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복구하고 요즘 내가 하는 일이라면 지나간 내 페이퍼들을 읽는 일이다. 대부분 페이퍼에 자물쇠를 채워놓아서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겠지만 들쭉날쭉하긴 해도 근 20년간의 내 삶의 기록이 여기에 남아 있다. 덕분에 옛날 사진 몇 장도 건졌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이야기들도 생각나서 의미있다. 그리고 이웃 서재지기님들의 주옥같은 댓글에 예전에 한창 서재놀이에 재미들였을 때가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알라딘의 꽃은 서재이고, 서재 주인들인 알라디너들이 알라딘의 대주주임이 확실하다.
오늘은 읽다가 13년 전의 (지금보다 상대적으로)젊었던 내가 가볍게 살고 싶다고 쓴 페이퍼를 읽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벼움을 추구하는 건 똑같다. 문제는 '추구'만 할 뿐이라는 거. 에혀~ㅋ 그런데 다시금 봐도 13년 전의 내게 기특한 면도 있다. 체중을 줄일 것, 건강할 것, 욕심을 버릴 것. 이라고 깨달은 걸 보면 말이다.
2020년을 살고 있는 현재의 나도 여전히 체중을 줄여야 해서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건강은 더 자신 없어졌다. 욕심, 욕심은 좀 없어진건가? 욕심이 없어진건지 야망이니 소망이니 소원 따위가 없어져서 잘 모르겠다. 이건 좀 슬픈 일인 것 같다. 어쩌면 난 그저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별다른 기대나 하고픈 것 없이 그저 눈 뜨면 일하고, 잠 들면 자다가 그 다음 날 또 눈 뜨면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그렇다고 수월케 잠 드는 건 아니다. 난 원래부터 잠 없던 체질인데 요즘은 한창 잠 없을 시기라고 불면의 밤과 종종 맞닥뜨리곤 한다.
그래. 살아있다는 증거가 욕망이라는데, 나도 아직 코에 생기가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니 이제부터는 자그만 욕심 하나 내볼까 한다. 그동안의 '일하고자고일하고자고' 하던 일과 사이에 <일기쓰기>를 끼워넣어봐야 겠다. 분명 매일 쓰지는 못 할거다. 불성실하더라도 일단 써보자. 자, 그러니까 난 이렇게 살고 싶다. 체중을 줄이고, 건강하고, 일기 정도는 쓰는 욕심은 내며 살고 싶다.
20200312ㅁㅂㅊ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