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정영목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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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코난 도일, 애거서 크리스티 등의 영국 미스터리에 답하는, 미국의 자존심이며 더 나아가 20세기 '미스터리'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인 '엘러리 퀸'.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필자에게는 공동 집필과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을 필명으로 한 그 특이성으로 인상이 남은 '엘러리 퀸' 그의 국명 시리즈 그 세 번째 작품인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 되시겠다.

 

네덜란드 기념 병원 친구인 닥터 '민첸'을 만나러 병원에 머무르고 있던 엘러리 퀸은 친구의 권유로 병원의 유력 인사인 백만장자 노부인 '애비게일 도른'의 수술을 참관하게 되는데... 무난하게 시작하는 듯한 수술실의 분위기는 환자가 들어오면서 급변하기 시작하고, 우리의 해결사 엘러리 퀸은 사건이 벌어졌음을 직감한다. 철사로 교살된 노부인. 수술 담당이자 노부인의 강력한 후원을 받고 있던 닥터 '재니'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범인이 입은 것으로 여겨지는 흰색 바지와 구두 한 켤레가 발견되고... 노부인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가족과 친척, 노부인의 후원을 받고 있는 과학자 등 수많은 재산만큼 얽혀있는 인간관계, 다양한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으로 잠기고 엘러리 퀸의 고민도 더욱 깊어간다.

 

작품이 한 편 한 편 이어질수록 작가는 진화하고, 필자는 '엘러리 퀸'의 세계에 점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중심 해결사이자 주인공인 '엘러리 퀸'은 다소 외각을 돌던 느낌이 사라지고 사건의 중심에서 수사를 주도해 나가면서 탐정으로서 해결사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해 졌고 그 오만한 캐릭터도 비로소 자리를 잡고 자연스러워진 느낌이다. 필자 역시 독자로서 적응이 된 느낌인 것이 캐릭터들의 느닷없는 듯한 감정 변화나 경찰들의 무소불위한 느낌의 통제력 등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또 한 가지 확신하게 된 점은 '국명 시리즈'가 '국명 시리즈'로서 처음부터 구상 되었다는 것이다. 전편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에서는 '프랑스 파우더'가 사건 해결의 열쇠가 아니었다면 이번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에서는 '네덜란드 구두'가 나오지 않는다. 사건이 벌어진 병원이 '네덜란드 기념병원'이고 주요 단서가 된 구두는 그냥 '흰색' 구두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첫 작품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도 '로마 극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주요 단서가 '모자'였던 것일 뿐 '로마 모자'라는 것은 등장하지 않는다. 결국 국명 시리즈라는 것은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싶은데... 지금까지, 적어도 필자에게는 성공적인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그럼 또 다른 기대를 품고 다음 작품 [그리스 관 미스터리]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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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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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로마 모자 미스터리]에 이은 국명 시리즈 두 번째 작품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 필자는 처음에 국명 시리즈라고 해서 각 나라에 가서 사건을 겪고 해결하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배경은 여전히 미국이다. 하긴 [명탐정의 규칙]에서 '히가시노 게이코'가 말하고 있듯 아마추어 탐정이 경찰의 수사에 개입하는 일이 그렇게 쉽게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일 테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이런 일을 벌인다면 그 또한 비현실적이리라.

 

뉴욕 중심가의 프렌치 백화점, 개장 시각을 앞두고 가구 전시실의 벽침대를 내리기 위해 스위치를 누르자 그 속에서 시체가 굴러 떨어진다. 시체의 신원은 프렌치 백화점 사장의 부인 위니프레드 마치뱅크스 프렌치. 기묘한 상황은 수사를 혼란에 빠뜨리는데…. 하지만 엘러리 퀸은 연역적 추리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단서를 하나하나 찾아내 진실에 당도한다. 마침내 엘러리 퀸은 모든 용의자를 한데 소환하고 범인을 지적하는데….

 

딱 줄거리만 봐도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구도다. 의문의 살인 사건. 단서는 없고 동기도 알 수 없는,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고... 그러나 다른 사람은 무심히 넘길 자그마한 단서를 그냥 넘기지 않는 주인공. 결국 모든 등장인물을 모아 놓고 펼쳐지는 주인공의 사건 해결. 이른바 전통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는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주인공의 입으로 사건의 처음부터 설명되면서 각각 아무 관련도 없을 듯이 따로 떨어져 있던 단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그 화살표가 하나씩 하나씩 방향을 틀어 범인을 향해지고 결국 '당신이 바로 범인이다!'라고 지목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아귀가 맞아 떨어지면서 '아 그랬었군!'하고 감탄하게 되는 그 순간. 그 쾌감이야 말로 전통 추리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아직은 다소 어설프지만 그래도 전편보다는 확실히 주연급 캐릭터들의 자리가 잡힌 느낌으로 진행도 부드럽고 슬슬 몰입도와 긴장감도 올라간다. 전편과 달리 이번 편에서는 '프랑스 파우더'에 미스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 자체가 어떤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엘러리 퀸'은 '국명 시리즈'라는 것을 처음부터 구상하고 작품의 제목을 붙여나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든다. 뭐 이 부분은 나머지 작품을 읽어 봐야 알겠지만서도...

 

아무튼 전편보다는 확실히 진화한 느낌으로 기대를 품고 다음 작품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를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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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로마 모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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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다 결국 사고야 말았다.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본래 총 9권이라고 해서 모두 출간되면 한 번에 사려고 했는데 궁금증을 못 참고 지르고 말았다. 필자가 '엘러리 퀸'을 만난 것은 '해문' 출판사의 미스터리 베스트 시리즈 첫 편인 [Y의 비극]을 통해서 이다. '드루리 레인'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원래라면 '버나비 로스'의 이름으로 나와야 맞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엘러리 퀸'의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작품뿐만 아니라 함께 두 사촌 형제가 공동 집필한 작품의 주인공의 이름을 필명으로 썼다는 특이한 이력 또한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더랬다. 


워낙에 특이한 걸 좋아하는데다 9권의 국명 시리즈라는 것도 꽤나 유혹하는 맛이 있어 처음 인터넷에서 봤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래저래 포인트가 모인 김에 지르게 된 것인데...


우선 외장이나 편집 등은 마음에 드는 편이다. 누런 마분지 느낌의 양장 표지도 그렇고 오래되어 색이 바랜 느낌을 주는 내지 디자인 등은 제법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쉽다면 표지가 정말 마분지 같은 재질이라 손을 좀 오래 타면 보풀이 보슬보슬 일어난다는 정도일까.


국명 시리즈의 첫 편이자 '엘러리 퀸'의 데뷔작이기도 한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만은 못한 느낌이었다. 이 미스터리 해결의 핵심은 피해자의 모자가 어떻게 극장을 빠져 나갔느냐 하는 점인데, 그 해법이 잘 납득이 안 간다. 살해 추정시간 이후 극장은 나간 사람이 없고 시체 발견 이후에 극장을 철저히 수색해도 피해자의 모자는 없었고 남아있던 사람들을 내보낼 때도 철저히 수색했지만 모자를 두개 이상 가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 해결의 열쇠인 모자의 행방이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살인자가 모자를 안 쓰고 와서 피해자의 모자를 쓰고 나갔다면 간단한 문제 아닌가 싶은데 그 시대에는 그게 그렇지 않은가 보다. 결국 이야기가 성립하려면 우리가 조선시대에 늘상 갓을 쓰고 다니듯이 1920년대 미국에서는 외출할 때 남자는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녀야 하는 것인데 그 시대의 정서가 없으니 가장 중심 미스터리 자체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첫 페이지에 등장인물의 간략한 소개라던가 사건 현장의 평면도 등은 뭐랄까 확실히 초보의 열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건 그거대로 좋지만 아직 중심 캐릭터인 '엘러리 퀸' '리처드 퀸' 부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느낌인데다가 당시 시대 배경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보니 등장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좀 느닷없는 느낌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이런 정서적인 공감이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전반적으로 몰입도와 긴장감이 떨어지고 앞서 말한 핵심 키인 모자의 미스터리 때문에 마지막 해결 장면에서의 쾌감도 상당부분 떨어지는 느낌이다.


기대했던 시리즈의 첫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기대만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다음편인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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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포칼립스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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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이 얼마 남지 않은 평화로운 오후, 이른바 '제로아워'의 순간, 모든 기계들은 행동을 개시한다. 인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모든 기계들이 급속히 변화를 일으킨다. 오랜 세월을 동반자로 함께해온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스마트카들은 거리의 사람들을 사냥하고, 비행기가 제멋대로 경로를 벗어나 도시로 추락한다. 학살의 와중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하나둘 대항을 시작하고... 과연 기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류는 이 역경을 어떻게 이겨나갈 것인가?

 

로봇의 반란. 디스토피아를 그린 SF 작품에서 다소 식상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소재가 식상하다면 남는 것은 작가의 재능이다.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실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지, 그리고 그러한 전개를 통해 얼마나 자신의 목소리를 잘 전달해 내는지, 그것이 작품과 작가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리라.

 

우선 흥미진진한 전개에서는 합격점을 주고 싶다. 기계의 반란, 그리고 결국에 인간의 승리라는 기본 구도에서 그저 타임라인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아무리 작가의 솜씨가 좋다 한들 독자의 눈을 잡아두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SF 팬이라면 기계 반란이라는 기본 소재만으로도 그 시작과 흐름, 그리고 결말을 대충은 때려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보포칼립스]의 전체 구도는 영화 [터미네이터][매트릭스]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리포트라는 형식을 채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것이 인간의 기록이 아니라 기계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제로아워 이전, 전쟁의 뿌리가 내리기 이전의 기록부터 그 끝까지 기록된 기계 상자. 그리고 그 기계에 내려진 지상 명령은 '기록의 보존을 위한 생존'이었다. 어떤 이유로 전쟁의 패배에 이르러서도 기록을 보존하려 했을까? 그 이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기계의 기록으로 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리포트라는 형식을 통해 마치 여러 편의 단편들이 직소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지면서 큰 그림이 완성된다. 얼마 전에 읽었던 [세계대전Z]를 떠오르게 하는 느낌으로 확실히 리포트 형식의 소설은 단편의 압축성과 장편의 구도가 결합하여 긴장감과 경쾌함이 돋보이는 형식이 아닐까 생각된다.

 

두 번째 작가가 들려주고자 했던 메시지, 작가의 그 목소리가 잘 들리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중간 중간 자연과 인간에 대한 메시지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다소 식상한 느낌인데다가 그렇게 선명하지도 않다. 무엇보다 왜 기계가 기록을 남겼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하고 있지 않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전체 작품의 구도상 전쟁에 패배한 기계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그 기록을 살리려고 노력했는지에 대한 해답이 가장 중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는데, 작품을 대충 읽었는지 필자는 그 답을 듣지 못했다. 심지어 전쟁을 일으킨 인공두뇌 '아코스'는 전쟁 시작부터 자신의 패배를 예측한 듯한, 가끔은 적당한 수준에서의 패배를 원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기는 만큼 더욱 이 부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이라면 [세계대전 Z]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리포트라는 형식에 매우 충실했다고 한다면 [로보포칼립스]의 경우 기계가 보여주는 영상과 음성을 듣고 기록을 남긴다는 점을 감안해도 납득하기 힘든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보거나 겪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을만한 기록, 예컨대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라던가 하는 것들을 '나는'이라는 1인칭 화법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서술 방식에 얽매인다면 그것도 답답한 일이겠으나 기왕에 리포트라는 형식을 취한 마당에 너무 자주 이런 장면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거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아쉬운 점들 때문에 비록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작품이기는 하지만 책 소개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렇게 극찬을 받을만한 작품이라고 이야기 하기는 힘들 듯 하다.

 

한 가지 사족을 붙이자면 얼마 전에 같이 일하는 형님과 이런저런 잡담 중에 나온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 분 이야기가 요즘 SF는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많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렇다. 외계인이 등장하면 지구 침공이고 로봇이 등장하면 로봇 반란이다. '아시모프' 영감님의 [로봇]들과 [ET], 그리고 무수한 명작 SF... 그들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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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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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독한 블랙유머! 고도의 풍자적 묘사!]

 

먹으로 주~욱 그어놓은 듯한 검은 테두리의 은회색 [갈라파고스] 표지에 박혀있는 문구다. 필자가 '커트 보네거트'의 이름을 들은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통해서다. 딱히 이유를 말하기는 힘들지만 필자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쪽이 마음에 든다. 뭐 그거야 별로 상관없고 어쨌거나 '커트 보네거트'라는 이름의 울림이 꽤 독특하기도 하고 '하루키'가 꽤 높이 평가하는 느낌이라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들어본 이름이니 무슨 작품이 있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그냥 서점 사이트에서 이름으로 검색해 봤는데 국내 판본 자체가 검색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잘못되었는지 아니면 당시 제대로 검색을 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는 그렇게 넘어갔었는데 최근에 와서 마치 준비된 듯 어디선가 '펑!' 하고 튀어나온 느낌으로 [갈라파고스]의 링크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타났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검색 경로가 당췌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인데, 초기 알츠하이머인지 단순 건망증인지 그것도 아니면 명탐정 '셜록 홈즈'처럼 뇌 용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버리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튀어나왔다. [갈라파고스]와 함께 '커트 보네거트'작품 몇 편이 같이 튀어나왔던 것 같은데 '다윈'의 [종의 기원]의 무대가 되었던 제도와 같은 이름의 제목에 끌려 선택하게 되었다. 충동 구매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만나는 책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구매하지 않는다면 어디 가서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기 부끄럽다.

 

미지의 인물이 백만년전의 현대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갈라파고스]는 뭐랄까, 좀 산만한 느낌이랄까... 정신 사납고 따라잡기 힘들다. 친절한 배경설명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하지만 계속 읽다 보면 그 산만함 뒤에 일관된 작가의 의도가 느껴진다. 그 의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을 없지만 서도. 리뷰를 두들기는 주제에 기껏 얘기해놓고 모른다고 하면 무책임한 거 아닌가? 라고 한다면 무책임한 것이겠지만, 뭐 원래 필자가 좀 무책임한 인간이니 이해하시라...아하하~(퍼퍽!ㅠㅠ)

 

어쨋거나 뭐라고 정리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히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뿐만 아니라 이야기 전반에 거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과 분위기를 한결같이 유지하고 있다. 이야기 또한 정신 없고 산만한 듯 하면서도 종국에 가서 보면 이야기는 빠진 부분 없이 하나로 완성되고 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뭔가 주저리 주저리 정신 없이 늘어놓는 것 같은데 군더더기가 붙어 있는 느낌은 아니라는 것이다. 먹을 때는 맛있지만 먹고 나면 후회되는 종류의 음식이 아니라 처음에는 좀 맛없지만 먹다 보면 맛있는, 먹고 나서도 상쾌하고 든든한 음식 같은 느낌이랄까?

 

이러한 느낌이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강해져서, 초반에는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가 중반에는 '괜찮은데'로, 종반에 가서는 '이거 대단한 작가인데'로 변한다. 조만간 그의 작품을 좀 더 읽고 싶은 욕심이 난다. 그 특유의 시크하고 유쾌한 풍자. 블랙유머. 그만의 색깔을 좀 더 맛보고 싶다. 그런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자 작가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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