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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별곡 - 혼돈의 시대
차현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채만식을 사실주의문학의 대가라 함은 그의 소설에 화폐의 가치가 잘 기록된 덕분이다.
1930년대를 휩쓴 조선의 황금광시대에 그도 직접 한몫을 하였고 실패한 다음 그 과정을 소설에 녹여내었다.
조선의 황금을 열렬히 뒤지게 하였는데 그 금은 어디로 갔을까?
조선,만주,일본간의 화폐의 환율은 얼마였을까?
일제시대에는 조선에 몇 개의 은행이 있었다. 그 중 중앙은행 역할을 한 조선은행을 중심으로 저자는조선은행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조선의 화폐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일제시대는 전쟁을 통해 국경이 확대되고, 점령지에 새로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은행이 봉사하는 시대였다. 저자는 은행권이 군표 수준이 되었다라고 비판하였는데 딱 맞았다.
1905년부터 1945년까지 40년 사이에는 여러시기가 있었다.
만주국의 성립,중일전쟁 그리고 태평양 전쟁이라는 굵직한 변곡점에 따라 일본제국의 정책이 변화했고 여기에 종속된 군부,총독부 그리고 은행의 입장은 달라졌다.
이 변화를 하나 하나 추적해가면서 왜,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저자는 묘사해간다. 대단한 자료의 집대성이고 묘사력이라 감탄할만하다.
여기에 비교할만한 책으로는 쏭훙빙의 화폐전쟁이 있다. 이 책의 몇개 장에서 일본이 점령지 중국에서 벌인 폭거와 여기에 맞서는 국민당,공산당의 화폐정책이 나온다.
이들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으리라.
당시 일본의 기본정책은 일본은행,조선은행,만주은행,대만은행 등이 각기 나누어서 권역을 담당한다고 되어있었다. 이런 체제를 통해 식민지에서 발생하는 금융위기가 본토로 막바로 오지는 않도록 방어막을 친 셈이다. 각 화폐는 액면으로 교환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해방 직후 일본으로 건너가는 일본인들이 조선은행에 예금한 돈을 그냥 통장채 가지고 갔었다. 단 가서는 미군의 정책변화에 따라 찾을 수 없는 돈이 되어버렸지만..
그런데 전쟁이 한참 진행되자 일본군이 남발한 중국,만주지역의 돈을 가지고 발빠른 중국상인들이 조선으로 와서 교환해간다. 역시 상인정신이 발달된 이들의 돈냄새는 뛰어나다. 금방 인플레는 조선으로 수출이 되고 가만 놔둔다면 일본으로 건너갈 것이었다.
이 상황에서 전쟁이 끝나버렸고 잘못된 돈을 들고 있었던 이들만 피를 보았다.
조선은행의 화폐정책 변천사는 이렇게 전쟁과 정치,식민지의 특성이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흥미로웠다.
이 역사에서 조선인들은 어떠했을까? 우리가 꽤 알만한 해방후의 활약한 인재들이 조선은행을 거쳐갔다고 한다. 창씨개명하고 열렬이 공부해서 일자리 얻은 그들의 부귀영화의 꿈을 어떻게 지금 비판하겠나 하는 자조감이 든다.
이렇게 일제시대가 지나가고 나서 조선에 주둔한 미국이 새로운 은행을 만든다.
그 이야기도 길지만 일단 생략
다시 한번 저자의 탁월한 조사력과 글솜씨 그리고 투철한 사명감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이런 작업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신다면 매번 옐런 FRB 의장의 메시지에 요동치는 금융시장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의 모습이 과거 어느 국면인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한국이 장차 통일을 맞는다면 어떤 금융정책을 펴야 현명하다는 소리를 들을지에 대해서도 이 책의 공부가 도움이 되리라.