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드 히미코 SE (2disc) - (일반 킵케이스)
이누도 잇신 감독, 오다기리 죠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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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간의 사랑에는 여러 유형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소수지만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사랑도 얼마간 비중을 차지한다.
그 역사는 매우 깊어서 우리가 잘 아는 일리아드의 영웅 아킬레스를 비롯해
수 많은 그리스,로마의 인물들이 동성애에 깊이 빠져있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주인공에게 무엇을 해줄까? 여자 혹은 boy라고 묻기도 하고
플라톤의 러브를 동성애의 변형이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는 등 그 뿌리는 매우 깊다.
성경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는 주요 계기 또한 이방 남자들에 대한 이들의
탐욕이었는데 이들이 바로 천사였기에 하늘에서 내려온 분노가 불로 머리위에 퍼지게 된다.

하지만 동성간의 사랑은 분명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가장 기본인 생물로서의 종의 보전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자신을 이어가는 영원한 삶이라는 유태적 불멸론이
통하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도 나오고 맨 마지막을 울리는 선율은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켜주신 노래>다.
세상과의 혈연이 나에게서 더 아래로 이어지지는 못하지만 그들도 또한 혈연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어머니의 고통을 안고 세상에 나왔지만 자신은 더 이상 같은 고통을 지고 싶어하지는 않는 존재.
하지만 여성성이라는 의미에서 어머니와 가장 닮고 싶어하는 존재.
그런 모순의 복합체인 덕분에 세상의 질시를 한껏 받고 몰이해 속에서 왜 내가 이렇게 태어나야 했을까?
다음 생이라면 난 다르게 살고 싶어와 같은 끊임없는 고뇌가 영상위에 반복된다.

그들에게도 분명 혈연에 대한 갈망이 존재한다.
조역 중 하나였던 루비의 마음을 흔들었던 존재는 어린 손녀였고 마지막에 그가 의존하게 되는 집단
또한 가족이었다.
그리고 주인공과 아버지 사이에서도 오랜 갈등을 넘어 무언가 이어주는 끈이 존재하는 것이다.
중간 다리의 적극적 노력을 통해 만난 아버지와 딸이지만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다.

책임감 없이 사회가 부여한 의무를 모두 팽개치고 가족과 직장을 버리고 그렇게 너 멋대로 사는 것이
좋냐라고 쏘아붙이는 딸을 조용히 응시하며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들의 약한 모습이다.

미워하고 다투고 갈등하지만 그들을 완전히 떼어놓기도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처럼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딸이기 때문이다.
미움이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이해로 변해가면서 영화는 우리 삶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잔잔한 영상들 속에서....

동성애자의 마을을 가보면 색감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덕분에 예술인 중에 그 비율이 올라가게
되는데 영화의 배경이 되는 메종과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집안 곳곳에서 섬세함이 느껴진다.

영화가 감동적이었다면 이어서 권하고 싶은 만화들이 몇몇 있다.
뉴욕뉴욕, 이마 이치코의 어른의 문제 등이다.

조금 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개방적인 모습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작품들 속에서 이어진다.
참고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다 일본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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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9-07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려고 생각만하면서 자꾸 미룬 작품인데 꼭 봐야겠습니다..^^

사마천 2006-09-0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고 리뷰 쓴 다음에 사야님의 멘트가 달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시고 새로운 시각을 주실 잘 알았습니다만... 안 보셨군요. 하여간 기대하겠습니다 ^^;

프레이야 2008-02-0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열린 마음. 사랑의 출발이겠죠.^^

사마천 2008-02-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도 꽤 있었고 의미도 꽤 주어지는 좋은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이 많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