 욕심은 나는데 학생때부터 지금까지 공부와는 담을 쌓다 시피한 필자로서 십중 팔구 사놓고는 고이 모셔둘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그런 필자의 마음을 아는 듯 사이사이 나온 것이 이 책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이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에서 여섯가지 강의만을 뽑아 따로 출판된 것이다. 왜 궂이 파인만이냐 하면 좀 엉뚱하지만 예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그의 말이 너무 멋지게 인용되어 머리속에 각인되듯 남아버린 탓이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는 노벨 물리학상으로 과학계의 정점에 오른 그가 1학년 학부생을 상대로 기초 물리학을 강의했다는 점에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쉽고 간단한 물리학 이론 강의라는 점에서 명강으로 꼽히는데, 이 책은 원 제목인 <Six Easy Pieces>에서 알 수 있듯 그중에서도 쉬운 6가지 강의를 따로 뽑아 내놓은 것이다. 라고는 하지만 역시 반의 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간단한 세계가 아닌것이다.

 

이야기를 하자면 주저리 주저리 많이 할 수 있겠으나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책을 들고 떠들어봐야 공염불일 뿐이고 그저 그가 바라보는 물리학을 단편적이나마 소개하고 싶을 뿐이다.

 

최첨단의 물리학은 한마디로 말해 무식의 전당이다.

 

……

 

자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리(또는 우리가 진리라고 믿고 있는)근사적인(approximation)’ 서술에 불과하다. 아직 우리는 모든 법칙들을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잘못된 지식을 버리거나 수정하기 위해 무언가를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 우주의 진행방식을 하나의 체스게임에 비유해보자. 그렇다면 이 체스게임 규칙은 신이 정한 것이며, 우리는 게임을 관람하는 관객에 불과하다. 그것도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구경할 수 밖에 없는 딱한 관객인 것이다.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오로지 게임을 지켜보는것 뿐이다. 물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본다면 몇 가지 규칙 정도는 알아낼 수도 있다. 체스게임이 성립되기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규칙들, 이것이 바로 기초 물리학이다.

 

……

 

하나의 은하 속에는 1011 개의 별이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큰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소리 내서 읽어 보면 단지 천억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1년간 적자액수 보다도 작단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수를 가리켜 천문학적 숫자라고  불러왔습니다만, 이제 다시 보니 경제학적숫자라고 부르는 게 차라리 낫겠습니다.

 

자신이 평생 매진한 물리학을 무식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노벨상을 받고도 우리는 아직 아는 것이 없다는 사람, 국가 예산으로 농담을 할 줄 아는 사람, 이런 파인만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에세이도 교양서도 아니다.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는 과학서인 이 책을 통해 필자는 엉뚱하게도 파인만이라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이러쿵 저러쿵 하더니 결국엔 사서 집에 고이 모셔둔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거의 둔기 수준이다..ㅎㅎ 3권중 1권만 소심하게 구매한...ㅡ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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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03-1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너무재밌게설명해주셨네요
 
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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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렇듯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 반짝이는 수많은 별들 가운데 어느 작은 별 두 개가 서로를 마주 보며 반짝이고 있었다. 이것은 우주와 별들에 관한 이야기다.

  ……

  우주의 어느 부분에서는 째깍 1초가 100년처럼 늘어지고 또 다른 곳에서는 100년이 째깍 1초만에 지나가 버린다고 하지 않던가.

  ……

 

 

 

  대한민국 정당 사상 최초의 미녀 국회의원. 진보노동당 대표이자 세상을 떠난 언니의 천재 딸을 키우며 언니의 그림자를 잊지 못하는 나쁜 이모 오소영. 그녀가 던진 빨간 소화기에 맞아 뇌에 금이간 전직 판사이자 현직 국회의원이며 선천적 마초와 후천적 마초가 제일 독한 비율로 혼합된 슈퍼 울트라 판타스틱 스틸하트 마초 새한국당 김수영. 진짜 좌와 진짜 우인 그들이 우연같은 운명처럼 운명같은 우연처럼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사랑하게 되며 벌어지는 엽기 발랄 정치 풍자 연애담!

 

  이거 대박이다! 재미있다! 발랄하다! 웃기다~~~! ㅋㅋㅋㅋ

  작년 중반쯤부터 어찌된 일인지 다시 책읽기에 빠져들어 이책 저책 닥치는 대로 읽어왔지만 SF니 환타지니 추리소설이니 하며 주로 번역 소설만 손대거나, 나쁜 머리와 짧은 견문에 교양이라도 쌓아보겠다고 건조한 인문 서적에만 눈길을 주다 보니 우리 말의 화려함과 현란한 즐거움을 잊고 있었던 것 같다. 그냥 그저 그런 연애 소설로 알고 이런 것도 한번 읽어 봐야지 하고 별다른 기대 없이 신청한 <내 연애의 모든 것>.  젊어서는 비극을 쓰고 늙어서는 희극을 쓰겠다는 작가 ‘이응준'은 촌철살인, 엽기발랄한 말빨로 필자에게 우리말의 즐거움을 다시 일깨워줬다.

 

  작가는 인생을 적절한 의역이어야 하는데 괴상하게 직역돼 있는, 언젠가 묵었던 파푸아뉴기니의 한 5성급 호텔에서 본 한글이 부기된 메뉴판에 비유한다.

 

BOWL OF CEREAL 곡물의 사발

BAKERS BASKET 빵 굽는 사람의 바구니

CUPCAKES 컵은 굳힌다.

VEGETARIAN FRIED NOODLE 채식주의자는 국수를 튀겼다.

 

  영어라면 이미 노스텔지어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포기해버린 필자조차 빵 터진 이 괴상한 직역을 작가는 일단 어이가 없어서 웃기고, 어떻게 참고 한참 들여다보면 모더니즘 계통의 난해한 전위 시 같기도 하기 때문에 인생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작품 전반에 등장하는 이런 톡톡 튀는 엽기 발랄한 표현들과 대부분 들어보지도 못한 수많은 명작과 거장들의 인용이 그저 작가 자신의 유식함을 자랑하는, 잘난체에 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말들 속에는 작가의 진정이 담겨있어 그저 화려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고 삶의 통찰과 풍자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옳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칭찬받지는 못합니다. 진짜 큰 도둑은 성인(聖人)인 체하는 법이죠.

  ……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잊는 것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는 절대 죽지 않으며, 이미 죽은 이는 그리움에 죽은 이의 길로 아직 살아 있는 우리는 날숨과 들숨이 함께하듯 헤어지지 않고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

  바람은 모습이 없다. 대신 바람에 흔들리는 것들로써 바람의 모습을 본다. 시간은 모습이 없다. 대신 시간에 흘러가는 것들로써 시간의 모습을 본다. 지금 시간에 흘러가고 있는 이 음악으로 내가 시간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

 

  한 평론가는 <내 연애의 모든 것>을 포스트모던 기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필자는 포스트모던이 어떤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전반부의 발랄함이 무색하게 후반부에 보여지는 사뭇 시적이기까지 한 작가의 세상 보기는 그저 웃고 즐기는 트랜디한 연애 소설에 머무르지 않게 하는 심상치 않은 공력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였다. 필자는 이응준작가의 글이 ‘이외수' 선생님의 글과 닮아 있다고 느껴진다. 엽기적인 발랄함, 촌철살인의 풍자,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을 떠올리게 하는 삶의 달인들 그리고, 진지한 성찰까지.

 

  대한민국 정치현실에서 몬테규가와 캐플렛가의 대립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여와 야, 좌와 우의 양 극단에서 만난 두 연인의 사랑, 노처녀 노총각이라서 더욱 필자에게 공감이 가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젊어서는 비극을 쓰고 늙어서는 희극을 쓰겠다던 1970년생 43세의 작가 ‘이응준'의 손에 비극이 될 것인가, 희극으로 맺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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