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리뷰 338편, 을 보다가 아, 두 편만 더 쓰면 400편 되겠구나, 했다. 왜 그랬지?

 

2. 우유 아줌마가 우유 먹으라고 방문했다. 가차없이 거절했다.
인터폰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데 아줌마가 '언니, 나와봐요, 우유 하나 가져가' 라는 말로 유혹했다.
나는 '우유' 에 혹한걸까, '언니'에 혹한걸까.

문을 열었다. 둥근 얼굴에 살집이 많은 아줌마는 얄팍한 입술에 뻘건 립스틱을 발라 어딘가 어색했다.
덥석 건네주는 우유를 받아들자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줌마는 정말 타겟을 잘 잡았다.

일주일에 우유 두 병, 사천원. 우유 사러 마트에 갔다가 딸려오는 불필요한 것들도 많다.
마트가 생긴 뒤로 괜한 소비가 늘어났다.
주옥같은 핑계들이 떠오르고 나는 우유를 먹겠다고 했다.
아줌마가 추우니까 일단 집에 들어오겠단다.
아줌마가 들어왔다. 아줌마가 우유를 하나 더 주겠다며 가방을 뒤적이다 장갑을 떨어뜨렸다.
나는 장갑을 주웠다. 감색의 장갑은 너무 작았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으면 주는, 오톨도톨한 손바닥이 특징인 목장갑이었다.

아줌마가 내 얼굴을 살피다가 대뜸 묻는다.
"엄마, 아빠는 안계세요?"
..............................!


계산기를 가져와 일주일에 1,750원짜리 우유 두 개를 두드렸다. 14,000원.
마트에 가서 괜한 소비를 하는 것도 줄일겸,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대신, 냉장고는 더 텅 비어있겠다. 계산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줌마가 오늘 개시 했다며 좋아라한다.
덤으로 우유 4개를 받았다.
키가 컸으면 좋겠다.

 

3. 피해의식 : 상처 + 경험 + 모든 것의 처음 + 가난한 용기 + 귀차니즘...

 

4. 주말에 남편 대학원 송년회다.
가족 인터뷰를 해야 한다고 해서 거진 강제로 인터뷰에 응했다.
우리집에 와서 촬영을 하고 내 인터뷰를 한 거였는데 한번에 오케이!

프로듀서가 놀란다. 아니... 왜이렇게 말씀을 잘하세요? 깜딱 놀랐어요!
히히. 내가 안하려고 해서 그렇지 무대에 올라가면 일단 무대체질이라구.

금세 인터뷰를 끝내고 촬영팀이 돌아간 후
몸이 마구마구 떨려왔다. 한기가 들었다.
그제서야 떨리다니... 뜨건 보리차를 거푸 마셨다.

그런데 이제와서... 너무 민망하여 송년회에 가기 싫다.
아... 정말 닭살스러웠는데. 이를 어쩐다...
남편과 동기인 사촌동생도 올 테고,
올해 입학한 내 친구도 올텐데... 이를 어.쩐.다... ㅠㅠ

 

5. 서재지수를 줄일려고 아끼는 카테고리였던 '플레져의 책상' 을 숨긴지 오래.
맛있는 손, 을 마저 숨길까 고민중이다.
별로 하는 것도 없이 높은 점수로 상위권에 랭크된 게 불편하다. 
(전체 순위를 본 지 오래라서 아직도 상위권인지는 모르겠다.
언젠가 7만점이 넘어서 부랴부랴 플레져의 책상을 숨긴 거였다)
서재를 꾸려나가고는 싶고, 서재 지수가 늘어나는 건 싫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내서재 지수가 높아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윤동주 詩 쉽게 쓰여진 시, 패러디)




opening eyes and heart - nocoletta tho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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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12-0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 아빠는 어디계신 거에요? ㅋㅋ
너무 어려보이시는 플레져님.. ^^

조선인 2006-12-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테고리를 숨기면 서재지수가 내려가나요? 으아, 그럼 비공개 카테고리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서재지수가 쑤욱 올라갈 수도 있겠군요. 조심해야겠어요. @,@

깍두기 2006-12-0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양심적이신 플레져님!
(윤동주 시 패러디를 보고^^)

물만두 2006-12-0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 흠...

Mephistopheles 2006-12-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400편 맞잖아요..라고 할뻔 했다는...
2.부럽삼..부럽삼..이건 분명 동안자랑이라고 밖에는....
3.뜸금없이..왠..?? 이해.판독 불가..
4.끝까지 밀고 나가시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5.숨기지 마요 숨기지 마요..

플레져 2006-12-07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너무어려보이지는 않습니다...노메이크업 탓인가...쿨럭 ;;;
이 팔랑한 귀가 아줌마의 뻘건 입술에 넘어간 것 같아요. 괜히 억울...-..-

조선인님, 그렇답니다.
비공개 카테고리 공개하면 점수 올라가요. 점수가 싫어욧!

깍두기님, 서재 지수 안높일려고 일부러 페이퍼와 리뷰 안 쓸때도 있답니다...ㅎ

stella.K 2006-12-0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서재지수 느는 게 싫은거요?

플레져 2006-12-0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그렇답니다, 제가...


메피스토님, 1. 같은 계산기를 갖고 있군요 ㅋㅋ
2. 노메이크업의 힘이어요. 20분이면 제 나이 나옵니다..ㅠㅠ
3. 글쎄요. 저도 모르겠어요. 그걸 왜 그렇게 썼는지.
4. 슈렉 가면이라도 구해야겠어요.
5. 음. 생각 좀 해보구요 ^^


스텔라님! 멀라요. 그냥 막 싫어요.
조용히 음지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ㅎㅎ

마늘빵 2006-12-0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안하려고 해서 그렇지 무대에 올라가면 일단 무대체질이라구. <= 한표에요. ㅋㅋ

blowup 2006-12-0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피해의식은 만만한 녀석이 아니군요. 내 경우에도, 남의 경우에도 대응하기가 참 어려워요.
서재에 뭐가 많이 쌓이면 한편으로는 맘이 무거워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리뷰 30편도 안 되면서 무거워진다고 하면 비웃음 당할텐데.--;;

플레져 2006-12-0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한 표 감사합니다 ㅎㅎ
안하면 아예 안하고 이왕 하는 거면 즐겁게 하자, 주의랍니다, 제가 ^^;;


나무님, 비웃지 않아요. 그 시절이 그리운걸요.
저는 그시절에는 정말 뭣도 몰랐답니다. 재미있었어요.
지금도 참 좋은데, 더 오래오래 조용히, 즐겁고 싶어요...

비연 2006-12-07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그렇게 어려보이신다니! ^^

Mephistopheles 2006-12-07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re :
옵션 1 - 남편분은 동키가면으로~
옵션 2 - 피오나와 슈렉가면은 왠지 안어울리실 것 같습니다만...

다락방 2006-12-0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님은 음지에서 활동하기엔 너무 반짝거리시잖아욧.

아영엄마 2006-12-0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숫자 감각, 어려보이는 외모 등등~. 오모나~ 여러모로 저랑 비슷하시군요. =3=3=3

플레져 2006-12-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연님, 아니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시다니! ^^;


메피스토님, 푸힛. 정말 볼만하겠습니다.
드레수가 없어서 패스!


다락방님, 제가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을 좋아해요... ㅋㅋ


아영엄마님, 하이파이브!! ^^

icaru 2006-12-0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 넘 재밌으셔~
그 인터뷰...우리는 어케 볼 수 없나요?

2006-12-07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7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안 보셔야 저랑 오래 사귈 수 있습니다 ^^


속삭님, 아... 그래요. 이해해요. 하지만 베리 굿이었어요 ^^

2006-12-07 17: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2-0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말, 넘 귀여우세요. 저는 배가 좀 갈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이제 양말 신는 것도 힘들어요...

잉크냄새 2006-12-07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 의 배수 단위로는 리뷰를 카운터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요즘은 뜸하지만 문공부장관에게 필히 연락해놓도록 할께요.^^

플레져 2006-12-07 1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앉아서 양말 신지 마시구요, 선 채로,
혹은 의자에 발을 올려놓고 신어보세요 ^^

새벽별님, 아. 정말 그리 된다면 넘 좋겠어요!
제가 한 2cm만 더 컸어도............ ㅎㅎ


잉문공부장관님, 늘 배려해주셔서 감사드릴뿐이어요. 꾸벅. =3

플레져 2006-12-07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

클리오 2006-12-07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우유 먹으면 뭐 갖가지 선물을 주던데, 안주던가요. 우유 몇 개만 더주고?? (엥? 왜 이런 말을? ^^;;)

실비 2006-12-0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쯤 하면 400편까지 씁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인터뷰 한거 보고싶어요^^ 한 미모 하시면서 말씀까지 잘하시다니.^^

kimji 2006-12-08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무수한 댓글을 읽으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오랜만이어요, 님! 안녕하시지요? 겨울이에요!
라는 말.

아참. 우유 안 밀리게 열심히 드셔요! ^^

플로라 2006-12-08 0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400편이라구요! 와아! 정말 대단하십니다요~^^ 인터뷰에서 발군의 미모와 매력적인 언변을 유감없이 발휘하셨을거 같아요. 송년회 꼭 가세요~^^

2006-12-08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6-12-08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사은품 받으면 1년 의무적으로 먹어야 한대요. 우유야 늘 먹지만 1년, 의무, 이런 말들이 싫어서 사은품 거절 하고 (사은품도 뭐 냄비, 믹서기... 짐만 되는 것들이어요) 내 맘대로 먹겠다고 했어요 ^^


실비님, 400편 되려면 아~주 마니 남았지만 함 해볼려구요 ^^
혹, 인터뷰 필름을 얻게 되면 뵈드릴까요? 헤헤.


kimji님, 겨울이에요, 님!!! ^^
그렇잖아도 갑자기 걱정되어요. 우유를 늘 먹는데 배달해 먹으면 안먹잖아요...힝.


플로라님, 400편 되려면 멀었어요, 님아~ ㅎㅎ
송년회 꼭 가야 하는 구실이 생겼어요. 호텔에서 하룻밤 재워준대요 ^^

2006-12-12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산사춘 2006-12-12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흐뭇한 계산기
2. 우유빛 플레져님
3. 자격지심 : 무리뷰 + 무이벤트 + 무신경 + 무수리 + 무다리
4. "무대는 내 운명"
5. 처음 만나보는 춘 서재지수 5030

플레져 2006-12-12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님, 서재지수 높아지는 게 싫다고 하면서도 아직 카테고리를 숨기지 못했어요 ㅎㅎ 그냥 둘까봐요. 무대는 내운명이듯 서재도 내 운명이려니 하고 ^^

2006-12-13 0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