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놀라운 장족의 발전이다. 내 입에서 '1할 2푼 5리의 승률'이라는 말이 나온 것 만으로도! 나는 스포츠에는 아예 젬병이라 운동하는 것도 싫어하고 보는 것에도 철저하게 무관심하다(2002년 월드컵 경기도 8강전 갈 때 까지도 뉴스로만 봤을 정도로). 이렇듯 스포츠 용어는 수학공식보다 내겐 더 난해한 나에게 소설가 박범신의 찬사대로 "박민규식 엘리베이터"가 준 선물은 '인생이 야구인지 야구가 인생인지' 두 낱말의 앞뒤가 뒤바뀌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인생과 야구에 대한 접목이다. 삶은, 진지한 눈을 가진 사람에게는 어느 방향에서든 제 모습을 드러내 주고 또 행복할 수 있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 주나보다. 농부는 농사를 통해 삶을 발견하고, 핸드폰 부품 조립공은 자잘한 부품들에서, 기생충을 연구하는 사람에겐 편충이나 간디스토마들이 삶의 진면목을 보여 줄 것이다. 박민규 소설에서 야구는 인생을 보여주는 窓이다.
6위 삼미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청료: 눈코 뜰 새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베어스 :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126쪽
만약 절대자가 내 인생을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다시 돌이켜 준다고 하면 절래절래 고개를 흔들만큼 나는 그동안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데도 자주 실패감을 맛봐야 했던 이유를 박민규는 저렇게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할 만큼 다했던 나의 노력은 '날고, 기고, 지랄하며, 자학에 가까운 노력'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저 '평범'한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순위가 저만큼 밀려나 버렸던 것이다. 프로가 되기 위해 잡지 못할 공을 잡으려고 똥줄이 타도록 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편안해질 수있는 일거리에 마음을 한가롭게 놓아 주는 것이란 말에 상당히 공감했다.
읽으면서 감탄한-유년시절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섬세하였다. 이 책의 장르가 소설이란 걸 잠시 잊고 작중 화자 '나'와 박민규를 동일시하여 책앞날개의 작가 학교소개와 '일류대'란 부분의 불일치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나 할까(그렇다고 J대가 일류대가 아니란 말은 아니다). 아쉽게도 살아있는 입말로 톡톡 튀는 문체와는 달리 갈 수록 구성이 지루해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는 졸렸지만, 어쨌거나 '2루타성 타구를 잡으러 갔다가 발견한 노란 꽃'의 아름다움처럼 이 소설이 내게 주는 기쁨은 상쾌하고 신선했다. 두 번 읽긴 힘들겠지만 시원하고 맛깔스러운 책이라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060316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