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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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동화였지만 긴 여운이 남는다.

똥이라는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존재도 남을 위해 쓰임새가 있다는 점을
아이가 깨달아가게 된다.
읽어주면서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영화 <파이란>이었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건달 최민식, 성인 비디오 팔다가 감옥 다녀오고 빈둥대다가
이제는 후배지만 보스가 된 녀석을 대신해서 감옥 가게 되려는
그의 운명은 말 그대로 똥이다.

그런 똥에게도 부인이 있다. 결혼증명에 이름 빌려주어 조선족 여자 불법체류 도와주었는데
바로 그녀가 형식적으로 최민식의 부인이 된 파이란이다.

똥 같이 살던 최민식은 파이란에게서 편지 한장을 받게 되면서 마음이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파이란 왈,
당신은 내게 고마운 존재입니다.
결혼을 해주어서 내가 오늘 여기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가슴이 너무나 아픔니다...
그리 길지 않게 이런 내용이 담겨 있는 편지였다.

얼마 있다가 파이란은 숨을 거두게 되었기에 답장도 할 수 없다.

최민식에게 불현듯 깨달음이 온다.

아 나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존재였구나 그런대도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 비하하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물음이 이어진다.

강아지똥에서 민들레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는 것처럼 똥으로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어느 순간 남과의 관계, 미래를 위한 오늘의 희생에 의해 새롭게 떠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도 일생일대의 변화를 시도한다. 결말은 그리 희극적이지 않지만.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은 목적 의식이다.
나 자신, 남과의 관계에서
분명한 목적을 가질 때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기회 즉 시간이 귀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순간을 만남을 그리고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 여길 수록 우리는 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일찍 그런 깨달음을 얻도록 도와줄수 있는 독서였다면 그것만큼 소중한 책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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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6-07-0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아지똥과 파이란을 빗대다니 두 기억의 감동이 함께 밀려옵니다.

사마천 2006-07-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서 아이가 파이란을 보면서 강아지똥을 추억해주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

perky 2006-08-06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리뷰에요. 임신하기도 전, 훨씬 전에 아는 분 집에 갔다가 이 동화책이 있길래 한번 쑥 훑고나선 정말 간단하네..하고 말았었는데, 파이란과 비교해놓은 리뷰를 읽고나니 이 책이 다시 보입니다. 흐흐.

사마천 2006-08-06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찬 감사합니다. 좀 더 늘려가야 하는데... 파이란 리뷰 하나만도 꽤 길게 가져갈 수 있지만 당시 바쁜 상황이라 중간에 머물렀습니다. 서재에서 잘 못 뵈서 소식이 궁금했는데 잘 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