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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馬풍경
허만하 지음 / 솔출판사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것은 /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라고 시작되는 靑馬 유치환님(이하 존칭 생략)의 시 '행복'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몇 년 전에 유치환 시인을 사모한다고 하는 허만하 시인의 글을 만나게 되었다. <낙타는 십리 밖...>, <비는 수직으로....>의 책을 펴면서 나는 허만하 시인의 시와 산문에 그만 완전히 매료가 되어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되었다.
이 책은 한꺼번에 두 사람의 시인을 만나게 되어 읽는 내내 행복하였다. 허만하 시인 특유의 섬세하고도 예리한 눈길, 그리고 조금도 때묻지 않은 듯한 예술가의 깨끗한 감성을 문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산문집이기 때문에 부드러움과 편안함이 깃들여져 있었다. 그 편안함이란 아침 먹고 마시는 커피와 같다. 오전의 청명한 햇살 아래 뜨거운 김 오르는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같이 내겐 정겹고 편안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을 늘어지게 쓴 장면은 어디에도 없다. 감상으로 흐트러지는 것은 단호하게 짤라내고 간결하다.
그리고 청마의 제자였던 허만하의 눈에 비친 유치환 시인의 모습을 만나게 되어 또한 행복했다. 알려진 그의 시와, 호탕하며 남성적 기질이 강한 이미지로만 각인되어 있던 청마에 대한 느낌이 새로왔다. 책 속의 사진 중- 1957년 이른 봄 대구의 동촌 금호강 방뚝에서-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을 보면 다정다감한 청마를 볼 수 있었다. 때로는 제자의 수술담을 들으며 묵묵히 술잔을 비웠더라는 모습. 그런 모습들 속에서 인간을 향한 뜨거운 애정을 가진 시인이 청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승이 제자를 아끼는 것이 눈에 선하고, 스승이 떠나간 후 오랜 세월 동안에도 변함없는 존경과 애정을 가진 시인. 이 두 시인이 풍경으로 있는 책 속의 대구, 부산, 통영, 경주를 독서하는 동안 나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참 좋은 책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