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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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학생, 어린 여교사, 헌신, 애틋한 사제지간의 정,
이런 소재들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직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광활한 들판으로 펼쳐진 캐나다의 이민자 거주지엔 가난한 어린 학생들이 있고, 이민자의 형편만큼 열악한 학교에는 이제 갓 선생님이 된 햇병아리 교사가 있다. 그녀는 아직 가르치는 일은 서툴고 어설프지만 누구보다 가르침에 대한 사명감은 신선하다. 그녀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아낌없이 아이들에게 베푼다. 아이들은 처음엔 낯설어서 등교조차 거부하고, 또래에 비해 학력수준도 많이 낮았지만 선생님의 헌신적인 사랑과 가르침으로 차차 마음 문을 열고 선생님과 교감하게 되면서 학업에서는 놀라운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가브리엘 루아는 친정엄마의 손맛에 비교하고 싶은 작가이다. 친정엄마는 흔해빠진 식재료를 갖고 대수롭지 않은 듯 연륜이 잔뜩 배인 손으로 쓱쓱 주물거려서 음식을 만들어 밥상을 차리신다. 대충 만들어진 것 같은 음식이지만 입에 넣으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꼭 알맞은 간이 되어 있고 신출내기들이 아무리 흉내내어 모방할 수 없는 깊은 음식의 풍미가 넘쳐난다. 음식이 되기 이전의 하찮고 평범한 재료들이 훌륭한 요리로 변신한 것이다. 가브리엘 루아의 이 작품에서는 깊은 연륜이 묻어 난다. 어색하게 극적인 요소는 그 어디에도 없이 그저 밋밋한 일상의 한 편을 따온 것 같은데 여섯 개의 단편들은 서로 하나로 묶어지며 문장 하나하나가 서로 조화롭고 평화롭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편안하고 행복에 겨운 감동이 - 화려한 수식어 하나 없이 그저 무덤덤한 평원에 핀 야생화처럼 잔잔하게 피어 오른다.

내가 깊은 애정을 갖고 열혈교사로 활동하다가 하던 짓을 접으려고 해를 계수해보니 8년 째에 접어 들고 있었다. 이건 예전에 어린이집을 관둘 때의 햇수랑 비슷하다. 그때도 정확히 7년 6개월만에 접었었는데. 이번엔 타의에 의해 어쨌거나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그걸 생각하니 새삼스럽게도 어젯밤엔 잠이 오지 않았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쥐뿔도 모르는 내가 남을 가르치려 들었던 건 오로지 내 공부를 이어나가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또한 그 후로도 주로 나의 필요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주 이기적인 선생은 아니었다고 자부한다. 누구보다도 나는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었고, 그 일을 통해 나보단 상대편 학생이 더 이익을 보길 원했다. 그래서 나는 시험기간엔 내 공부보다 맡은 학생의 시험을 더 걱정하기도..(크크큿~ 들켰다. 나의 형편없는 학점을 어떻게 좀 미화시키려 했건만) 아무튼, 나는 가르치는 일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졌었다는 건 진실이다. 다시 시작하면서, 가브리엘 루아가 그렸던 풋내기 선생의 착한 마음과 열정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기 위해 잠 오지 않는 밤을 홀랑 새우며 읽었다. 이 책은 거듭 읽어도 여전히 감격스럽다./060308ㅂㅊ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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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08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3-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싶게 쓰셨군요. 으음.... 밀린 책이 많지만 그래도 읽어야겠단 생각이...

마태우스 2006-03-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학생들에게 말줄임표 쓰면 사람이 없어 보이니 쓰지 말라고 몇번이나 강조하고 왔는데....

마태우스 2006-03-0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론과 실천은 다른 건가봐요^^

마태우스 2006-03-0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이주의 리뷰 당첨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진주 2006-03-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제게만 보이는 님, 오늘부터 당장 나간다고 서둘렀는데, 수업은 토요일로 조정했어요. 음음..앞으로도 자주 지적해 주세요^^

마태우스1님, 아직도 이 책을 안 읽으신 분이 계시군요^^; 느낌표 방송 덕에 국민도서가 되어서 대한민국 사람은 몽조리 다 읽으신 줄 알았어용. ㅎㅎ
마태우스2님, 습관적으로 점 찍는 사람 많아요......저 처럼.....그러나..이건..인터넷 댓글용으로만 써야 겠죠?....그리고 글전체에서 한 번 정도만 써야 한다고도 일렀나요? 교수님? ㅋㅋ
마태우스3님, 크큭, 저도 그래요. 애들한테는 '자기가 쓴 글, 퇴고도 안 하는 넘은 자식을 낳고서 팽게치는 거랑 똑같닷'이라고 흥분하면서 정작 나는???ㅡ.ㅜ
마태우스4님, 이주의 리뷰도 나름대로 틀이 있더라구요. 어느 정도 분량에, 어느 정도 구성에, 어느 정도 글발에, 어느 정도 신선한 인물.....그런건 내버려두고 서재달인 30위 안에나 들 수 있게 추천 펑펑 해주세욥~~

진주 2006-03-08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 네 마리가 나란히 뛰는 모습이 꼭 경마장에 온 것 같네요. 보기 좋아요^^

돌바람 2006-03-08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경마장에 온 것 같아요. 지원이가 마태우스님을 얼마나 좋아라 하는지~
"대충 만들어진 것 같은 음식이지만 입에 넣으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꼭 알맞은 간이 되어 있고~" 어쩜 리뷰가 이렇게 맛이 있나요. 저도 가브리엘 루아의 책을 꼭 그렇게 읽었거든요. 그걸 말로 풀면 딱 이 리뷰가 되겠구나 싶어요. 아이 잘 먹었다.^^

icaru 2006-03-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지식적으로 전달을 잘 하는 사람이 더 자질 있는 교사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한 자질이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기울어가요...
하긴 무엇보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해야 하는 게 기본이겠죠? 진주 선생님~??

진주 2006-03-08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함은 연륜에서 묻어나나 봐요. 젊을 때는 젊은대로 패기와 매력이 넘치는 글발이 나오고....전 자꾸 편안함이 좋아져요. 돌바람님, 지원이도 잘 있죠?

이카루님,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다면 대단한 선생님일 거에요! 저도 우리 애들이 부디 그런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를 바라는데..똑똑한 선생님은 많은데 지혜로운 선생님은 드문 것 같아요..^^

반딧불,, 2006-03-09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군더더기 없고 말여요.
이거 리뷰상 주셔야 되는 것 아닌지??

진주 2006-03-0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너무 바빠서 10분 남짓(15분은 걸렸겠지?) 휘리릭 쓰고 나간 글인데 이렇게 칭찬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위에 님들 눈에는 안 보이시는 친절하신 분(^^)께서 잘못 쓴 글자를 한두 군데 바로 잡아 주신 게 아닙니다.
음.....알라딘에서 리뷰상 안 줘도 두 분께 받은 칭찬이 있으니 기분 좋습니다^^*
(이야~ 고래도 춤추게 맹근 칭찬 때문에 내일부터 진주가 날림 리뷰로 도배하는 건 아닌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