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차이나의 미래 - 중국이 말하지 않는 12가지 진실
윤재웅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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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가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사람들이 SF 영화를 보며 위기의 순간에 슈퍼맨과 같은 영웅이 등장해 악당을 순식간에 물리쳐주길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주길 바라는 이들의 기대는 결코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의 기억 속에는 불과 3년 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세계 경제가 나락에 빠지기 직전에 중국이 혜성처럼 등장해 세계 경제를 구한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때 유행하던 개념이 있다. “껌하나를 팔아도 중국에 팔면 10억명에게 팔 수 있다.” 중국의 개방에 맞춰 무한에 가까운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그래서 우리 물건을 가져다 팔기만 하면 된다는 우월한 정서가 담긴 이야기다. 중국은 ‘메이드 인 지나’로 대변되는 싸구려 제품, 싸구려 복제의 왕국이자,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뒤를 쫗는 많은 후발 개발도상국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계속될 것 같았던 우리의 우위는 이미 지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국은 이미 우리나라를 훌쩍 앞질러 미국과 함께 세계의 2강으로 자리잡아 버렸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양적 성장이 어느 순간 질적 비약으로 나타났던 사례가 무수히 많았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여전히 기술적으로는 우리가 몇년 앞서 있다고는 하나 다른 나라가 100년간 이루어왔던 발전을 그 반도 안되는 기간에 따라잡아버린 나라임을 감안한다면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1992년 한.중 수교를 체결한 이후 약 10년간이 우리가 어깨를 펴고 중국을 당당하게 대한 얼마 안되는 예외적인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

 

<슈퍼차이나의 미래>는 이러한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른 허와 실을 12가지의 시각으로 우리에게 분석해 주고 있다. 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허와 실을 파악함으로서 이미 최대 교역국이 된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중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중국은 천의 얼굴을 가진 변검(變瞼)술사와 같다. 그렇다고 수많은 가면 뒤에 고정 불변의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수많은 가면 그 자체가 중국이라는 말이 진실에 더 가깝다. 13억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지난 30년간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속도로 성장세를 구가하다 보니 수많은 균열과 차이가 생기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19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는 사회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국이 슈퍼파워로 부상하는 것은 더 이상 가부(可否)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어느새 중국은 한국에게 있어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최대 교역국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차이나프리카’, ‘차이메리카’, ‘차이나플레이션'등 신조어를 양산해내며 급부상한 중국 없이 우리나라의 제2의 도약도 없다고, 한국의 운명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삼성은 “중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파는 ‘중국 제조(Made in China)’에서 중국 시장 특성에 맞는 제품과 사업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중국 창조(Created in China)’로 변모할 때 중국삼성은 진정한 제2의 삼성이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하며 ‘제2의 삼성'을 부르짖고 있고, 현대, 포스코, SK등 이미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또한 중국에 올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친미(親美), 친중(親中)으로 양분하는 냉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국가 이익을 위해 용미(用美), 용중(用中)하는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한국의 운명은 중국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경제는 어렵다. 그래서 순악질 ‘김미화' 누나는 우띨, 선띨 형님들과 함께 항상 ‘정치는 쫄지마! 경제는 속지마!’를 외치는 것이다. <슈퍼차이나의 미래> 역시 경제적 관점에서 중국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렵다. 비록 논거가 명확하고 생소한 경제 용어와 개념에 대해 비교적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그나마 전체 맥락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어려웠다. 필자는 당췌 이놈의 경제라는걸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나 문화는 대략적인 개념만 잡으면 말을 따라잡기는 어려운 편이 아닌데, 이놈의 경제라는것은 대략적인 개념으로는 그래프 하나 이해하기 힘들다. 거기에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사람들과 얽히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데다 때로는 경제 전문가마다 하는 이야기가 다르기도 하니 그야말로 최강 미스테리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슈퍼차이나의 미래>는 비록 이렇게 어려운 경제 이야기였으나,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 불안하게만 바라보던 중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데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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