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가쿠의 섬세하고 교묘한 외부는 그 내부와 하나로 통했다. 나의 눈은 그 구조나 주제의 명료한 윤곽을, 주제를 구체화시켜가는 세부의 정성들인 반복과 장식을, 대비라든가 대칭의 효과등을 한눈으로 볼 수 있었다. 호즈잉과 쵸온도 같은 넓이의 2층은 미묘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하나의 깊숙한 처마 그늘에 보호받고 있다. 이를테면 한 쌍의 잘 닮은 꿈, 한 짝의 잘 어울리는 쾌락의 기념처럼 중첩되어 있었다.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망각에 빠져 버릴 것 같은 것을 상하에서 서로 부드럽게 확인하여 꿈은 현실로 되었으며, 쾌락은 건축으로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3층에 이르러 구쿄쵸의 갑자기 좁혀진 형태가 그 위에 얹혀짐으로써 한 번 확인된 현실은 붕괴되어지고 어둡고 눈부시게 화려했던 시대의 고매한 철학에 통괄되어 거기에 굴복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자귀밥 널로 만든 지붕 꼭대기 위에서 금동 봉황이 무명장야 [無明長夜;번뇌 때문에 불법(佛法)의 근본을 알지 못하는 기나긴 밤이라는 뜻-역주] 와 접해 있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

깅가쿠 깅가쿠 깅가쿠... 내 마음의 깅가쿠를 언제 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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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에레혼 > 차가운 피

 

Cold Blood - MOT

 

널 처음 봤던 그날 밤과 설렌 맘과

손톱 모양 작은 달, 셀 수 없던 많은 별 아래

너와 말없이 걷던 어느 길과 그 길에 닿은 모든

사소한 우연과 기억

 

널 기다렸던 나의 맘과 많은 밤과

서툴었던 고백과 놀란 너의 눈빛과 내게

왜 이제야 그 말을 하냐고 웃던 그 입술과

그 마음과 잡아주던 손길과..

 

모든

추억은 투명한

유리처럼 깨지겠지

 

유리는 날카롭게

너와 나를 베겠지

 

나의 차가운 피를 용서해

 


앨범 제목이 '비선형 [非線形] non linear'

 

..... 몽환적이다

지금 내 머릿속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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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막... 한 시간 동안 써놓은 글을 몽땅 날렸습니다. 기억을 되살려 써보겠지만, 정말... 슬픕니다. ㅠㅠ (포기할까 했는데, 이왕 하기로 한 거 도전합니다...불끈!)

안녕하세요, 저는 이웃에 작은 서재를 꾸려가고 있는 플레져입니다. 님의 서재는 오늘에서야 즐겨찾기를 했어요. (제가 몇 번째 인지... ㅎㅎ) 이번 기회에 몰래 찾아오던 발걸음 버리고, 마냐님과도 안면 틀려구요. 꾸벅.  

명예의 전당 시절에 마냐님을 보고 홀딱 반했더랬습니다. 다양한 역할을 갖고 있는 분께서 열심히 책 읽고 리뷰 쓰시는 것에 감탄했기 때문이지요. 또한, 마냐님 덕분에 다양하고 좋은 책들을 만났습니다. 아멜리 노통의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리뷰가 먼저 떠오르네요 지금은 아멜리 노통에게 시들해졌지만, 그 책을 읽고 너무너무 좋아했었지요.

이제서야 님의 서재를 즐겨찾기 해 놓은 이유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뭐 대단한 선심이라고 이런 변조를 울리나 싶겠지만..^^;;) 본격적인 서재에 가담한 지 삼개월째인 제가 서재 마을에 당도했을 때 눈여겨 본 서재들 중에 당연히 마냐님 서재를 찾아오지 않을리 없지요? ㅎㅎ (처음엔 그 경로가 어려웠어요...ㅎㅎ) 명예의 전당 시절 (사실 명예의 전당 시절도 그리워요. 일방적인 통로 같긴 해도...^^) 에 즐겨 찾아 읽던 리뷰어를 열심히 찾아다녔습니다. 많은 글이 올라와 있어서 내심 뿌듯하였지요.

님의 리뷰에 대한 제 느낌은, 오랜만에 찾아 읽은 님의 리뷰는 좀 변해있더군요. 어쩌면 제가 그때 알아챈 것인지도 모릅니다만... 생활인 모드로 써놓은 기자의 글이라는 생각이 단박에 들더군요. 때로 독자들은 재미있다 재미없다식의 이분법적 리뷰를 원하기도 합니다. 아니, 그보다는 그 사람만의 느낌을 원하는 것이겠지요.  님의 글은 많은 분들께서 지적하셨듯 관대합니다. 관대하면서 중립적이지요. 그 책이 좋아서 관대한 것이 아닌 중립을 지키려는 의도가 농후해보여서 아쉽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중립을 지키려고 애쓰는 심판관의 자세가 님의 리뷰를 갉아먹고 있더군요. 그래서 즐찾하지 않았습니다. 심술나서...ㅠㅠ

아니 에르노의 <탐닉> 리뷰를 한 번 볼까요.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뜨겁게 읽었던지라 서점에서 <탐닉>을 보자마자 집어들었습니다. <탐닉>에 대해 실망했던 저는 마냐님의 리뷰를 보고 또,  실망했습니다. 그 리뷰야말로 생활인 모드로 쓴 기자의 글이며, 치고 도망가는 스타일의 리뷰였어요. 거창한 단어들만 집합해 놓은, 영화 포스터같은 느낌. 대표적인 감정들만 뭉뚱그려 놓은... 그 이후에 저는 님의 리뷰를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한 그 전에 제가 좋아했던 님의 리뷰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지요. 리뷰를 위한 리뷰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불순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 책이 좋든 싫든 리뷰를 쓰게 만드는 어떤 탄력으로 쓴 글 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다른 님들의 서재에서 만나는 님의 코멘트나 궁시렁 페이퍼 (즐찾은 안했어도 가끔 들렀습니다. 발자국 도장 안남기고 ㅎㅎ) 가 더 끌리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거기에는 마냐라는 사람의 냄새가 물씬 나거든요. 어쩌면 문체탓일수도 있겠지요. 님의 리뷰를 좋아했고, 실망하기도 하였으나 지금도 즐겨 보는 독자의 변이라 생각해주세요. 제가 좋은 이웃인지는 모르겠으나, 님은 제게 좋은 이웃이니까요...^^

잔뜩 험한 말 써놓고 책 고르려고 하니 염치없단 생각도 들지만, 이벤트니깐...고르겠습니다. 참참... 즐찾 200분 축하합니다~~ ^^*

 

이 책 주셔도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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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9-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플레져님이 제가 길게 써논 뻬빠를 요렇게 함축시켜주시다니...
탁월한 실력입니다. 그런데 저 플라멩고 추는 아름다운 아가씨는 플레져님의 플레저인가요?
아니면 플레져님 자신의 심볼인가요? 음, 여쭤봐도 되지요.... 추천할 거거든요? 알려주세용?

플레져 2004-09-0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니에요~~!! 저런 드레스는 없지만, 긴 머리는 좀 닮았으려나...와..추천이라...^^;;

마냐 2004-09-04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바람구두님...님의 글은 다 좋은데, 넘 길다니까요. 크하핫.
플레져님은 정말 예리하게 따질것만 따지셨잖아요.

로드무비 2004-09-04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이제야 봤다우.
추천입니다. ^^
 

1947년 10월 30일 목요일

넬슨 내 사랑.

편지 한 통을 부치고 나면 그 즉시 저는 너무나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 또 한 통을 쓰지 않으면 안 돼요. 저는 항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받는데 그건 아마도 사랑이 말해질 수 없기 때문인가 봐요.

<시몬 드 보부아르, 연애 편지 중에서>

***

오늘은, 연애 편지 한 통 써야겠다.

일주일 내내 머리를 쥐어짜는 작업을 했더니 잠을 푹 잔다.

그건 좋은데... 알람소리가 들리지 않아 남편도 (그이도 매일 일하느라 늦게 귀가하지만) 나도

매일 늦게 일어난다. 이번주에 벌써 남편은 세 번이나 늦게 출근했다.

아.................... 나는 내조에는 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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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03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를 쥐어짜는 작업이 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 받아놓고 사흘째 이러고 있다오.^^

플레져 2004-09-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우리 열심히 일 해 보아요 ^^
 

부부간의 증오...... 그게 어떤 건지 알아요? 그건 아주 특별한 종류의 증오에요.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죠. 난 부부사이에서 왜 살인이 일어나는지, 충분히 이해해요. 오히려 더 자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신기할 뿐이에요. 하지만 정작 문제는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 따위가 아니에요. 가장 끔찍한 건, 그런 살해욕을 느끼고 나서 또 금세 새로 구입할 자동차의 색깔에 관해 얘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다투고, 함께 잠을 자고, 뭐 먹고 싶냐고 묻고 하는...... 그런 상황이에요. 그런 일관성 없는 생각과 행동, 그건 정말 못 참겠어요. 정말 끔찍해요.

<도리스 되리, 꿀 >

***

자크 프레베르의 말 마따나 우리는 온 세월을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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