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로마 모자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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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고 벼르다 결국 사고야 말았다. '엘러리 퀸'의 국명 시리즈. 본래 총 9권이라고 해서 모두 출간되면 한 번에 사려고 했는데 궁금증을 못 참고 지르고 말았다. 필자가 '엘러리 퀸'을 만난 것은 '해문' 출판사의 미스터리 베스트 시리즈 첫 편인 [Y의 비극]을 통해서 이다. '드루리 레인'이 해결사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원래라면 '버나비 로스'의 이름으로 나와야 맞겠지만 어찌된 일인지 '엘러리 퀸'의 이름으로 출판되었고 작품뿐만 아니라 함께 두 사촌 형제가 공동 집필한 작품의 주인공의 이름을 필명으로 썼다는 특이한 이력 또한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더랬다. 


워낙에 특이한 걸 좋아하는데다 9권의 국명 시리즈라는 것도 꽤나 유혹하는 맛이 있어 처음 인터넷에서 봤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이래저래 포인트가 모인 김에 지르게 된 것인데...


우선 외장이나 편집 등은 마음에 드는 편이다. 누런 마분지 느낌의 양장 표지도 그렇고 오래되어 색이 바랜 느낌을 주는 내지 디자인 등은 제법 고전을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한 가지 아쉽다면 표지가 정말 마분지 같은 재질이라 손을 좀 오래 타면 보풀이 보슬보슬 일어난다는 정도일까.


국명 시리즈의 첫 편이자 '엘러리 퀸'의 데뷔작이기도 한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만은 못한 느낌이었다. 이 미스터리 해결의 핵심은 피해자의 모자가 어떻게 극장을 빠져 나갔느냐 하는 점인데, 그 해법이 잘 납득이 안 간다. 살해 추정시간 이후 극장은 나간 사람이 없고 시체 발견 이후에 극장을 철저히 수색해도 피해자의 모자는 없었고 남아있던 사람들을 내보낼 때도 철저히 수색했지만 모자를 두개 이상 가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 해결의 열쇠인 모자의 행방이 미스터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시점에서 생각하면 살인자가 모자를 안 쓰고 와서 피해자의 모자를 쓰고 나갔다면 간단한 문제 아닌가 싶은데 그 시대에는 그게 그렇지 않은가 보다. 결국 이야기가 성립하려면 우리가 조선시대에 늘상 갓을 쓰고 다니듯이 1920년대 미국에서는 외출할 때 남자는 항상 모자를 쓰고 다녀야 하는 것인데 그 시대의 정서가 없으니 가장 중심 미스터리 자체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이다.


첫 페이지에 등장인물의 간략한 소개라던가 사건 현장의 평면도 등은 뭐랄까 확실히 초보의 열정 같은 것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건 그거대로 좋지만 아직 중심 캐릭터인 '엘러리 퀸' '리처드 퀸' 부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자리 잡지 못한 느낌인데다가 당시 시대 배경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다보니 등장인물들의 말이나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좀 느닷없는 느낌으로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이런 정서적인 공감이 잘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전반적으로 몰입도와 긴장감이 떨어지고 앞서 말한 핵심 키인 모자의 미스터리 때문에 마지막 해결 장면에서의 쾌감도 상당부분 떨어지는 느낌이다.


기대했던 시리즈의 첫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기대만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다음편인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를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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